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시적인 결과보다 선수의 성장에 초첨 맞춰야" U20 국가대표 배출한 여의도고 황득하 감독의 지도철학 [오!쎈 인터뷰]
OSEN 서정환 기자
발행 2022.09.14 16: 41

국내 아마추어 축구에서 꾸준히 좋은 성적을 내면서 좋은 선수까지 같이 육성할 수 있을까. 
그렇다. 여의도고등학교가 모범사례다. 여의도고는 지난해 부산MBC 전국 대회에서 준우승을 차지했고, 올해 백록기 전국 대회에서 8강 이상 성적을 내며 꾸준히 전국대회에서 돌풍을 일으키는 팀이다.
현재 여의도고를 이끌고 있는 황득하 감독은 수원 삼성 팬들에게는 잘 알려진 매탄고 창단 감독이다. 매탄고를 이끌 당시 권창훈, 구자룡, 이종성 등 좋은 선수를 발굴하고 유스 시스템을 발전시킨 인물로 알려져 있다. 2014년 여의도고 선수들이 대거 빠져나가 선수단 인원이 14명이 되었을 어려운 시기에 황득하 감독은 다시 한번 여의도고로 돌아와 팀을 맡았다.

경기 때 선수 명단을 짜는 것조차 어려웠던 팀은 전반적인 시스템 변화와 선수단 규칙 등을 재정립하며 좋은 선수들을 데려올 수 있었다. 최근에는 여의도고 출신의 정승배(18, 한남대)가 U20 대표팀 명단에 발탁되며 결실을 맺었다. 여의도고와 황득하 감독은 분명 고등학교 축구계에 새로운 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황득하 감독을 통해 여의도고등학교 축구부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 여의도고 부임 후 팀을 어떻게 바꿨는지 자세히 설명 부탁드린다.
▲ 2014년 당시만 해도 선수단 내 선후배 관계가 엄격했고 훈련 부분에 있어서도 새벽훈련 및 많이 뛰는 훈련 방식을 사용했다. 선수들이 훈련 이외에도 경기 때 선심을 보거나 영상을 촬영하는 불필요한 부분을 너무 많이 했다. 이런 부분을 전부 없애고 또 딱딱한 위계질서를 바꾸는 문화를 만든다면 선수들이 훈련에 집중할 수 있고 더 좋은 선수들이 팀에 들어올 수 있다고 확신했다. 자율성 속의 원칙을 강조했다. 훈련은 하루에 최대 2시간 30분을 넘기지 않았고 나머지 시간에는 선수들이 휴식을 할 수 있도록 했다. 취침시간 외에는 휴대폰을 따로 걷지 않았고 신입생들이 선배의 청소나 빨래를 하는 것을 금지했다.
- 여의도고만의 특별한 방향성이 있는 것 같다. 훈련은 어떤 방식으로 진행되는지?
▲ 우리 학교는 국립학교이다 보니 클럽 유스팀과 비교했을 때 모두 A+ 선수들은 아니다. 하지만 감독으로써 이 선수들을 어느 정도 수준까지 올려줘야 한다는 책임감이 있다. 차범근 감독님께서 강조하셨던 너무 많은 훈련량은 어린 선수를 망칠 수 있다는 부분과 새벽에 일어나서 운동장을 뛰는 등의 불필요한 부분을 줄이려고 노력했다. 대신 모든 훈련은 볼과 같이 할 수 있도록 프로그램을 만들었고 전술과 체력을 통합적으로 쌓을 수 있는 방향성을 가지고 하고 있다. 전술적으로 공격을 할 때 밑에서부터 공을 어떻게 갖고 나와서 주도할 것인지 또 수비는 전방에서부터 어떻게 공격수들이 수비의 시작점이 되어 어느 방향으로 볼을 몰아야 되는지 등을 선수들로 하여금 생각할 수 있도록 이야기해주고 있다.
항상 모든 훈련은 계획적으로 이뤄진다. 주간 계획표 안에서 스피드, 슈팅, 전술 등 하루에 한 두가지 테마의 훈련을 진행한다. 볼을 받을 때 어깨의 위치, 바라보아야 하는 시야 등 디테일한 부분까지 신경쓴다. 우리 팀은 영상 분석을 활용해서 훈련에 많이 녹이는 편이다. 한 경기가 끝나면 약 80정도의 장면으로 쪼개어 편집한다. 각 장면 상황마다 선수들에게 피드백을 해줄 수 있도록 준비하고 이런 것들이 쌓이다 보니 선수들 본인들도 지난번 경기와 비교했을 때 어떤 부분이 더 개선되고 발전되는지 스스로 느낄 수 있다.
