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그 우승의 향방을 가른 현대가 더비에 이어서 생존 경쟁이 걸린 슈퍼매치까지. 경기의 명품 조연을 맡아야 할 심판들이 주인공으로 떠올랐다.
수원 삼성과 FC서울은 지난 9일 오후 2시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하나원큐 K리그1 2022 35라운드 슈퍼매치에서 득점 없이 0-0 무승부를 거뒀다.
이로써 승점 1점을 추가한 수원은 승점 38점으로 10위에 머물렀다. 서울 역시 승점 42점을 기록하며 8위 자리를 지켰다.
양 팀 모두 간절하게 준비한 만큼, 90분 내내 치열한 경기가 펼쳐졌다. 수원과 서울 모두 거친 몸싸움도 마다하지 않았다. 선수들은 경기장 곳곳에서 몸을 내던졌다.
그러나 주심의 휘슬은 좀처럼 울리지 않았다. 반칙이 선언될 만한 상황에서도 주심은 지나치도록 관대했다. 선수들은 자연스레 거친 경기를 이어 나갔고, 경기는 점차 과열되기 시작했다.
결국 전반 37분 충돌이 일어났다. 나상호가 코너 플래그 근처에서 공 다툼을 벌이던 도중 김태환의 팔꿈치에 맞아 쓰러졌다. 그러나 이번에도 주심의 휘슬은 잠잠했다. 이어진 상황에서는 김진야가 공을 뺏으려다가 김태환의 정강이를 차며 김태환이 쓰러졌다.
이를 본 전진우가 김진야에게 항의하며 짧은 언쟁이 오갔지만, 주심은 반칙 선언도 없이 스로인으로 경기를 진행할 뿐이었다.
과열된 경기는 장대비에도 식을 줄 몰랐다. 후반 20분에도 양 팀 선수들은 다시 충돌했다. 이기제가 심판의 휘슬 소리를 듣지 못했는지 일류첸코와 계속해서 공중볼 경합을 펼쳤다.
이에 흥분한 일류첸코가 이기제를 두 손으로 강하게 밀쳤고, 이기제 역시 격하게 반응했다. 특별한 상황도 아니었으나 두 선수 모두 감정을 참지 못했다. 직전 상황에서 이상민이 경합 도중 쓰러진 것도 선수들을 더욱 예민하게 만들었다.
주심은 경기 마지막까지도 주인공이 됐다. 그는 오현규가 박스 안에서 윤종규와 몸싸움 도중 넘어지자 지체 없이 시뮬레이션으로 판정하고 옐로카드를 꺼내 들었다. 이날 경기 내내 볼 수 없던 단호한 모습이었다.
이미 경고가 한 장 있던 오현규는 퇴장을 당했다. 그는 좀처럼 경기장을 떠나지 못한 채 억울함을 호소했지만, 온필드 리뷰 끝에도 판정은 번복되지 않았다.
그러나 해당 장면을 다시 살펴보면 오현규로서도 항의할 만한 상황이었다. 분명 오현규와 윤종규 간 접촉은 있었기 때문이다. 페널티킥을 선언하지 않은 것은 충분히 이해가 되지만, 경고까지 꺼내는 것은 너무나 가혹하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이병근 감독도 경기 후 사후 감면을 기대한다며 억울한 심정을 우회적으로 표현했다.
이뿐만 아니라 주심은 경기 내내 휘슬을 아끼는 모습으로 팬들의 원성을 샀다. 수원 팬들과 서울 팬들 모두 한목소리로 "눈을 떠라 심판!"을 외쳤다. 경기 종료 후에는 욕설이 섞인 심판 안티콜까지 울려 퍼졌다. 빗속 혈투의 결말로 삼기에는 너무나 아쉬운 장면이었다.
이번 슈퍼매치뿐만이 아니다. 8일 벌어진 울산과 전북의 현대가 더비에서도 심판이 주인공이 됐다. 올 시즌 우승의 향방이 걸린 중요한 경기였지만, 경기 결과를 떠나 주심의 경기 진행은 논란을 빚었다.
사실 경기는 시작 9분 만에 전북의 흐름으로 기울어질 수 있었다. 설영우가 한교원을 향해 퇴장감에 가까운 위험한 반칙을 저질렀기 때문. 한교원은 날아오는 설영우의 오른발 스터드와 충돌하며 머리에 부상을 입었지만, 주심은 옐로카드를 꺼내 들 뿐이었다.
후반 7분에는 맹성웅도 부상으로 경기장을 빠져나갔다. 그는 무리하게 도전하는 김영권의 무릎에 맞아 쓰러졌고, 결국 더는 경기를 뛰지 못했다. 그럼에도 주심은 옐로카드조차 꺼내 들지 않았다.
당연하게도 현대가 더비 이후에나 슈퍼매치 이후에나 축구 팬들 사이에서는 주심의 판정이 도마 위에 올랐다. 바닥난 체력 속에서도 명승부를 펼친 울산과 전북의 투지, 빗속에서도 돋보였던 수원과 서울의 절박함으로만 가득 채워져도 모자랄 팬들의 이야기를 주심이 흠집낸 것이다.
물론 심판들도 모두 사람인 만큼 실수가 나올 수는 있지만, 심판은 어디까지나 선수들과 팬들을 위한 명품 조연이 돼야 함을 잊어선 안 된다. 선수들이 과열되지 않도록, 거친 반칙이 난무하는 분위기가 되지 않도록 경기를 잘 진행하는 것도 심판의 중요한 역할이다.
팬들이 완벽하고 공명정대한 경기 운영을 바라는 것이 아니다. 김상식 감독의 말처럼 '상식적인 운영'을 바랄 뿐이다. /finekosh@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