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개막을 코앞에 둔 벤투호는 ‘윤곽 잡힌 원팀’이었다. ‘세계 3대 리그’ 스페인 라 리가에서 올 시즌 맹활약하고 있는 이강인(21, 마요르카)의 ‘0분 출전’이 아쉬움 그 이상을 끌어내지 못하는 이유다.
파울루 벤투 감독이 이끄는 한국 남자축구대표팀은 27일 오후 8시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카메룬과 9월 A매치 평가 2차전을 치러 1-0으로 승리했다.
이로써 벤투호는 11월 막을 올리는 카타르 월드컵 전 실전 모의고사 2연전을 모두 마쳤다. 앞서 23일 코스타리카와 1차전을 2-2 무승부로 끝낸 한국은 2번째 평가전에선 이기며 승리의 기운을 안고 카타르로 향한다.
1년 6개월 만에 대표팀에 승선한 이강인이 그라운드에 나서는 모습은 끝내 없었다. 2경기 모두 벤치만 달궜다.
평가전 대비 훈련에서 벤투 감독은 이강인의 활용법을 고민하는 것처럼 보였다. 올 시즌 라리가 개막 후 소속팀에서 꾸준히 선발 기회를 부여받으면서 1골 3도움, 4경기 연속 공격 포인트 소식을 들려준 터라 이강인의 9월 A매치 출전 여부는 화두였다.
맹위를 떨치고 있는 이강인이 대표팀 자원으로 적합한지 실험하지 않을 이유가 없어 보였지만 그의 '0분 출전'엔 분명한 이유가 존재했다.
벤투호는 이미 90% 이상 윤곽이 잡혀있는 팀이란 것이 그 이유다. 그도 그럴 것이 11월 개막하는 카타르 월드컵까지 두 달도 채 남지 않았다. 9월은 선수 조합을 본격적으로 찾는 단계가 아닌 2% 부족한 퍼즐을 잘 맞춰야 하는 시점이다.
그런 측면에서 보면 1년 반 가량 대표팀에서 멀어져 있던 이강인의 출전 불발은 이해하지 못할 부분이 아니다.
오랜 시간 이강인 없이 월드컵을 목표로 선수단을 구성해온 벤투 감독에게 어쩌면 시즌초 이강인의 ‘소속팀 활약’은 애당초 변수가 아니었을지 모른다. 그래도 이강인을 소집해 상태를 살펴봤기에 벤투 감독의 마음이 흔들렸지 않을까 싶었지만 이강인의 ‘0분’ 출전으로 ‘혹시나’는 ‘역시나’였다.
이날 벤투 감독은 빈약하다고 평가받아온 수비형 미드필드 라인과 라이트백을 점검했다. 쉽게 예상을 샀던 부분을 테스트했다. ‘최정예’ 멤버로 치러지는 마지막 평가전에서 벤투 감독은 아주 가까이 마주하고 있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답을 찾아야 했다. 공격형 미드필더 이강인의 교체 카드를 만지지 않은 이유 중 하나다.
3선이 흔들린단 평가를 꾸준히 받았던 벤투호는 수비형 미드필더 정우영(알 사드) 대신 손준호(산둥 루넝)를 내보냈고, ‘무주공산’ 오른쪽 풀백 자리는 코스타리카전에 나섰던 윤종규(FC서울) 대신 김문환(전북 현대)에게 맡겼다. 2% 부족한 부분을 카메룬 전을 통해 살폈다.
그 외 이렇다 할 전술 변화는 찾기 어려웠다. 그렇게 이강인은 벤치를 벗어나지 못했다.
이강인 카드를 꺼내지 않고, 뚜렷한 실험이 필요한 포지션만 점검한 벤투호가 시사하는 것은 확실히 ‘월드컵 멤버’ 틀이 잡혀있단 것이다.
벤투 감독이 “이번 2연전에서 이강인의 출전은 좋은 순간이 아니라고 판단했다”고 말하고 ‘주장’ 손흥민(토트넘)도 “강인이는 정말 좋은 선수이고, 소속팀에서 잘하는 건 맞다. 하지만 강인이만을 위한 팀이 되면 안 된다”고 소신발언을 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천재’ 이강인의 물오른 재능이 대표팀 안에서 녹아들지 못한 것은 충분히 아쉬울 수 있다. 그러나 벤투 체제의 한국은 이미 윤곽이 잡힌 팀이다. ‘아쉬움’ 그 이상은 아무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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