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그룹이 2025년까지 '소프트웨어 중심 자동차(SDV)'로의 대전환을 선언했다. 기계장치를 사람이 조정하던 자동차 시대에서 전자장치를 소프트웨어로 통제하는 시대를 열겠다는 청사진이다. 미래의 스마트 모빌리티는 '전자장치와 소프트웨어'가 핵심임을 강조하고 '완전히 새로운 운전자 경험'을 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소프트웨어 중심 자동차, 즉 SDV는 'Software Defined Vehicle'의 약자다. 현대자동차그룹의 선언대로 현대차그룹의 모든 차종이 SDV가 되면 차는 움직임의 상당 부분이 소프트웨어의 통제를 받고, 차와 차끼리도 소프트웨어로 연결돼 안전을 위한 필수정보를 교환한다.
현대차그룹은 지난 12일 그룹 유튜브 채널에서 소프트웨어 중심 모빌리티 기술 및 비전을 발표하는 ‘소프트웨어로 모빌리티의 미래를 열다(Unlock the Software Age)’는 행사를 열었다. 소프트웨어 기반의 자동차 진화를 공식적으로 천명하는 자리였다.
소프트웨어는 살아 있는 생명과 같아 꾸준히 진화를 해야 한다.
이를 위해 현대차그룹은 2025년까지 글로벌 시장에서 판매되는 모든 차종에 무선(OTA, Over-the-Air)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를 기본 적용할 계획이다. 2023년부터 출시하는 모든 전기차뿐 아니라 내연기관차도 무선 업데이트가 가능하도록 개발한다.
현대차그룹 전자·인포테인먼트개발센터장 추교웅 부사장은 “무선 업데이트 기술이 적용되면 차량을 구입한 이후에도 기능과 성능의 업데이트가 가능해 차가 시간이 지날수록 더욱 발전하고 똑똑해진다”고 강조했다.
현대차그룹 커넥티드 카 서비스에 가입한 차량이 글로벌에서 올해 말 기준 1,000만 대 가량 되는데, 2025년이면 2,000만 대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다.
현대차그룹은 차세대 공용 플랫폼을 개발하고, 기능 집중형 아키텍처(Domain Centralized Architecture)를 기반으로 제어기를 통합하는 작업에도 들어간다. SDV 개발을 위해 공용화된 하드웨어·소프트웨어 플랫폼을 탑재한 차량은 기획, 설계, 제조 등 일련의 양산 과정에 걸리는 시간이 획기적으로 줄어든다. 차량 개발 복잡도가 낮아지면 SDV 기술 신뢰도는 향상한다.
▲ 전기차 전용 플랫폼 또 개발
현대차그룹은 새 전기차 전용 플랫폼으로 2025년 승용 전기차 전용 플랫폼인 eM과 PBV 전용 전기차 플랫폼 eS를 적용한 차량을 선보일 예정이다.
eM은 모든 전기 승용차 차급을 만들 수 있는 플랫폼으로 1회 충전 시 주행가능 거리가 현재의 전기차 대비 50% 이상 개선된다. 또 레벨 3 이상의 자율주행 기술 적용 및 무선 업데이트 기본화 등을 목표로 한다. eS는 스케이트보드 형태의 유연한 구조로 개발돼 배달·배송과 차량호출 등 기업 간 거래(B2B) 수요에 대응하는 역할을 담당하게 된다.
현대차그룹은 eM과 eS 플랫폼이 현대차그룹의 ‘통합 모듈러 아키텍처(IMA, Integrated Modular Architecture)’ 체계 아래 탄생한다고 밝혔다. IMA는 전기차 핵심 부품을 표준화 및 모듈화한 개발 체계다.
▲ 통합 제어기의 효율성
현대차그룹은 자동차의 제어기도 통합하고 있다. 차량 제어기를 4가지 기능 영역으로 각각 통합시킨 ‘기능 집중형 아키텍처(Domain Centralized Architecture)’를 개발하고, 제어기의 수를 크게 줄여 나갈 계획이다.
