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징야가 또 한 번 FC서울을 무너뜨렸다. 그의 맹활약 뒤에는 자신에 대한 굳은 믿음이 있었다.
대구FC는 1일 오후 2시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22 하나원큐 K리그1 34라운드에서 FC서울을 3-2로 꺾었다. 세징야가 멀티골을 터트렸고, 제카가 한 골을 보태며 승리를 이끌었다.
이날 승리로 2연승을 달린 대구는 승점 38점(8승 14무 12패)을 만들며 9위 자리를 지켰다. 반면 서울은 직전 라운드에 이어 또다시 대구에 무릎 꿇으며 승점 41점(10승 11무 13패), 8위에 머물렀다.
에이스 세징야의 품격이 빛난 경기였다. 그는 전반 38분 역습 상황에서 환상적인 단독 드리블로 수비 두 명을 떨쳐내며 선제골을 터트렸다. 세징야의 세 경기 연속 득점이었다.
세징야의 활약은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그의 오른발은 1-1로 팽팽히 맞선 후반 15분 또다시 불을 뿜었다. 장성원의 컷백 패스를 받은 세징야는 곧바로 정확한 슈팅으로 멀티골을 뽑아내며 서울을 무너뜨렸다.
경기 후 수훈 선수로 선정된 세징야는 한국말로 "안녕하세요"라며 말문을 열었다. 이후 그는 "서울 원정에서 경기를 하는 것 자체가 어려운 일이다. 우리가 잘 버텨내고 견뎌냈다. 득점 기회가 왔을 때 득점을 했던 것이 끝까지 버틸 수 있는 원동력이 된 것 같다"라며 승리 소감을 전했다.
세징야는 두 번째 골을 터트린 뒤 상의를 벗어 팬들에게 보여주는 세레머니를 펼쳤다. 그는 이에 대해 "큰 의미는 없었다. 다들 알다시피 항상 흥분하고 감정 컨트롤을 잘 못한다. 너무 기분 좋은 상황이 터져서 시그니처 세레머니대로 상의를 벗었다. 팬분들과 함께 기쁜 순간을 나누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이날 승리는 대구의 올 시즌 원정 첫 승이었다. 대구는 앞선 원정 16경기에서 9무 7패에 그치고 있었다. 주장 세징야는 "책임감과 무게감으로 많이 다가왔다. 사실 그것보다도 생존 경쟁을 해야 하기 때문에 홈이든 원정이든 이겨야 한다는 생각이 컸다. 이긴다는 생각으로 준비한 것이 오늘 승리할 수 있었던 요인이 된 것 같다. 파이널라운드 첫 경기에서 승리한 것이 앞으로도 큰 힘이 될 것 같다"고 밝혔다.
경기에 앞서 최원권 감독 대행은 최근 세징야의 몸 상태가 올 시즌을 통틀어 가장 좋다고 이야기했다. 지난 2주간 어떻게 준비했는지 묻자 세징야는 "우선 감독님이 믿음을 주시기 때문에 그 기대에 부응하는 것이 선수의 책임이다. 감사하게 생각한다. 경기를 하다 보면 많으면 서너 명까지 수비가 붙는 상황에서 이겨내야 하는 사명감이 있다. 그래서 피지컬적으로도 멘탈적으로도 항상 강해야 한다. 그런 부분에 초점을 맞춰서 부상이 없는 선 안에서 최선을 다하려 노력했다"고 답했다.
올 시즌 세징야는 부상에 시달리며 힘든 시기를 보냈다. 1989년생인 만큼 그가 다시 부활할 수 없을 것이란 의심도 있었다. 그러나 세징야는 결코 흔들린 적 없었다.
세징야는 "항상 박수갈채를 많이 받을 때나 아닐 때나 나에 대한 믿음을 한 번도 잃지 않았다. 체력적으로만 준비돼 있다면, 언제든지 예전의 모습을 보여줄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것을 증명해야 하는 게 내 임무다. 물론 나이가 들면서 누구나 거쳐야 하는 상황이지만, 체력적 문제나 부상만 없으면 언제든 활약할 수 있도록 훈련하고 있다. 걱정하는 마음은 이해하지만, 보다시피 좋은 경기력을 보여줄 준비가 돼 있다"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대구는 오는 5일 FA컵 준결승에서 서울과 또다시 만난다. 서울을 상대로 두 경기 연속 골 맛을 보며 승리를 이끈 세징야지만, 그는 방심하지 않았다.
세징야는 "서울과 경기를 하는 것 자체가 어렵고 부담스럽다. 더 철저한 준비가 필요하다. 물론 자신감은 갖고 들어갈 것이지만, 오히려 나태해져서는 안 된다. 서울은 큰 팀이고 강팀이기 때문에 언제든지 역전할 수 있는 저력을 지녔다. 단판 승부이기 때문에 누가 실수를 덜 하느냐에 따라 승패가 갈릴 것"이라며 각오를 다졌다. /finekosh@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