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카 데 메오(Luca de Meo) 르노 그룹 회장(CEO)이 우리나라를 찾았다. 르노 그룹의 최고위 인사가 우리나라를 찾은 건 2014년 당시 카를로스 곤 회장 이후 8년만이다. 르노코리아자동차는 11일 저녁 서울 강남에서 국내 자동차 담당 기자들을 불러 메오 회장과 간담회를 주선했다.
루카 데 메오 회장이 우리나라를 찾은 가장 큰 이유는 한국 내 르노 생산 기지를 점검하고, 국내 배터리 3사(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 SK이노베이션)와의 미팅도 예정돼 있었기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메오 회장은 한국 기자들 앞에서 몇 가지 이야기를 했지만 확정적 사안으로 보기에는 전제 조건이 많았다. 그나마 비교적 윤곽이 잡힌 내용으로는 "2024년 르노코리아의 부산공장에서 D세그먼트급 하이브리드 신차가 생산된다"는 정도였다. D세그먼트는 중대형급을 지칭하는데, 한국의 자동차 소비자들이 유럽에 비해 큰 차를 선호한다는 취향은 르노그룹에서도 잘 파악하고 있는 내용이다.
한국에 대규모 투자를 할 계획이라는 말도 하기는 했다. 그러나 "추진하고 있는 프로젝트가 잘 진행된다는 전제 아래, 수 억 유로를 투자할 수 있다"는 정도의 멘트였다. 정확히 어느 규모의 자금을 언제까지 집행하겠다는 약속으로 보기에는 모호한 면이 있었다.
다만 스테판 드블레즈 르노코리아자동차 대표이사가 "파트너사인 길리자동차와 르노코리아의 엔지니어들이 새로운 플랫폼 도입을 위해 작업을 시작했기 때문에 르노그룹의 대규모 투자는 이미 시작된 것"이라고 한 말에 빗대보면 '투자 약속'이 빈 말은 아님을 알 수 있다.
이날 간담회에서는 2025년 출시를 목표로 르노코리아자동차가 연구 개발 중인 또다른 신차의 콘셉트 영상도 공개했다.
티저 형태로만 공개돼 정확한 정보는 알 수 없었지만, 실루엣으로 유추해 볼 때 중대형급은 분명했고 세단인지 SUV인지는 불분명했다. 그러나 볼륨으로 볼 때는 SUV에 가깝다는 기자들의 평가가 많았다. 르노의 정책상 전기차일 가능성은 낮았지만 전동화의 흐름을 역행할 수는 없어 최소 하이브리드는 될 것이라는 전망이 많았다.
루카 데 메오 회장은 “한국에서 우리의 위치를 확실히 재정립할 필요가 있다”고 말한 뒤, 이는 르노 그룹이 진행 중인 '르놀루션 플랜'과도 연관성이 있음을 설명했다. 르놀루션의 핵심은 기존의 판매량 중심에서 탈피해 그룹의 모든 역량을 가치 창출에 집중하는 것이라는 점도 강조했다.
이어서 “한국에서 새로운 시작을 위해 몇 가지 원칙을 세웠다”고 말하고, 이는 한국시장에 좋은 제품과 서비스를 제공해 고객 만족을 이루는 것과 르노 그룹의 기본 원칙에 따라 수익성과 경쟁력을 키우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루카 데 메오 회장은 이를 위해 우선 르노코리아자동차 브랜드에 새로운 아이덴티티를 부여할 필요가 있으며, 최근 사명을 르노코리아자동차로 변경한 것도 한국 시장에 대한 르노 그룹의 포부를 반영한 것이라고 말했다. 르노코리아자동차가 이미 여러 고객 만족 조사에서 1위를 차지하고 있지만 새로운 고객 서비스를 선보이는 것에 속도를 높이며 고객 만족에 한 걸음 더 다가갈 것이라고 했다.
2024년 출시 예정의 D세그먼트(중형급) 하이브리드 차량은 최신 볼보 플랫폼을 기반으로 길리그룹과 함께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차가 양산되는 시점을 계기로 한국을 중∙대형급 차량의 핵심 수출 기지로 구축하는 방안을 모색 중이라는 말도 했다. 다만 이를 위해 르노코리아자동차의 수행 능력 확인과 함께, 한국에 수출 기지 구축을 위한 적절한 환경이 확보되어야 함을 강조했다. /100c@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