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구계 찬물+들끓는 팬심, 이재영 복귀 접촉에 거센 비난 쏟아지다 [오!쎈 이슈]
OSEN 홍지수 기자
발행 2022.10.20 03: 30

과거 학교 폭력 논란으로 V리그를 떠났던 이재영이 돌아올 수 있다는 소식에 배구 팬들이 거센 반발을 보이고 있다. 하필이면 개막 전 큰 행사를 앞두고 이런 소식이 나와 졸지에 배구계 분위기가 어수선해졌다.
V리그 미디어데이는 새 시즌이 다가왔음을 알리는 행사 중 하나다. 각 팀 감독들이 출사표를 던지고, 팀을 대표해 나온 선수들도 비시즌 동안 잡은 목표와 각오를 전하는 의례적인 자리다.
배구 팬들에게는 반가운 행사 중 하나이기도 하다. KOVO는 이번 미디어데이를 위해 많은 준비를 했다. 남자부, 여자부 각 미디어데이마다 감독들에게 음식에 빗대어 각오를 표현하도록 했고, 선수들에게는 노래를 고르도록 했다.

페퍼저축은행 김형실 감독이 생각에 잠겨 있다. 2022.10.19 /jpnews@osen.co.kr

이런 준비는 팬들의 호응을 이끌었다. 먼저 남자부에서 반응이 좋았고, 여자부 미디어데이에서도 기대감이 생겼다. 게다가 ‘배구 여제’ 김연경도 복귀 소감을 전하는 자리이기도 하다. 뿐만 아니라 팬들의 사랑을 받는 V리그 스타들의 입담을 볼 수 있는 시간이기도 했다.
좋은 날, 좋은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는 소식이 전해졌다. 과거 학교 폭력 논란으로 V리그를 떠났던 여자부 이재영이 막내 팀 페퍼저축은행과 만났다는 사실이 알려졌기 때문이다.
19일 서울 청담 리베라호텔에서 진행된 도드람 2022~2023 V리그 여자부 미디어데이에 앞서 페퍼저축은행 관계자는 “구단 전력 보강을 위해 영입 가능한 선수를 알아보는 중이었다. 이재영은 그 중 한 명이었다”면서 “알아보기만 했을 뿐 그 이상 진행된 것은 없다. 많은 선수를 검토 중이었는데, 그중 한 명일 뿐이다”라고 밝혔다.
일단 이재영에게 관심을 보낸 것은 인정했다. 김형실 감독도 마찬가지다. 김 감독은 미디어데이를 앞두고 취재진을 만나 “현재까지는 그저 알아보는 수준에서 만나본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이재영(왼쪽). / OSEN DB
일부 팬들은 광주광역시청으로 근조화환을 보내 이재영의 복귀에 대해 반대의 뜻을 전했다. 또 다수 배구 취재기자들에게는 “피해자들에게 제대로된 사과도 하지 않고 오히려 역고소를 하는 와중에 선수로 활동하게 되는 건 피해자에게 2차 가해를 가하는 것과 같다”는 내용의 메일도 보냈다.
이날 미디어데이에서는 김연경을 비롯해 강소휘, 박정아, 이다현, 이소영, 김수지 등 여러 배구 스타들이 모였다. 이들의 얘기를 들어보는 것만으로도 팬들의 관심을 사기에는 충분했다. 그런데 가장 바쁜 사람은 페퍼저축은행 사령탑 김형실 감독이었다.
우선 김 감독은 “(사과와 같은)선행 조치가 안 되면 안 된다. 사과를 하든, 조건을 충족해야 한다. 재기하게 해주고 싶다고 해서 될 일이 아니다”고 말했다. 하지만 김 감독은 “다른 구단도 표현을 안 해서 그렇지, (이재영 영입을 원하는) 생각은 같을 것”이라며 "현재 자유계약선수인 이재영을 어떤 구단이 만나든 문제가 될 것은 없다. 구단에서 베테랑이나 에이스 영입을 검토하는 건 당연한 것”이라고 말했다.
마치 이재영이 진심이 담긴 사과를 한다면, 그의 영입에 문제가 없다는 뜻으로 비춰질 수 있다. 물론 제도적으로는 이재영 영입은 가능하다. 하지만 제도 문제가 아니다. 선수들은 코로나19 시국 이후 팬들이 경기장을 가득 메워주길 바라고 있다. 그런데 그런 팬들의 뜻과 반대하는 경우가 생긴다면, 배구장 관중석은 가득 차기 어려울 수 있다.
한편, 이재영은 과거 학폭 논란에 휩싸였다가 흥국생명을 떠났다. 그리스리그 PAOK 테살로니키에서 뛰다가 지난해 11월 무릎 부상으로 중도 귀국했다. 재횔에 매진하는 것으로 알려졌던 이재영은 쌍둥이 동생 이다영이 그리스 무대를 떠나 루마니아 리그로 가는 길에는 함께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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