- 선수들의 전술 이해 능력이 많이 향상이 될 것 같은데?
▲ 수비적인 부분에서 많은 향상이 있다. 라인 조율과 역습 타이밍에 대한 인식이 잘 자리 잡았다. 수비를 할 줄 아는 선수가 되어야 대성하는 선수가 된다. 대표적으로 매탄고 출신으로 현재 스위스에서 뛰고 있는 정상빈 같은 선수를 보면 앞에서부터 수비를 참 열심히 해주고 또 잘한다.
- 작년 부산 MBC 전국고교 대회 준우승을 거뒀다. 올해도 백록기에서 8강 진출하며 팀 성적도 발전하고 있다. 감독님과 선수들의 꾸준한 노력일 결실을 맺었는데?
▲ 전반적으로 팀 수준이 많이 발전하고 있다. 우승 까지는 못했지만 창피하지 않을 정도로 열심히 하고 있고 또 선수들도 잘 따라와준다. 확실히 준우승 이후에는 좋은 선수들이 많이 들어왔고 내년서부터는 우승 경쟁까지는 아니지만 4강권에 도전할 수 있을 거라고 조심스럽게 예상하고 있다. 또 학교에서 전폭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는다. 최근에는 약 2억원을 들여 프로팀 수준에 버금가는 웨이트 훈련장을 완공했다. 선수들이 본인 이름을 시스템에 등록하면 일주일 치 웨이트 훈련 데이터가 나올 수 있는 디지털 부스 등 현대식으로 너무 잘 만들었다.
- 학교의 전폭적인 지원을 설명한다면?
▲ 감사하게도 우리 학교는 축구부를 상당히 자랑스러워 한다. 보통의 경우 일반 학생들과 선수들을 분리하기 위해 축구부를 학교 외곽에 배치하는 경우가 있는데 우리 여의도고는 정문에 있는 건물이 축구부가 사용하는 건물이다. 선수단 숙소와 웨이트 훈련장 그리고 식당과 실내 체육관까지 모두 한 건물에 위치해 있다. 최근에는 교내 테니스장을 리모델링해서 풋살장으로 변경할 계획을 가지고 있다고 들었다. 전병화 교장선생님을 비롯해 왕우진 체육부장님, 이의준 축구부장님 이렇게 세 분이 정말 많이 도와주신다. 일반 학생들과 축구부 선수들이 함께 공존할 수 있는 모델을 계속 모색중이다.
- 최근 U20 대표팀에 여의도고 출신 제자 정승배가 선발됐다. 제자의 성공을 보고 뿌듯하실 것 같은데?
▲ 정승배의 경우 대전 클럽 산하 유스팀 출신이다. 비교적 작은 체구 때문에 많은 시합을 뛰지 못했지만 단번에 이 아이가 볼을 다룰 줄 아는 선수라는걸 파악했다. 여의도고에 합류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노력했고 또 정승배도 이곳에서 절박한 마음으로 훈련했다. 경기에서는 본인이 수비형 미드필더이지만 공격과 수비 세트피스까지 전담하며 팀 전체를 이끌었다. 대학에 올라가서는 공격수로 뛰고 있는데 득점을 많이 하고 있다고 들었다. 더 잘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이런 제자의 성공은 개인적으로도 기쁘지만 현재 우리 여의도고에 있는 선수들에게 커다란 동기부여를 준다. “나도 노력하면 청소년 대표가 될 수 있구나”라는 꿈을 키워주는 것이기 때문이다.
- 선수들에게 어떤 지도자로 기억되고 싶은지? 지도자로서 꿈과 목표는 무엇인지도 궁금하다.
▲ 선수들을 많이 사랑해주고 예뻐해주고 싶다. 개인적인 소망이 있다면 따뜻한 지도자이면서 실력도 있는 지도자로 기억되고 싶다. 작년에 AFC/KFA P급 교육을 받았다. 프로팀 감독 욕심이 없다면 거짓말 이겠지만 A팀 보다는 B팀을 맡아 어린 선수들을 잘 교육하고 육성시켜 A팀으로 올려 보낼 수 있는 그런 지도자가 되고 싶다. 비록 적지 않은 나이이지만 나에게 만약 기회가 온다면 잡고 싶고 또 자신 있게 해보고 싶다. / jasonseo34@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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