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뷔 이후 준우승만 4번을 해 지독히도 우승에 목마른 이가영(23, NH투자증권)이 이 날은 한을 풀기 위해 작정한 듯 보였다. 대회 마지막날 챔피언조에서 경기를 하면서 초반부터 고삐를 바짝 조인 끝에 우승까지 골인했다.
이가영은 16일 막을 내린 KLPGA(한국여자프로골프) 투어 ‘2022 동부건설-한국토지신탁 챔피언십’(총상금 10억 원, 우승상금 1억 8,000만 원)’에서 경쟁자인 임진희를 5점차(최종합계 49점)로 비교적 여유있게 따돌리고 첫 우승컵을 품에 안았다.
전라북도 익산의 익산 컨트리클럽(파72/예선 6,641야드, 본선 6,599야드)에서 열린 이번 대회는 공격적인 플레이를 유도하기 위해 KLPGA 투어에서는 유일하게 변형 스테이블포드 방식으로 열렸다.
변형 스테이블포드는 일반 스테이블포드보다 가점을 크게 높인 방식으로, 알바트로스 8점, 이글 5점, 버디 2점, 파 0점, 보기 -1점, 더블 보기 이하 -3점을 각 홀 성적에 따라 매기고 그 점수를 합산해 순위를 가린다.
대회 첫 날부터 톱10에 오른 이가영은 라운드가 진행될 때마다 한두 단계씩 정상을 향해가는 모습을 보였다.
첫날 공동 6위(+11)에서 시작한 이가영은 2라운드 단독 3위(+11), 3라운드 단독 2위(+12), 그리고 마지막 4라운드(+15)에서는 리더보드의 맨 위에 이름을 올렸다. 득점 포인트도 첫 날 11포인트부터 마지막날 15포인트까지 갈수록 강해지는 모습을 보였다.
특히 마지막 라운드에서의 이가영은 상대방의 기를 죽이고도 남을 정도로 위협적이었다.
시작은 3라운드까지의 선두 임진희가 빨랐다. 1, 2라운드를 연속해서 버디를 잡으며 전날의 기세를 이어갔다.
그러나 이번 대회의 이가영은 결정적일 때 무너지던 과거의 모습과는 딴판이었다. 한 박자 늦게 2번홀에서 버디를 잡더니 내리 세 홀에서 버디를 잡았고, 파4 7번홀에서 또 한 번 버디를 보탰다.
그리고 임진희가 파4 9번홀에서 보기를 범하며 주춤하는 사이 10, 11번홀에서 또 연속 버디를 잡으며 전세를 역전시켰다.
달라진 이가영의 결정타는 파 3 16번홀에서 나왔다. 동반 플레이 중 가장 먼 곳에서 버디 퍼트를 시도한 이가영은 8.5미터 거리에서 단 한 번에 공을 넣어 버렸다. 이가영은 여세를 몰아 파5 17번홀에서도 버디를 보태며 우승을 확정지었다.
이가영은 우승 확정 후 SBS골프 중계팀과의 인터뷰에서 “꿈만 같고, 아직도 제가 해냈다는 게 믿어지지 않는다. 부모님이 생각이 나고, 아랍에 있는 오빠가 생각이 난다. 오늘은 계속 제 샷에만 집중하고 플레히 한 게 잘 마무리된 것 같다. 파3 16번홀에서 버디 퍼트가 들어갔을 때 나도 우승할 수 있겠구나 생각이 들었다. 그 동안 우승 기회가 가까이 왔음에도 놓치는 일이 많아 정말 힘들었다. 주변에서 언제 하냐는 얘기를 많이 했는데, 지금 이렇게 우승을 하게 돼서 힘들었던 제 잊혀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 /100c@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