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만 더 응원해주신다면 더 즐거운 시즌이 될 것 같아요."
서울 이랜드는 5일 오후 7시 목동종합운동장에서 '하나원큐 K리그2 2022' 37라운드 경남FC와 맞대결을 펼쳐 2-1로 승리했다.
태풍 '힌남노'의 영향으로 굵은 빗줄기가 쉴 새 없이 쏟아져 내린 목동 구장이었다. 하지만 이랜드 선수들은 몸을 아끼지 않았다. 경남 선수들과 공중 볼 경함에서는 아낌없이 몸싸움을 벌였고 전반전 내내 슬라이딩을 시도하며 공 소유권을 가져오려 애썼다.
강한 비가 내릴 때 유독 힘든 포지션이 있다. 90분 내내 집중력을 유지하며 골문을 지켜내야 하는 골키퍼다. 이 경기 이랜드의 수문장 윤보상(29, 서울 이랜드)은 특유의 노련함으로 3개의 선방을 기록, 흔들림 없는 수비력을 뽐냈다.
경기 종료 후 OSEN과 만난 윤보상은 "선수들이 단합이 잘 돼 있다. 하고자 하는 마음이 있다. 그 마음으로 2연승을 했다. 차분한 마음으로 앞으로 나아가면 기적이 있지 않을까"라고 입을 열었다.
전반전 윤보상이 지켰던 골문은 유독 물이 많이 고였다. 하지만 윤보상은 "예상했던 부분이다. 예측을 한 상황에서 공이 멈췄다. 막을 수 있었다"라고 되돌아봤다.
그러면서 "이런 날씨에서 경기를 많이 했다. 상무, 광주에서 경험했다. 이런 날에는 공이 3m 앞에서부터 보인다. 안정감을 갖고 뭐 하지 않으려고 해야 한다"라고 덧붙였다.
이랜드는 유독 뒷심이 약한 팀이었다. 전반전 선제골로 앞서나가다가도 후반 막판에 실점을 허용하며 승점을 잃는 경우가 많았다. 이 경기 역시 후반전 모재현에게 한 골을 따라 잡히며 아슬아슬한 모습을 보였다.
윤보상은 "예전 같았으면 흥분했다. 하지만 한 골 실점하더라도 우리 수비수를 믿었다. 단합이 잘 됐기에 선수들을 믿었다. 복귀한 지 얼마 안 됐다. 70% 정도 몸 상태인 것 같다. 안주하지 않고 집중하겠다"라며 전과 달라진 이랜드의 모습을 설명했다.
앞서 정정용 감독은 다음 상대 김포FC를 두고 "절호의 기회다. 이제는 승점을 챙겨야 할 것 같다. 3경기 승리를 가지고 간다면 이제는 좋은 습관들이 나와 높은 곳으로 갈 수 있다. 다음 경기에 올인하겠다"라며 김포전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윤보상 역시 "맞는 말이다. 김포전이 마지막 기회다. 감독님의 선수 관리, 전술이 바뀌었다. 감독님 믿고 나아가겠다"라고 답했다.
이 경기 궂은 날씨에도 이랜드 홈팬들은 비를 맞아가며 선수들을 응원했다. 이를 지켜본 윤보상은 "너무 감사드린다. 늦게 분위기가 올라가고 있다. 조금만 더 응원해주신다면 즐거운 시즌이 될 것 같다"라며 "이번 경기에 사실 '윤보상 데이'라는 이벤트를 준비했다. 하지만 비가 너무 와서 제대로 못 했다. 다음에 제대로 하자고 구단에 건의했다"라고 전했다.
이벤트에 관해 자세히 묻자 "비가 너무 많이 와서 할 수 없었다. 다음에 두 배로 큰 이벤트를 열겠다. 사인 유니폼을 준비했다. 당연히 다음에도 다시 진행하겠다. 시즌 종료 후에도 팬들과 나눌 것이다. 저희 연봉은 팬들이 주시는 거다. 팬이 먼저다. 우선 저희가 축구를 잘해야겠지만, 팬이 없으면 저희도 없다. 팬분들을 생각해 좋은 이벤트 준비하겠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저희가 6위 안에 든다면 골키퍼 장갑을 40개 나눠드리겠다"라고 공약을 걸었다.
최근 부천FC1995의 김호남(33)은 자신의 블로그에 부천 팬들이 경기 관람을 위해 얼마나 많은 비용과 시간을 투자하는지 경제학적인 관점에서 분석한 장문의 글을 올렸다.
이에 관해 윤보상은 "(김)호남이 형은 상무 시절 선임이셨다. 팬들을 정말 좋아하시는 분이다. 배울 게 많다. 팬들을 생각하는 모습은 배워야 한다. 팬이 없다면 우리는 프로 선수가 아니다. 항상 팬들을 먼저 챙겨야 한다고 강조하셨다"라고 회상했다.
이어 윤보상은 "아직 자세한 이야기를 나누지는 않았지만, 저와 이벤트를 함께 하려는 선수가 몇 명 있다. 강제로라도 참여하게 하겠다"라고 덧붙이며 팬들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강조했다. /reccos23@osen.co.kr
[사진]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