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테니스 간판' 권순우(당진시청, 세계랭킹 121위)가 두 번의 타이브레이크 끝에 힘겨운 승리를 거뒀다. 하지만 표정은 밝았다.
권순우는 27일 서울 올림픽공원 테니스장 센터 코트에서 열린 'ATP 유진투자증권 코리아오픈' 1회전에서 정윤성(의정부시청, 426위)을 세트스코어 2-1(7-6[7-5], 6-7[3-7], 6-1)로 눌렀다.
이 승리로 2회전(16강)에 진출한 권순우는 29일 젠슨 브룩스비(미국, 46위)와 2회전에서 맞붙게 됐다. 권순우는 이번 대회를 통해 시즌 첫 8강을 노린다.
권순우는 경기 후 "스코어를 떠나서 정윤성 선수가 잘했고, 나도 컨디션이 좋아 좋은 경기를 했던 것에 만족한다"면서 "정윤성 선수는 원래 예전부터 잘하던 선수이고 또 내가 상위에 있다고 생각하지 않고 있기 때문에 부담이 없었다"고 소감을 밝혔다.
권순우는 "첫 세트는 내가 포인트 관리를 잘했다고 생각하고, 2세트는 내가 기회를 놓치면서 정윤성 선수가 포인트 관리를 잘했다. 3세트에서 정윤성 선수의 집중력이 떨어지는 것이 보여 좀 더 타이트하게 플레이를 했던 것이 이유인 것 같다"고 두 번이나 타이브레이크 접전을 펼친 것에 대해 설명했다.
또 "예전에도 첫 세트를 이기고, 두 번째 세트를 브레이크하면서 서빙 포더 매치로 깔끔하게 끝내는 적이 많지 않았다. 그래서 불안했었고, 실제로 브레이크를 당했지만 최대한 평정심을 찾으려고 노력했다. '두 번째 세트를 져도 세 번째 세트가 있으니 괜찮다'라는 생각으로 경기에 임하면서 위기를 극복했다"고 덧붙였다.
권순우는 "예전 같으면 1세트를 이겼다가 2세트에서 빼앗긴 상황에서 멘탈이 많이 무너졌을 것 같다. 그렇지만 큰 경기를 다니면서 평정심이 중요하다는 것을 알았고, 서브 게임을 뺏겨도 자신 있게 평정감을 가질 수 있었다"고 경험의 중요성을 강조하기도 했다.
권순우는 후배 정윤성과 경기에 대해 "정윤성 선수는 원래 예전부터 잘하던 선수이고 또 내가 상위에 있다고 생각하지 않고 있기 때문에 부담이 없었다"면서도 "예전에는 우리 둘 다 감정적이고 평정심을 많이 잃곤 했는데, 오늘은 서로 매너를 지키며 좋은 경기를 해냈다. 감히 평가하기 어렵지만 그런 부분에 대해 많이 좋아졌더라고 칭찬하고 싶다"고 칭찬했다.
또 권순우는 정윤성에 대해 "플레이 하는데 여유가 좀 더 있던 모습이 달라진 모습"이라면서 "서로 서브 방향도 잘 알고, 스트로크에 대해서도 잘 알았기 때문에 나도 처음부터 쉽지 않을 것이라 예상했다. 그렇지만 서로 오래 전부터 연습했기 때문에 또 좋은 경기 모습을 보여줄 수 있었던 것 같다"고 웃어보였다.
ATP 공식 기록에 따르면 이날 권순우의 서브 최고 속도는 201km/h, 정윤성은 216km/h였다. 이에 권순우는 "개인적으로 서브 스피드에 집중하는 편은 아니다. 조코비치, 나달, 페더러, 니시코리 같은 탑 선수도 210, 220 km대로 나오진 않더라. 아시아 출신 선수로서 서브의 스피드보다는 체력적인 조건 차이가 더 크기 때문에 서브 스피드에 집중하기 보다는 오히려 첫 서브 확률을 높이고 플레이스먼트를 만드는 것이 외국 선수를 이기는 비결이라고 생각한다. 오늘 경기 중 서브 스피드에 대한 답변은 어렵다"고 말했다.
권순우는 경기 중 "집중해야 돼, 집중해야 돼"라는 말을 되뇌었다. 이에 그는 "머릿속으로 하는 것보다 말로 그런 말을 내뱉는 것이 더 집중되더라. 내가 리드하다가 뺏긴 상황이라 내가 더 집중을 해야 하는 상황이었고 흔들리는 타이밍도 있었지만 집중라라는 말로 되새기던 게 도움이 됐다"고 설명했다.
이날 경기장 분위기에 대해 "평일인데도 관중들이 생각보다 많이 와서 응원해주신 덕분에 이길 수 있었다. 팬들에게 감사하다. 내일도 많이 와서 응원 부탁드린다"고 밝혔다.
한편 권순우는 2회전 상대 브룩스비에 대해서는 "윔블던에서 브룩스비 선수와 연습경기도 해봤고, 투어 다니면서 그 선수의 경기도 많이 봤다"면서 "공이 세거나 하진 않지만 플레이하기에는 까다로운 스타일의 선수다. 그래서 2회전 경기도 어려운 경기를 예상한다"고 담담해 했다. /letmeout@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