기존에는 차량의 각 기능을 업그레이드하기 위해서 제어기의 소프트웨어 시스템을 모두 개별로 수정해야 했는데, 제어기를 통합하면 이를 보다 체계적이고 효율적으로 해결할 수 있다.
인포테인먼트(Infotainment)와 첨단 운전자 보조 시스템(ADAS, Advanced Driver Assistance System) 영역은 각각의 통합 제어기 양산으로 기능을 고도화하고, 2025년까지 전자·편의(Comfort)와 주행성능(Driving) 영역의 제어기도 각각 단계적으로 통합할 예정이다.
▲ iOS-안드로이드 같은 운영체제 ccOS
현대차그룹은 통합 제어기에 최적화된 고사양의 커넥티드 카 운영체제 ccOS(Connected Car Operating System)를 지속적으로 고도화할 계획이다.
현대차그룹이 자체 개발한 ccOS는 모든 제어기에 공용으로 적용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 플랫폼으로 고도의 컴퓨팅 파워를 통해 하드웨어 성능을 최대한으로 끌어낼 수 있다. 커넥티드 카가 생성하는 대량의 정보를 효율적으로 수집하고 처리하기 위해서는 고성능의 반도체도 필요한데, 현대차그룹은 인공지능(AI) 컴퓨팅 선도 기업인 엔비디아(NVIDIA)와 협업해 고성능 정보처리 반도체인 엔비디아 드라이브(NVIDIA DRIVE) 하드웨어를 ccOS에 탑재한다.
엔비디아는 인공지능, 머신러닝, 그래픽 인지 및 처리 분야에서 독보적인 기술력을 보유한 기업으로, 엔비디아 드라이브는 빠른 속도로 대용량의 데이터 연산 처리가 가능하다. 현대차그룹은 2015년 엔비디아와 기술 개발 협약을 체결하고 커넥티드 카 기술을 양산차에 적용하는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차량 제어기 통합과 자체 개발 소프트웨어 플랫폼으로 자율주행 기술 경쟁력도 강화한다.
자율주행 기술을 개발하기 위해서는 차량에 부착된 카메라, 레이더, 라이다 등 여러 센서를 통한 방대한 데이터 수집 능력과 함께 데이터를 빠르게 분석하고 처리하기 위한 소프트웨어 기술이 필요한데, ccOS가 이를 뒷받침한다.
현대차그룹 자율주행사업부장 장웅준 전무는 “현대차그룹은 올해 연말 2세대 통합 제어기를 기반으로 한 자율주행 레벨 3 기술인 고속도로 자율주행(HDP, Highway Driving Pilot) 시스템을 공개한다”며 “아울러 자율주행 레벨 3 수준의 원격 자율주차(RPP, Remote Parking Pilot) 기능도 개발 중”이라고 밝혔다.
현대차그룹은 글로벌 소프트웨어센터를 중심으로 미래 모빌리티와 로지스틱스 시장에 본격적으로 진출하기 위한 소프트웨어 중심의 모빌리티용 디바이스와 솔루션도 개발한다고 선언했다. 미래 모빌리티 제품군을 소프트웨어 중심으로 개발하면 하나의 계정만으로도 미래 항공 모빌리티(AAM, Advanced Air Mobility), 목적 기반 모빌리티(PBV, Purpose Built Vehicle), 로보택시, 로봇 등과도 연동할 수 있다.
현대차그룹은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기술을 융합하고 모빌리티 기술 역량을 고도화·내재화하기 위해 소프트웨어 기술력 강화에 2030년까지 18조 원을 투입하는 등 대대적인 투자에도 나설 계획이다. 구체적으로 ▲커넥티비티, 자율주행 등 신사업 관련 기술 개발 ▲스타트업·연구기관 대상 전략 지분 투자 ▲빅데이터 센터 구축 등에 자본이 투입된다.
현대차그룹 연구개발본부장 박정국 사장은 “새로운 기술 개발과 혁신을 통해 물리적인 한계를 넘어서고 이동 경험을 새롭게 하도록 차의 개념을 다시 정의하겠다”며 “데이터와 소프트웨어 기반으로 제품과 비즈니스를 전환해 모빌리티 패러다임 전환의 주역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100c@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