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로 3년 만에 치러진 최고 수준의 국제 경주 제5회 ‘코리아컵(IG3, 1,800m)’과 ‘코리아스프린트(IG3, 1,200m)’의 주인공은 바로 우리 대한민국의 경주마들이었다. 우리나라는 지난 2019년에 이어 두 경주 모두 2연패를 달성하며 해외 경주마들과의 격전 속에서도 정상에 우뚝 서는 기염을 토했다.
4일 일요일 서울경마공원은 태풍 ‘힌남노’의 북상으로 날씨는 흐렸으나 열기는 그 어느 때보다 뜨거웠다. 특히 우리나라 경주마들이 경주로에 출전할 때는 박수 소리와 함성이 끊이질 않았다. 이날 현장을 찾은 이용객들은 출전국들의 국기를 흔들며 응원전을 펼치는 등 우리나라를 찾은 해외 경마 관계자들의 방문을 축하했다.
이처럼 진정한 세계인의 축제로 거듭난 ‘코리아컵’과 ‘코리아스프린트’에 싱가포르, 영국, 일본 등 각국을 대표해 출전한 경주마들 역시 만만치 않은 기량을 선보였으나 두 경주 모두 막판 역전승으로 우리나라 경주마들이 짜릿한 우승을 따냈다.
이날 행사에는 필립 터너 주한 뉴질랜드 대사, 아이린 림 싱가포르 터프클럽 회장, 사이먼 릉 싱가포르 발매공사 CPO 등이 현장을 찾아 출전 관계자들을 격려하고 우리나라 경마 팬들에게도 인사를 전하며 코리아컵의 성공적인 개최를 축하했다.
▲코리아스프린트(IG3, 서울 제7경주, 1,200m, 혼OPEN, 3세 이상, 총상금 10억 원)
- 불리한 조건에서도 극적인 반마신차 역전승 이룬 ‘어마어마(수, 미국, 5세, 레이팅133(국제110), ㈜나스카 마주, 송문길 조교사, 문세영 기수)’가 보여준 명승부!
우선 코리아스프린트는 1,200m 단거리 경주인 만큼 스타트가 관건이었는데, 맨 처음 싱가포르의 '셀라비'가 앞서 나왔고 선행마인 일본의 '랩터스'도 곧바로 치고 나오며 선두로 나섰다. 가장 바깥쪽 번호였던 '어마어마'도 문세영 기수와 함께 외곽에서 점차 3위로 올라오며 무서운 기세로 따라잡았다. 그리고 마지막 직선주로에서 ’어마어마‘가 지칠 줄 모르는 질주로 2위까지 따라잡으며 '랩터스'의 뒤를 바짝 쫓았다.
하지만 거의 '랩터스'가 우승을 굳히는 찰나, 결승선을 목전에 남겨 두고 '어마어마'가 '랩터스'를 제치면서 짜릿한 역전승을 거두었다. 끝 번호 게이트라는 불리한 조건 속에서도 완성한 결과로 기록은 1분 11초 2였다. 불과 반 마신차로 결정된 한·일 승부의 결과는 우리나라의 승리였다. 그 외에도 국산 암말 대표 4번 '라온퍼스트'가 3위, 10번의 '대한질주'가 4위로 들어오면서 우리나라 대표 말들이 외국마들과 경주에서 뒤지지 않는 실력을 뽐냈다.
송문길 조교사는 “번호가 안 좋아서 너무 쫄깃쫄깃하고 불안불안했지만 말 컨디션이 워낙 좋고 문세영 기수가 잘 타줘서 1등을 한 것 같다”며 “올림픽에서 금메달 딴 기분”이라는 소감을 밝혔다. 문세영 기수는 “어떤 경주 전개를 생각하지도 않고 말이 열심히만 뛰어줬으면 좋겠다고 생각했고 일본의 '랩터스'를 사정권에서 놓치지 말아야겠다고만 생각했다”며, “외국 경주마들과 경쟁에서 한번 멋진 승부를 보여주고 싶었는데 너무나 좋은 결과를 얻어서 기쁘다”고 말했다.
