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흥민(30, 토트넘)이 한층 더 물오른 프리킥 감각으로 월드컵에 나설 수 있을까. 안토니오 콘테 토트넘 감독(53)이 최근 기조를 유지한다면 가능하다.
2022년 카타르월드컵은 현지시간으로 오는 11월 20일 막을 올려 약 한 달간 열린다. 여름이 아닌 겨울에 열리는 첫 번째 월드컵이다. ‘열사의 나라’임을 고려해 내려진 결정이다.
피파 랭킹 28위 한국은 우루과이(14위)-가나(61위)-포르투갈(9위)과 함께 월드컵 조별리그 H조에서 상위 2개 팀에만 주어지는 16강행 티켓을 두고 경쟁한다.
한국시간으로 11월 24일 우루과이와 1차전을 치르는 한국은 28일 가나와 2차전, 12월 3일 포르투갈과 조별리그 최종전을 갖는다.
냉정히 유럽과 남미 강호인 포르투갈과 우루과이전에 나서는 한국의 승리를 점치는 시각은 거의 없다. 랭킹에서 현저히 뒤처질 뿐만 아니라 선수들 면면도 두 국가가 더 화려하기 때문이다.
포르투갈엔 ‘베테랑 공격수’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맨체스터 유나이티드)를 비롯해 주앙 칸셀루, 후벵 디아스, 베르나르두 실바(이상 맨체스터 시티) 등이 있다.
우루과이에도 유명한 선수들이 다수다. 루이스 수아레즈(클루브 나시오날 데 풋볼), 다윈 누녜즈(리버풀), 페데리코 발베르데(레알 마드리드) 등이 떡하니 자리 잡고 있다.
한국 축구대표팀을 이끄는 파울루 벤투 감독이 월드컵에서 이들을 상대로 ‘선수비 후역습’ 카드를 내세울 것이라는 예상은 쉽게 할 수 있다. 2018년 러시아 월드컵 이후 줄곧 한국 지휘봉을 잡아온 벤투 감독은 강팀을 만날 때마다 그래왔다.
'난적' 가나로부터 1승을 가져오고, 포르투갈 혹은 우루과이전에서도 1승을 챙겨 2승을 확보하는 것이 벤투호의 ‘16강행’ 이상적인 시나리오다.
실제 결과를 내기 위해선 한국은 빠른 역습과 더불어 세트피스 상황을 잘 활용해야 한다. 자연스레 전담 키커 손흥민에게 시선이 향할 수밖에 없다.
이런 상황에서 최근 소속팀에서 프리킥 키커로 나선 손흥민의 모습은 벤투호에 긍정적이다.
손흥민은 지난 9일 브라이튼과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EPL) 경기(토트넘 1-0 승)에서 날카로운 프리킥을 선보였다. 콘테 감독은 전반 3분 프리킥을 직접 얻어낸 해리 케인에게 키커 임무를 맡기지 않고 손흥민에게 킥을 차라고 지시했다.
이 경기 직전까지만 하더라도 케인이 토트넘 프리킥을 전담했다.
9월 코스타리카와 국내 A매치에서 손흥민의 환상 프리킥을 보고 “토트넘 전담 키커는 손흥민에게 맡겨야 한다”는 분위기를 콘테 감독이 감지해 내린 결정으로 보인다. 손흥민의 킥력을 전보다 더 높게 산 것이다.
케인 대신 선택받은 손흥민은 프리킥 기회를 골로 연결시키진 못했지만, 날카로운 궤적으로 날아가는 킥을 선보였다. 골키퍼의 슈퍼세이브가 아니었다면 그대로 골망을 갈랐을 위협적인 슈팅이었다. 손흥민은 후반 26분 먼 거리에서 얻어낸 프리킥도 직접 처리했다.
콘테 감독이 앞으로도 손흥민에게 세트피스를 맡길지 더 두고 봐야 하는 상황이지만 손흥민이 키커로 선택받는 순간이 많아진다면 '세트피스 무기'가 필요한 벤투호에 무척 좋은 소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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