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음과 감동으로 뭉친 성남이 일으킨 아주 작은 바람 [오!쎈 성남]
OSEN 정승우 기자
발행 2022.08.29 09: 16

가장 든든한 팬들을 가진 성남FC가 아주 작은 바람을 일으켰다.
성남FC는 28일 오후 7시 탄천종합운동장에서 '하나원큐 K리그 2022' 23라운드 순연경기 수원FC와 맞대결을 치러 2-1로 승리했다.
정경호 감독 대행 체제에서 치른 첫 경기, 성남은 경기 초반부터 위협적인 모습을 보여줬다. 적극적으로 좌우 측면을 공략하며 수원의 수비를 흔들었다. 

득점도 먼저 뽑아냈다. 전반 17분 페널티 킥을 얻어냈고 키커로 나선 뮬리치는 실수 없이 득점으로 연결했다. 이후 이승우에게 동점 골을 허용하긴 했지만, 절실함으로 똘똘 뭉친 성남은 쉽게 무너지지 않았다. 후반전 교체로 투입된 팔라시오스가 결승 골을 넣으며 승점 3점을 챙겼다.
이 경기 치열한 경기와 선수들 이외에도 눈길을 끈 이가 있었다. 바로 성남의 팬들이다. 팬들은 '너희는 경기에만 집중해, 팀은 우리가 지킬게'라는 걸개를 준비했다.
최근 구단 해체, 매각과 관련해 구단을 지키겠다는 내용이 담긴 걸개였다. 단순히 '구단을 지킨다'라는 내용으로 끝나지 않았다. 최근 김남일 감독의 사퇴를 비롯해 경기 외적인 내용으로 어수선한 분위기일 선수단을 위해 '축구에만 집중해'라는 메시지를 넣었다.
마치 우리네 아버지, 어머니들이 자식들을 위해 '넌 공부만 해. 나머진 우리가 알아서 할게'라고 말씀하셨던 것처럼 말이다. 당시에는 '공부나 열심히 하라'는 잔소리로 들렸지만, 시간이 지나고 보니 쉽게 하기 힘든, 남다른 책임감이 있어야만 할 수 있는 말이었다.
K리그1 잔류를 위해 몸부림치는 선수들의 마음을 그 누구보다 잘 알고 있을 팬들이다. 팬들이 준비한 걸개의 내용은 선수들이 짊어지기에 벅찰 수도 있었던 경기 외적인 문제를 함께 떠받들겠다는 다짐이었다.
경기 종료 후 기자회견을 진행한 정경호 대행은 "걸개를 봤다. 사실 우리가 팬들에게 감동을 줘야 한다. 하지만 이번엔 팬들이 먼저 감동을 줬다. 다른 팬들 역시 걸개를 봤을 때 감동을 받았을 것 같다. 우리 선수들이 먼저 감동받아 좋은 결과가 나온 것 같다"라고 말했다.
팀 내 최고참 골키퍼 김영광도 다르지 않았다. 경기 종료 후 믹스트존에서 만난 김영광은 눈시울을 붉히며 "팬들이 저렇게 응원해주는데 우리가 포기하면 안 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결과가 어떻게 나오든 팬분들에게 실망을 드리고 싶지 않았다. 경기에 졌을 때 울고 계신 분들을 봤다. 눈을 마주치기 힘들더라. 하지만 이번 경기 승리 후 정말 많은 분들이 웃고 계셨다. 기분이 좋았다. 기적을 만들어 보겠다"라며 진심어린 각오를 전했다.
든든한 팬들을 등에 업고 달라진 모습으로 승점 3점을 따낸 성남은 승점 21점(5승 6무 17패)을 만들며 11위 김천상무(27점)와 격차를 6점으로 좁혔다.
정경호 감독 대행은 이번 경기 승리를 팬들로부터 감동해 만들어낸 '나비의 날갯짓'에 비유했다. 나비의 작은 날갯짓이 태풍으로 변하듯이 미세한 변화, 작은 차이, 사소한 사건이 추후 예상하지 못한 엄청난 결과나 파장으로 이어지게 되는 현상을 뜻하는 '나비효과'를 이야기한 것이다. 
그 어느 때보다 힘든 시기, 선수단과 팬들이 뭉친 성남이 거둔 이번 승리가 K리그1 강등 경쟁에 있어 어떠한 영향을 미치게 될지 지켜보자. /reccos23@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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