▲코리아컵(IG3, 서울 제8경주, 1,800m, 혼OPEN, 3세 이상, 총상금 10억 원)
- 부산경남의 대들보 '위너스맨(수, 한국, 4세, 레이팅132(국제109), 이경희 마주, 최기홍 조교사, 서승운 기수)'이 보여준 또 하나의 감동
우리나라의 '라온더파이터'가 시작부터 바깥에서 안쪽으로 찔러 들어오며 홍콩의 '킹스실드'와 초반 선두권을 형성했고, 강력한 일본의 기대주 '세키후'도 따라 붙었다. 곧이어 '라온더파이터'를 선두로 '세키후', '석세스마초' 순으로 경주가 진행됐고, 스프린트와 마찬가지로 1, 2위에 한일전이 예상되었다. 그러나 후반 ’위너스맨‘, ’행복왕자‘가 서서히 순위를 끌어올렸고, 마지막 직선주로에서 ’위너스맨‘이 무서운 속도로 뒤쫓으며 '세키후'를 제쳤다.
결국 마지막 승부는 '라온더파이터'와 '위너스맨'의 대결. 우리나라의 우승이 확정된 가운데, 최종 승리는 서승운 기수와의 찰떡 호흡으로 스테이어(Stayer) 시리즈를 정복한 국산마의 자존심 '위너스맨'에게 돌아갔다. '위너스맨'과 '라온더파이터', 서울과 부산경남을 대표하는 경주마들의 첫 맞대결 승자는 '위너스맨'이었다. 기록은 1분 53초 1. 3위 '세키후'를 제외하면 4위와 5위를 각각 우리나라의 '킹오브더매치'와 '행복왕자'가 차지하며 대한민국 경주마들이 순위권을 휩쓸었다.
코리아컵에 첫 도전한 최기홍 조교사는 “초반에 볼 때는 우승은 생각을 못했는데, 마지막에 일본마 ’세키후‘를 제친 이후에는 이길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다”며 “위너스맨도 잘 뛰어줬고 서승운 기수가 영리한 플레이를 해줘서 우승할 수 있었다”고 기쁜 소감을 전했다. 서승운 기수는 “국제대회에서 우승했다는 것이 정말 영광스럽고, 더욱 뜻깊은 경주였던 것 같다”면서 “사실 즐기면서 탔는데, 말도 잘 뛰어줘서 우승할 수 있었다”고 말하며 미소를 보였다.
한편 한국마사회는 이번 ‘코리아컵’, ‘코리아스프린트’ 개최를 기념하여 단체 응원전과 ‘우승마를 맞혀라’ 이벤트, 말마 프렌즈(Malma Friends) 캐릭터 굿즈 증정, 전통 놀이 행사 등 풍성한 행사를 진행하고 태권도 퍼포먼스, 마칭밴드 퍼레이드 등 축하 공연을 꾸리며 축제 분위기를 뜨겁게 달궜다. 이날 서울 경마공원에는 약 2만 8000여 명이 모여 열렬한 응원을 펼쳤고 우리나라 대표 경주마들이 우승을 독차지하며 성황리에 대회를 마쳤다.
제5회 코리아컵·코리아스프린트는 사상 최대 규모인 전 세계 17개국으로 수출되며 역대 최고 매출액 달성이 기대되고 있다. 또한 그간 자국 말이 출전하는 국제경주만 수입했던 홍콩에 3개의 일반경주까지 추가 수출되는 쾌거를 기록하며, 앞으로 한국 경주 수출의 외연을 더욱 확장하는 이정표를 세웠다고 할 수 있다.
한국마사회 정기환 회장은 “코리아컵과 코리아스프린트를 찾아준 해외 경마 시행체, 출전마 관계자들에게 감사드리며 흐린 날씨에도 서울경마공원에서 우리 경주마를 응원해주신 고객들에게도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며 “3년 만에 성공적으로 마무리된 국제 경주의 명맥을 이어 나가 세계무대에서 최고의 경마 대회로 만들어 가는 데 앞으로도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letmeout@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