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9일 만에 골키퍼 장갑을 낀 노동건(31, 수원 삼성)이 슈퍼매치에서 클린시트를 이뤄냈다.
수원 삼성은 9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하나원큐 K리그1 2022 35라운드 FC서울과 슈퍼매치에서 득점 없이 0-0 무승부를 거뒀다. 이로써 승점 1점을 추가한 수원은 승점 38점을 만들며 10위에 머물렀다.
이날 수원의 골문에는 지난 성남전 허리 부상을 입은 양형모 대신 노동건이 자리했다. 그의 2022년 첫 출전이었다.
약 10개월 만에 경기에 나선 노동건은 뒷문을 책임지며 무실점으로 경기를 마쳤다. 그는 서울의 날카로운 슈팅도 모두 안정적으로 막아내며 팀의 승점 획득에 힘을 보탰다.
경기 후 만난 노동건은 벅찬 마음을 전했다. 그는 “작년 12월 5일 이후로 수원 유니폼을 입고 공식 경기에 뛴 게 오늘이 처음이다. 많이 북받쳤던 것 같다. 기다려주신 팬분들도 있다. 집에서 경기를 초조하게 봤을 아내도 많은 응원을 해줬다. 팬분들께 승리까지 선물해드렸으면 좋았을 텐데 그러지 못해 아쉽다. 그래도 이렇게 올해 마지막 슈퍼매치로 인사드리게 돼서 팬분들께 감사를 전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어 노동건은 "신인도 아닌데 들어가기 전에 많이 긴장됐다. 슈퍼매치기도 하고 팀 사정상 한 경기 한 경기가 매우 중요하다 보니까 부담이 있었다. 그래도 막상 경기장에 들어서니까 내가 10년 넘게 해온 그 경기더라. 동료들도 많이 다독여주고 좋은 말을 해줘서 경기에 몰입할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이병근 감독은 이날 노동건의 활약에 합격점을 내렸다. 그는 "잔 실수는 있었지만, 큰 실수는 없었다. 그런 점은 높이 평가하고 싶다. 다음에도 (양)형모와 더 경쟁시켜봐야 할 필요가 있지 않나 싶다. 오늘 선방도 있었던 만큼, 동건이도 더 자신감을 가졌으면 한다. 동건이의 기용 가능성을 본 경기였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노동건은 자신에게 50점이라는 박한 점수를 매겼다. 그는 “절반, 한 50점 정도 줄 수 있을 것 같다. 감독님도 많은 생각과 고민 끝에 저를 선택해주셨다. 그래도 무실점으로 보답할 수 있었던 것 같아 감사하다. 몇 경기 안 남았는데 더 기회를 주신다면, 더 좋은 모습으로 팀에 보탬이 되고 싶다”고 말했다.
오랫동안 경기에 나서지 못했던 노동건이지만, 언제나 준비는 돼 있었다. 그는 "자신감은 항상 있었다. 어떻게 보면 내게 또 좋은 기회가 오게 됐다. 형모는 정말 좋은 경쟁 상대다. 형모에게도 좋은 파트너가 될 수 있도록 남은 경기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다"고 밝혔다.
뜻깊은 경기를 마친 노동건은 가족들에게도 고마움을 전했다. 그는 "딸도 생각이 나는데 아내 생각이 많이 난다. 저보다 더 긴장해서 울먹임을 참는 게 느껴질 정도였다. 딸은 사실 아직 뭘 모를 나이다(웃음). 작년 경기 이후로 309일 만에 뛰게 됐다. 그동안 옆에서 지켜봤을 가족에게 많이 고맙다"고 진심을 털어놨다.
이어 노동건은 "아내가 가장 힘이 돼줬다. 정말 큰 힘이 됐다. 경기에 못 뛰고 있어도 항상 최고라고 해주고, 기회가 왔을 때 잘할 거라고 이야기해줬다. 갑작스레 기회가 왔을 때도 좋은 말을 해주면서 다독여줬다. 저보다 더 힘들었을 것 같다"라며 "집에 들어가는 순간 축구선수 노동건이 아니라 남편 노동건이 된다. 들어가자마자 한번 안아주고 싶다"고 마음을 전했다.
끝으로 노동건은 "남은 세 경기에서 형모가 복귀할 수도 있고, 내가 뛸 수도 있다. (박)지민이도 경쟁 상대로 있다. 팀적으로는 최고의 컨디션인 선수가 뛰는 게 맞다"라면서도 "만약 내가 선택된다면, 오늘 팬분들께 드리지 못한 승리를 선물하면서 세 경기 모두 클린시트를 이루고 싶다"고 각오를 다졌다. /finekosh@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