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먼저 감동을 줬어야 하는데 이번엔 팬들이 먼저 감동을 주셨어요."
성남FC는 28일 오후 7시 탄천종합운동장에서 '하나원큐 K리그 2022' 23라운드 순연경기 수원FC와 맞대결을 치러 2-1로 승리했다.
경기 종료 후 기자회견을 진행한 정경호(42) 감독 대행은 "이번 경기는 김남일 감독임이 사임하시고 선수들이 똘똘 뭉친 결과가 나온 것 같다. 그간 경기를 뛰지 못했던 곽광선 등 베테랑들이 중심을 잘 잡아준 것 같다. 또 적절한 교체가 통했던 것 같다"라고 말했다.
경기장에는 수원FC, 성남FC 팬들이 준비한 걸개가 걸렸다. 최근 구단 해체와 매각에 관련해 구단을 지키겠다는 내용이 담긴 걸개였다. 성남 팬들이 준비한 걸개에는 '너희는 경기에만 집중해 팀은 우리가 지킬게'라는 글이 써 있었다.
정경호 감독 대행은 "걸개를 봤다. 사실 우리가 팬들에게 감동을 줘야 한다. 하지만 이번엔 팬들이 먼저 감동을 줬다. 다른 팬들 역시 걸개를 봤을 때 감동을 받았을 것 같다. 우리 선수들이 먼저 감동을 받아 좋은 결과가 나온 것 같다"라고 전했다.
감독 대행으로 첫 경기를 치른 정경호 감독 대행은 "점수로 매긴다면 이겼으니 51점이다. 앞으로 채워야 할 부분이 더 많다. 생각만 했던 부분이다. 처음 겪어보니 쉽지만은 않았다. 앞으로 철저하게 준비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라고 소감을 밝혔다.
이어 그는 "울산현대전을 시작으로 5경기가 주중, 주말에 있다. 스쿼드가 두껍지 못한 팀은 한계에 부딪힌다. 뒤에 있는 선수들도 기죽지 않게 잘 준비해야 한다. 전체 선수를 써가며 상대에 맞게 준비해야 한다. 선택과 판단이 결과를 좌우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경기 전 정경호 감독 대행은 이번 경기 결과에 따라 '나비효과'를 일으킬 수 있다고 말했다. 결국 승리를 거둔 성남, 정경호 감독 대행은 "승리를 했기 때문에 선수들과 이야기했던 나비효과가 시작된 것 같다. 현재 꼴찌지만, 시즌이 끝났을 때 어떤 태풍이 될지는 두고 봐야 한다"라고 말했다.
이번 경기 성남은 세트피스, 수비 라인 등 이전과 달라진 모습을 보였다. 이에 정 감독은 "수원FC가 백쓰리로 나올 줄 알고 대비했다. 그런데 막상 보니 포백이더라. 준비가 미흡했던 부분이 있지만, 틀이 많이 무너지지는 않았다. 세트피스는 이번 시즌 10실점을 허용하며 최다 실점 팀이다. 어떤 방법이 좋을까 고민했다. 수원에는 라스, 김현 등 높이가 좋은 선수가 많다. 높이로 막아서는 답이 없겠다고 생각했다. 라인 위에 공격수를 더 두고 상대를 끌고가며 부담을 주고자 했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보여준 적 없는 전술이기에 자신 있었다"라고 자신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정경호 감독 대행은 "아이디어라는 것은 상황에 따라, 선수 컨디션에 따라 기민하게 바뀌는 부분이다. 코치가 아주 예민하게 반응하기는 쉽지 않다. 감독 대행을 시작했고 이런 부분을 예민하게 찾아야 아이디어가 나올 것 같다. 한 번 정해진 아이디어라 해도 수만가지로 바뀔 수 있다. 선수의 컨디션, 체력에 따라, 상황에 따라 내리는 판단 하나하나가 중요한 시기다. 최대한 좋은 판단을 내리기 위해 더 신경써야 한다"라고 말했다.
이어 "2016년 2군 코치로 있으면서 강등을 경험했다. 책임감이 크다. 다시 성남으로 돌아와 2년 연속 잔류에 성공했다. 이번 시즌 강등을 경험할 수 있다. 하지만 2016년과 상황이 다르다. 2군 코치 자리에서는 할 수 있는 것이 많지 않다. 지금은 조금 더 많다. 최대한 경험을 살려야 한다. 마지막에 어떤 결과를 얻을지 모르지만, 선수들과 소통해 팬들에게 끝까지 감동을 주려고 최선을 다하겠다"라고 전했다. /reccos23@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