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8년 진에어 소속으로 프로생활을 시작한 ‘야하롱’ 이찬주는 신인시절 주목 받았던 실력에 비해 기량을 만개하지 못했던 비운의 선수였다. 승리 DNA가 성장에 중요한 프로 씬인 만큼, LCK 최하위권에 머물렀던 진에어에서의 활동은 이찬주에게 힘든 시기였다. 2018년 ‘테디’ 박진성을 앞세워 묵직한 색깔을 갖췄던 진에어는 2019년 최악의 부진 이후 1군 무대에서 자취를 감췄다.
LCK 플레이오프와 거리가 있던 팀에 있어 줄곧 힘든 프로생활을 했던 이찬주는 2022년 일본 지역의 맹주 DFM으로 이적한 이후 자신의 강점을 다시 찾으면서 커리어 첫 우승과 ‘LOL 월드 챔피언십(롤드컵)’ 진출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았다. 비록 지난 5일 열린 2022 롤드컵 플레이-인 스테이지 최종전에서 중국 강호 RNG를 만나 1-3으로 아쉽게 패배했으나 쉼없이 달려온 이찬주에게 2022년은 최고의 한 해 였을듯 하다.
최종전 이후 OSEN과 온라인 인터뷰에 응한 이찬주는 패배에 대한 아쉬움을 떨치지 못한 모습이었다. 커리어 첫 롤드컵에 대해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순간이다”라고 생각하면서 모든 플레이에 집중한 이찬주는 패배 이후 감정이 북받쳐 올라왔다고 했다.
“오늘 패배하고 나니 프로생활에 대해 얼마나 간절하게 생각했는지 비로소 느꼈다. 1년 간 알찬 경험을 쌓게 해준 팀원, 관계자 모두 고맙다. 덕분에 인생에서 잊지 못할 기억 남긴 것 같다. 정말 고맙고 미안하다.”
감정을 추스린 이찬주는 2022 롤드컵에서 얻은 소중한 경험을 나열했다. 프로 생활을 하며 많은 연습을 해왔지만 이번 대회에서 이찬주가 느낀건 ‘효율성’이다. 연습 과정에서 어떤 마음가짐을 가지는지, 얼마나 효율적으로 시간을 쓰는지 살펴봐야 ‘스텝업’을 할 수 있다는 생각이다. 이찬주는 “열심히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효율적인 시간 투자도 중요한 분야다”고 강조했다.
팀원 간의 솔직한 소통도 이번 대회를 통해 얻어갈 수 있었다. 프로 선수도 사람인 만큼 몇몇 특별한 선수들을 제외하고는 실력의 사이클이 있을 수 밖에 없다. 이찬주는 질책에 대한 감정 소모보다 ‘융화’에 대한 가치를 언급했다. 이찬주는 “좀더 겸손하게, 나의 주장을 살리며 팀에 융화되는 방법이 있었다. 이는 앞으로 내가 고치고 배워나가야 할 점이다”고 덧붙였다.
DFM은 ‘메이저 지역을 위협할 수 있는 팀’이라는 평가처럼 플레이-인 스테이지 최종전까지 진출했다. 디알엑스와 함께 플레이-인 스테이지 최고로 점찍어진 RNG가 아니었다면 충분히 다른 결과를 낼 수 있었다. RNG전을 맞아 이찬주가 준비한 카드는 주도권이다. 이찬주는 “미드 챔피언 간의 구도(상성) 보다 내가 직접 원하는 상황을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했고, 이에 맞춰 경기를 준비했다. 1세트 승리를 이끈 요네도 이에 대한 연장선이다”며 “아울러 상대 강점을 밴픽 단계에서 없애기 위해 노력했다”고 알렸다.
지난 MSI 이후 오랜만에 다시 한국 팬들에게 자신의 모습을 알린 이찬주는 앞으로 발전할 자신과 DFM을 지켜봐달라며 인터뷰를 마무리했다. 이찬주는 “이번 2022 롤드컵에서 기대치가 낮은 팀이었다. 그래도 ‘우리는 약하지 않다, 이길 수 있다’는 마음가짐으로 정말 열심히 준비했다”며 “그래서 아쉽지만 후련한 마음도 있다. 우리 DFM이 나중에는 정말 세계를 놀라게할 수 있는 팀이 됐으면 좋겠다. 앞으로도 많은 응원 부탁드린다”고 전했다. /lisco@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