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홍윤표 선임기자] 『근대서지』는 근대서지학회(회장 오영식)가 펴내는 ‘근대 시기 관련 문서와 서지를 다루는’ 반년간 잡지이다.
근대서지학회는 “‘근대서지’의 장르 속에서, 앞으로 근대서지학은 그것을 구성하는 자료들에 대한 올바른 이해와 평가가 필요하며, 동시에 체계적인 서지 연구를 위해 관련 분야의 수집가와 분석가 그리고 폭넓은 관심자들 간의 공동연구가 필요하다. ‘근대서지연구회(학회)’는 이러한 공동연구의 필요성 때문에 함께 어울려 발걸음을 내디뎠다.”는 창립 취지로 2009년 가을에 설립했다.
근대서지학회는 그동안 ‘다양한 분야의 근대 서지자료를 체계적으로 발굴, 해석하고 사회적으로 소통시킴으로써, 폭넓고 정확한 자료의 토대 위에서 근대에 대한 이해와 연구에 일조하기 위해’ 『근대서지』를 매개로 수집가와 연구자의 가교역을 충실히 해왔다.
오영식 근대서지학회 회장이 “인문학이 바로 서려면 그 기초인 서지학이 탄탄히 자리 잡아야 한다. 그래서 근대 문헌 수집가와 연구자를 연계하여, 서지 연구가 가능하도록 『근대서지』라는 학회지를 발간해 왔다”고 한 것도 바로 그런 맥락이다.
실증 자료를 토대로 일반 서지와 매체, 문학과 예술, 역사문화 서지는 물론 북한 미술과 문학 서지를 폭넓게 다루는 『근대서지』가 ‘드디어’ 최근 통권 25호를 펴냈다.
오영식 회장은 25호의 발간에 즈음, ‘서 말의 구슬을 꿰는 자리’라는 발간사를 통해 “드디어 『근대서지』 25호를 낸다. 예사롭지 않게 ‘드디어’라 하였다”며 그 까닭으로 25호부터 학회가 직접 제작하게 된 사실과 한국연구재단에 등재후보지 신청을 마쳤음을 알렸다.
이는 소명출판사의 도움으로 2010년에 첫 호를 낸 이후 12년 동안 단 한호도 거르지 않고 꾸준하게 발행된 『근대서지』가 특정한 출판사 의존에서 벗어나 비로소 ‘홀로서기’에 나서 ‘독립선언’을 한 것이나 마찬가지다. ‘직접 제작’은 잡지, 더군다나 일반 대중의 관심 영역에서 비켜나 있는 ‘서지’라는 분야의 열악함에 비춰볼 때 그야말로 경이적인 일이라고 해야 마땅할 터이다.
그나저나, 『근대서지』 25호는 예나 다름없이 눈을 씻고 다시 봐야 할 발굴 서지 자료와 충실한 해석으로 관심을 증폭시킨다.
이번 호의 표지는 북으로 간 화가 정현웅의 『그림 한글책』으로 꾸몄다.
『그림 한글책』은 해방 직후(1945.12.10, 고려문화사)에 나온 최초의 그림책이자 아름다운 한글교재다. 일제 강점기에 잃어버린 우리 말과 글을 되찾아 문명퇴치를 위한 한글교재의 필요성에 따라 만들었다. 해방 공간에서 앞다투어 나온 한글 관련 각종 서적 가운데 이 『그림 한글책』은 전체 칼라 인쇄로 이루어진 ‘어여쁜’ 어린이 대상 그림책이다.
정현웅 기념사업회가 제공한 이 책의 해제를 맡은 신수경 충남대 교수는 “(그림 한글책은) 자모식 한글 구성의 원리를 적용하여 글을 못 읽는 어린이들도 그림을 통해서 한글을 익힐 수 있도록 만든 교재”라고 설명했다. 낱말과 연동된 그림이 큰 비중을 차지하기 때문에 무엇 보다 화가의 역할이 중요했다. 유명 화가 정현웅이 이 책의 그림을 맡게 된 것은 ‘아이들의 심리를 잘 알고 그들의 눈높이에 맞는 그림을 그릴 수 있는 화가’ 였기 때문이다.
신 교수는 고려문화사의 주간이었던 임병철이 동아일보 사회부장 시절 교류가 있었던 정현웅의 인연이 ‘정현웅 그림’으로 작용했을 것으로 추정했다.
『근대서지』 25호에 실린 ‘해방 이후 의학 분야 잡지(1)’은 가장 눈길이 가는 글이다. 세기적인 질병 ‘코로나19’의 기습과 압제에 짓눌려 있는 우리네 삶 속에서 해방 공간에 발행된 선구적인 의학잡지들은 정용서 연세대 의대 동은의학박물관 학예실장이 집중 조명했다.
그는 “1945년 8월 해방 이후부터 1950년대까지 발행된 의학 분야(치의학, 간호학 포함) 잡지를 연세대학교 의과대학 동은의학박물관 소장 자료에 국한해” 소개했다. 이번 호에는 『조선의사신보(朝鮮醫事新報)』, 『조선의보(朝鮮醫報』, 『조선의학협회회보(朝鮮醫學協會會報)』 등 3가지 잡지를 해제했다.
1946년 3월 1일 자로 발행된 『조선의사신보(朝鮮醫事新報)』의 첫 호에는 조선군정청 학무국 의학교육계에서 ‘설파노마이드 제제(製劑)’를 특집으로 다루었다. 1946년 4월 제2호는 ‘페니실린’ 특집호, 1946년 5월 1일에 나온 제3호는 ‘성병(性病)’ 특집으로 발행됐다. 해방 이후 사람들의 질병과 연관 지어 시대상을 알 수 있게 하는 의학잡지다.
『조선의보(朝鮮醫報』는 1946년 12월 30일에, 『조선의학협회회보(朝鮮醫學協會會報)』는 1948년 5월 10일에 발행된 것이다.
『근대서지』 25호에는 이밖에도 ‘『만선여행안내(滿鮮旅行案內)』에 나타난 평양 기생학교 탐방기’(신현규 중앙대 교수), ‘유성기 음반 소책자의 이모저모’(장유정 단국대 교수), ‘북한 국립중앙력사발물관 지상(紙上) 관람기’(김미정 명지대 교수) 같은 흥미로운 글들이 실려 있다.
1930년대 말 중강진에서 나온 시 동인지 『시건설(詩建設)』의 정리(김진희 이화여대 교수)와 권말영인도 『근대서지』 에서만 볼 수 있는 서지 발굴이다.
이미지 제공=근대서지학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