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시도 호날두도 홀란의 ‘골바람’에 휘말려 빛을 잃었다[최규섭의 청축탁축(清蹴濁蹴)]
OSEN 조남제 기자
발행 2022.10.17 06: 35

리오넬 메시(35·파리 생제르맹)와 크리스티아누 호날두(37·맨체스터 유나이티드)는 2000년대 후반부터 세계 축구계를 주름잡아 온 양웅이다. 오죽하면 ‘신계의 사나이’로 불릴까? 각종 득점 기록을 양산하며 새 지평을 연, 가장 빼어난 두 골잡이다.
10년 넘게 세계 축구 마당을 누빈 두 걸출한 월드 스타의 진면목은 발롱도르(Ballon d'or: 프랑스어로 ‘황금빛 공’을 의미) 역사에서 확연히 엿볼 수 있다. 세계 축구계에서 가장 명예로운 이 상을 번갈아 가며 품에 안은 쌍웅이다. 역대 수상 횟수에서, 1~2위는 둘의 몫이다. 메시는 2009년 첫 기쁨을 누린 이래 모두 7회(2009~2012, 2015, 2019, 2021년) 영광을 안았다. 호날두는 한 해 앞서 2008년 첫 수상 이래 모두 5회(2008, 2013~2014, 2016~2017년) 감격을 누렸다.
두 세계적 골잡이의 발자취는 UEFA(유럽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UCL)에서도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유럽 클럽 축구의 최고봉을 다투는 이 대회에서, 두 사람은 타의 추종을 허락하지 않는 골 솜씨를 뽐냈다. 그야말로 족탈불급의 기세였다고 할까.

이처럼 골에 관한 한 그 누구에게도 전혀 양보할 생각이 없던 두 골잡이에게 두려움을 안길 만한 존재가 등장했다. 엘링 홀란(맨체스터 시티·22)이다. 2022-2023시즌 유럽 5대 리그에서, 가장 강력한 ‘골바람’을 일으킨 홀란의 기세에 휘말려 둘이 밝히던 촛불은 희미해져 가고 있다. 시나브로 양웅의 시대가 저물며, 홀란의 세상이 오고 있음을 느끼게 하는 요즘이다.
놀라운 골 솜씨 뽐내는 홀란, UCL 조별 라운드 경기당 평균 득점 선두
이 맥락에서 볼 때, UEFA는 지난 14일(이하 현지 일자) 의미 있는 기록 자료를 발표했다. UEFA는 우리 나이로 서른한 살의 연륜을 쌓은 UCL에서, 역대 조별 라운드를 수놓은 골잡이들을 조명해 내놓았다. 역시 아니나 다를까, 정상을 다툰 두 거인은 리오넬 메시와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였다. 각각 1, 2위에 자리하며 으뜸가는 득점력을 다시 한번 과시했다.
그러나 UEFA는 양강이 지배해 온 골 기록에 균열이 간 새 부문에도 초점을 맞췄다. 경기당 평균 득점으로, 가장 윗자리에 앉은 인물은 메시도 호날두도 아니었다. 다름 아닌 ‘신성’ 엘링 홀란이었다. 메시와 호날두조차도 홀란의 믿기 힘든 경기당 평균 득점 기록을 아연히 쳐다만 봐야 할 뿐인 통계였다.
메시는 바르셀로나에 몸담았던 시절인 2004-2005시즌 UCL 무대에 데뷔(1경기 0골)했다. 호날두는 2003-2004시즌 맨체스터 유나이티드(Utd.)에서 UCL에 처음 모습(5경기 0골)을 나타냈다. 홀란은 2019-2020시즌 잘츠부르크(6경기 8골)와 보루시아 도르트문트(2경기 2골)에 둥지를 틀고 UCL에 처음 얼굴을 내밀었다. UCL 첫 무대부터 홀란이 메시와 호날두를 압도했음이 엿보이는 대목이다. 어쩌면 이때 이미 홀란이 메시와 호날두의 시대를 종식할 존재로서 조짐이 나타나지 않았나 싶다.
홀란은 이번 시즌 UCL 네 번째 무대에 올랐다. 16일 현재까지 조별 라운드에 출장한 경기 수는 16이다. 16경기에서 터뜨린 골 수는 놀랍게도 22다. 경기당 평균 1.38골이다(표 참조). 이번 시즌 3경기에서 5골을 낚으며 보인 1.67의 경기당 평균이 결코 일과성이 아님을 엿볼 수 있다.
홀란의 이 같은 골 페이스는 메시와 호날두를 훌쩍 뛰어넘는다. 경기당 평균 득점 2위에 오른 메시(0.93골·84경기 78골)보다 0,45골이 더 많다. 이 속도로 각자가 5경기씩을 치른다면 홀란은 6.9골, 메시는 4.65골이다. 불과 5경기 만에 두 골 차가 날 만큼 큰 격차다. 5위에 그친 호날두(0.74골·98경기 73골)와는 더욱 차가 벌어진다. 같은 5경기에 대입할 때, 3골 이상(6.9-3.7)이나 차가 난다.
이 부문에서, 3위는 스페인 라리가에서 활약하는 로베르트 레반도프스키(바르셀로나)가 차지했다. 66경기에서 61골을 뽑아내 경기당 평균 0.92골을 기록했다. 이번 시즌 라리가 득점 선두(9골·15일 현재)를 달리는 레반도프스키도 홀란의 돌풍을 잠재우기엔 역부족인 듯한 모습이다. 지난 시즌 독일 분데스리가에서 맞붙었을 때만 해도 홀란을 압도(35-27골)했던 레반도프스키로선 격세지감을 느낄 성싶다.
물론, UCL 조별 라운드 통산 득점순에선, 메시와 호날두가 1~2위였다. UCL 마당에 뛰어든 지가 거의 20년에 이르니, 당연한 결과라고도 할 법하다. 메시는 78골을, 호날두는 73골을 각기 잡아냈다. 이 부문에서도, 레반도프스키는 61골로, 2021-2022시즌 라리가 득점왕(27골)에 올랐던 카림 벤제마(레알 마드리드·56골)를 5골 차로 따돌렸다.
영원한 절대 강자는 없기 마련이다. 세월의 흐름을 거슬러 올라갈 수 없는 게 세상 이치요, 스포츠 세계의 진리다. 떠오르는 해 홀란에 밀려 메시와 호날두는 지는 해의 운명을 피할 수 없나 보다.
전 베스트 일레븐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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