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로스바를 때린 순간 들린 함성, 정말 소름 돋았어요."
부천FC1995는 24일 오후 4시 부천종합운동장에서 김포FC와 ‘하나원큐 K리그2 2022’ 41라운드 홈경기를 치러 0-1로 패배했다.
갈 길이 바쁜 부천은 아쉽게 패배하며 승점 획득에 실패, 리그 4위(승점 60점)에 머물렀다. 하지만 축하할 일도 있었다.
바로 '작은 김규민(19)'의 K리그 데뷔전이다. 등번호 35번을 달고 후반 33분 요르만과 교체로 투입된 김규민은 지난 2015년 부천 U-12팀에 입단한 후 연령별 팀을 차례로 거쳐 이번 경기 교체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득점이 절실하던 순간 투입된 김규민은 시종일관 김포의 수비를 괴롭혔다. 특히 후반 43분 박스 안에서 공을 잡은 김규민은 강력한 오른발 슈팅을 날렸고 김규민이 발을 떠난 공은 크로스바를 강타했다.
끝이 아니었다. 김규민은 후반 추가시간 '큰 김규민'이 올려준 크로스를 재빠른 침투 후 슈팅으로 연결했지만, 아쉽게 골문을 빗나갔다. '작은 김규민'의 움직임 하나하나를 눈여겨보던 홈 팬들은 모두 자리에 일어서 머리를 감싸 쥐었다.
경기 종료 후 믹스트존에서 OSEN과 만난 김규민은 "경기장에 들어가기 전에는 정말 떨렸다. 하지만 투입 이후에는 현장 분위기에 적응해 떨림이 멈췄다. 축구하는 동안 이 경기가 정말 기억에 많이 날 것 같다"라며 리그 데뷔전을 치른 소감을 밝혔다.
김규민은 "이번 경기에서 크로스바를 맞췄다. 그때 들린 함성 소리에 소름이 돋았다. 제 이름을 불러주셨는데 신기하고 좋았다. 덕분에 더 힘내 뛸 수 있었다"라며 당시 기분을 전했다.
부천에는 김규민이 한 명 더 있다. 2000년생 김규민으로 등번호 17번을 달고 활약하는 풀백이다. 팀 내에서는 이 둘을 어떻게 호명할까. 김규민은 "규민이 형은 '큰 규민', 나이가 어린 저는 '작은 규민'으로 불리고 있다"라고 말했다.
김규민은 "어릴 때부터 여기서 볼 보이를 했다. 경기를 바로 앞에서 보며 '프로에 올라가 꼭 뛰고 싶다'라는 생각을 했다. 이번 경기에서 이뤄져 너무 기쁘다"라며 떨리는 목소리로 소감을 전했다.
어린 시절 지켜보며 닮고 싶은 선수는 누구였을까. 김규민은 지난 2015년 부천에서 활약했던 조제 알미르를 언급했다. 그는 "어릴 때 봤던 외국인 공격수 알미르가 기억에 남는다. 닮고 싶었다"라며 "지금은 (박)창준이 형을 보고 닮으려 한다"라고 답했다.
크로스바를 때린 슈팅이 아쉽진 않았을까. 그는 "정말 많이 생각날 것 같다. 크로스바에 맞은 슈팅은 닐손(주니어)이 리턴을 너무 잘 내줘 바로 슈팅으로 연결할 수 있었다. 꿈에 나올 것 같다. 너무 아쉽다"라며 아쉬움을 감추지 못했다.
김규민은 "이영민 감독님이 투입하기 전에 떨리냐고 물어보셨다. 떨린다고 답했다. 긴장하지 말고 하던 대로만 하면 다 통한다고 말씀하셨다. 0-1로 끌려가자 데뷔전을 치르기 어려울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감독님은 기회를 주셨고 더 열심히 뛰었다"라며 이영민 감독과 대화 내용을 전했다.
2015년부터 벌써 7년째 부천에 몸담고 있는 김규민이다. 그는 "부천 응원가 중 입장곡을 가장 좋아한다. 지난 2016년 FC 서울과 치른 FA컵 4강 경기를 현장에서 봤는데 홍염이 터졌다. 그때 함께 나온 이 곡이 무척 마음에 들었다"라며 팀을 향한 남다른 애정을 드러내기도 했다.
마지막으로 김규민은 "앞으로 볼 터치 하나하나에 관중을 열광시킬 수 있는 선수가 되고 싶다"라는 포부를 밝혔다. /reccos23@osen.co.kr
[사진] 부천FC1995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