진인사대천명. 벼랑 끝에 몰린 이병근 수원 삼성 감독의 각오다.
수원 삼성은 22일 오후 3시 김천종합운동장에서 열리는 하나원큐 K리그1 2022 파이널 B 38라운드 최종전에서 김천 상무와 맞대결을 치른다. 현재 10위 수원(승점 41, 41골)과 11위 김천(승점 38, 44골)은 나란히 승강 플레이오프 진출권에 위치해 있다.
수원은 실낱 같은 9위 희망을 살리기 위해 이번 경기 무조건 승점 3점을 얻어야 한다. 수원으로서는 일단 김천을 꺾은 뒤 수원FC가 9위 FC서울(승점 43, 41골)에 패하지 않기를 기도해야 한다.
만약 수원이 승리할 시에는 서울이 진다면 수원이 승점 1점 차로 역전할 수 있고, 서울이 비긴다면 승점 동률이 되기에 다득점에서 순위가 갈린다. 이번 경기 다득점에도 신경 써야 하는 이유다.
경기 전 이병근 감독은 "말이 필요하겠는가. 우리가 이겨야 하는 경기다. 이겨놓고 무언가를 바라야 한다. 진인사대천명이라는 말처럼 우리가 할 것을 하면 그 다음 상황은 하늘에서 점지해주지 않을까 싶다. 선수들에게 이번 경기에 모든 것을 쏟아붓고 간절하게 하자고만 이야기했다. 너무 많은 얘기를 하면 조급해질 수도 있어서 조금 더 단순하게 하자고 말했다. 어떻게든 결과를 가져와야 하는 경기이기 때문에 이 경기만을 위해 준비했다. 팬분들께 좋은 결과를 보여주고 싶다"고 말했다.
이어 이병근 감독은 "생각이 많아지면 백패스, 횡패스가 많아질 수 있다. 그렇기 보다는 (안)병준이의 높이와 (오)현규의 저돌적인 움직임을 살려줬으면 좋겠다. 또 파이널 지역에서는 간단하게 크로스를 많이 해줬으면 좋겠다. 첫 골이 빨리 나온다면 두 번째, 세 번째 골도 충분히 나올 수 있다. 선제골이 나오면 경기하기 수월해질 것이다. 선수들에게 두 골, 세 골 넣을 때까지 경기 템포나 압박 타이밍을 늦추지 말자고 말했다"고 덧붙였다.
이날 적으로 만나게 된 고승범과 권창훈은 명단에서 제외됐다. 대신 김천은 발 빠른 이준석과 김경민, 이지훈을 최전방에 배치했다. 이병근 감독은 "빠른 선수 세 명이 나온다. 우리 뒷공간을 더 노리겠다는 뜻이 아닐까 싶다. 누가 나오든 그만큼 준비가 잘 돼 있을 것이다. 방심할 수 없다. 우리 수비수들의 반응과 압박 타이밍이 중요할 것 같다. 간격 유지와 세컨볼에 대한 반응이 빨라야 한다"고 강조했다.
수원의 에이스로 떠오른 오현규는 최근 파울루 벤투 감독의 부름을 받으며 성인 대표팀에 처음으로 발탁되기도 했다. 이병근 감독은 "선수들이 다 모였을 때 현규가 우리 팀을 대표해서 나가는 거니까 박수로 맞이해주자고 했다. 현규는 팀에 굉장히 헌신하는 선수다. 오늘도 현규의 장점과 득점이 나왔으면 좋겠다. 그렇게 해 줄 거라고 생각한다. 요즘 연습에서도 컨디션이 매우 좋다"고 전했다.
또한 이병근 감독은 경기 중 FC서울의 상황은 선수들에게 알리지 않겠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 인천전도 생각난다. 그런 상황에서도 동점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느꼈다. 서울의 상황은 선수들에게 전해주고 싶지 않다. 선수들이 조급함을 느끼지 않고 우리 리듬대로 경기할 수 있도록 해주고 싶다"고 답했다.
그러면서도 이병근 감독은 "그래도 아마 밖에서 팬들이 이야기해주지 않을까 싶다. 선수들도 직감할 것이다. 마음 같아서는 우리가 두 골, 세 골 넣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앞서 K리그2 준플레이오프에서는 경남이 드라마를 썼다. 경남은 티아고의 극장골에 힘입어 3-2로 부천을 제압하고 플레이오프에 진출했다. 만약 수원이 이대로 10위에 머무른다면, 플레이오프에서 맞붙는 경남과 FC안양 중 승자와 만나게 되는 상황.
이병근 감독은 두 팀의 경기를 보지 않았다고 밝혔다. 그는 "일부러 보지 않았다. 안양과 플레이오프도 있지 않은가. 거기까지 신경 쓸 여력이 없었다. 이번 경기 어떻게 이길까만 생각했다"고 전하며 인터뷰를 마무리했다. /finekosh@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