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강인 월드컵 선발논란’ 지금 아니면 의미없다…그리고 뽑아야 한다 [서정환의 사자후]
OSEN 서정환 기자
발행 2022.09.11 06: 41

‘천재’ 이강인(21, 마요르카)을 카타르 월드컵대표팀에 뽑을지 말지는 전적으로 파울루 벤투 감독의 마음이다. 하지만 최소 지금 논의를 하지 않으면 너무 늦기에 반드시 해야 한다.
마요르카는 11일 오후 9시 스페인 마드리드 산티아고 베르나베우에서 개최되는 ‘2022-2023시즌 라리가 5라운드’ 레알 마드리드전을 치른다. 승점 5점의 마요르카는 리그 11위고 레알 마드리드(승점 12점)는 리그 선두다. 이강인은 라리가 최강팀을 상대로 4경기 연속 공격포인트 달성에 도전한다.
단순히 이강인이 골을 넣고 도움을 올리냐 마느냐의 단순한 문제가 아니라 그의 폼을 봐야한다. 한국선수가 프리메라리가에서 팀의 전력을 좌지우지할 정도로 영향력이 크다면 국가대표 감독은 당연히 지켜봐야할 의무가 있다. 감독의 전술과 스타일을 떠나서 이 정도 레벨의 선수를 대표팀에 유리하게 활용하지 못한다면 그것은 순전히 지도자의 역량에 문제가 있다고 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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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9월에 못 뽑히면 카타르행 기회는 없다.
대한축구협회는 9월 국내서 치를 코스타리카, 카메룬과 평가전 소집멤버를 오는 12일 발표한다. 벤투 감독이 월드컵을 앞두고 치르는 마지막 모의고사다. 벤투가 팀의 전술과 세팅을 대부분 마쳤고, 최종점검을 하는 자리다. 여기서도 이강인이 탈락한다면 벤투 감독의 마음에 이강인의 존재감은 1%도 없다고 봐도 무방할 것이다. 이승우가 그랬듯 이강인도 월드컵에 갈 일말의 가능성조차 접어야 한다.
벤투 감독이 이강인을 당장 뽑아서 주전으로 써야 한다는 말이 아니다. 적어도 저 정도 폼을 가진 선수가 있다면 대표팀에서 어떻게 써먹을 수 있을지 벤투 감독이 깊게 고민하고 실험하는 과정 정도는 반드시 필요하다는 말이다. 그래야 대표팀 내부에서도 주전경쟁에 대한 건전한 분위기가 조성될 수 있다. 역대 월드컵대표팀에서도 베스트11이 일찌감치 정해진 팀 치고 좋은 성적을 거둔 경우가 거의 없었다.
어차피 12일 발표하는 명단에서 이강인이 제외된다면 그의 대표팀 선발논란도 자연스럽게 사라질 것이다. 더 말해봐야 의미가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가능성이 1%라도 남아있는 바로 지금 이 논의가 공론화 돼야 하고 진지하게 진행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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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월드컵 엔트리 3명 늘어났다. 비슷한 선수만 더 뽑아서 무슨 의미가 있나?
보수적인 벤투 감독의 성향을 고려할 때 이번에도 이강인의 발탁은 쉽지 않아 보인다. 이강인은 지난 2021년 3월 일본에 0-3로 참패한 요코하마 참사를 마지막으로 대표팀에 선발되지 못하고 있다. 당시 벤투는 이강인을 제로톱으로 쓰는 전술적 패착으로 대패의 빌미를 줬다.
다만 변수가 있다. FIFA가 코로나 상황을 고려해 월드컵 엔트리를 기존 23명에서 26명으로 늘렸다. 벤투 감독이 추가로 3명을 더 뽑아야 한다는 의미다. 기왕 뽑을 거라면 후반에 조커로 투입해 확실한 차이를 만들 수 있는 선수를 데려가야 한다. 그 선수가 이강인이다.
세계최고무대에서 거친 압박을 견뎌가면서 전방으로 한 번에 골로 연결될 수 있는 날카로운 패스를 뿌리는 선수가 바로 이강인이다. 그는 프리킥과 코너킥 등에서 날카로운 킥을 날려 마요르카 전술의 핵심을 담당하고 있다.
한국이 월드컵에서 만날 강호 우루과이와 포르투갈을 상대로 벤투 감독이 추구하는 점유율 축구를 할 수 있다고 보는 전문가들은 거의 없다. 결국 경기내내 수세에 몰린 한국은 역습에서 달려나가는 손흥민에게 제대로 된 전방패스를 뿌려줄 선수가 필요하다. 그가 바로 이강인이다. 적어도 패스능력에서는 이강인을 따라갈 선수가 없다는 것은 누구나 아는 사실이다. 비슷한 스타일의 선수만 뽑아가서 의미 없는 교체를 하느니 전술적 다양함을 위해서라도 차별화된 능력을 가진 이강인을 카타르에 데려가는 편이 훨씬 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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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월드컵, 단 1초도 못 뛰어도 경험한 것만으로 재산이다.
이강인이 극적으로 월드컵대표팀에 뽑혀 실전에서 단 1초도 뛰지 못한다 해도 그 나름대로의 이익은 있다. 과거에도 23인 엔트리에 뽑혔지만 월드컵에 출전하지 못했던 선수들은 많았다. 4강 신화를 달성한 2002년 한일월드컵에서 핵심전력들은 ‘닝겔투혼’을 불사했다. 하지만 현영민 현대고 감독은 거스 히딩크 감독에게 단 1초도 기회를 얻지 못했다. 그렇다고 4강 신화에 기여한 현영민 감독의 공로가 폄하돼서는 안된다.
누구나 꿈꾸는 무대 월드컵을 경험한 것만으로 선수 본인에게 엄청난 동기부여와 자산이 된다. 고등학생 신분으로 1998년 프랑스 월드컵을 경험했던 이동국은 나중에 한국축구 레전드로 성장했다. 어차피 월드컵에서 엔트리 선수 전원을 고르게 활용하지 못한다면 한국축구 미래를 위해 다음 세대 주역인 이강인에게 마지막 자리를 주는 것이 낫지 않은가. 계약기간이 월드컵 본선까지인 벤투 감독이 과연 한국축구의 미래를 위한 결정을 내릴지 관심이 쏠린다. / jasonseo34@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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