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모든 프로선수들이 무조건 들어야 할 필수과목이 생겼다. 요즘 김호남(33, 부천FC) 교수님의 ‘팬서비스 경제학개론’이 핫하다.
김호남은 지난 23일 자신의 블로그에 장문의 글을 올렸다. 부천팬들이 경기 관람을 위해 얼마나 많은 비용과 시간을 투자하는지 경제학적인 관점에서 분석한 것이다. 프로선수가 왜 팬들에게 서비스를 잘해야 하는지에 대한 당위성을 잘 설명해준다.
김호남의 주장을 요약하면 이렇다. 부천팬들은 급여의 약 13%에 해당되는 월 35만 원 정도를 투자해 축구를 보러 온다. 축구팬들이 그만큼의 ‘인풋’을 투자하는 이상 경기장에서 그 이상의 ‘아웃풋’을 원한다. 하지만 팀이 질 때도 있기에 축구장에 올때마다 팬들의 기대가 충족되는 것이 아니다. 부천에는 기성용이나 이청용처럼 존재자체가 소비자의 구매욕구(needs)를 충족시키는 스타선수도 없다. 사인을 해주거나 사진을 찍어주는 팬서비스는 선수의 의지에 따라 얼마든지 많이 베풀 수 있다. 따라서 축구선수들이 한 명의 팬이라도 더 서비스를 잘해줘야 한다는 것이 김호남의 주장이다.
김호남의 논리적이고 일목요연한 주장에 팬들은 ‘팬서비스 경제학개론 교수님이라고 불러야겠다’며 멋진 별명을 붙여줬다. 김호남을 직접 만나서 가르침을 듣고 싶었다. 부천이 27일 대전원정경기서 1-3으로 패한 뒤 김호남을 만났다. 가뜩이나 경기도 졌는데 떠나려는 구단버스를 겨우 붙잡아 인터뷰를 청했다. 김호남은 싫은 기색 한 번 없이 즉석에서 열강을 펼쳤다.
- 블로그에 올린 팬서비스 경제학개론이 화제가 됐는데?
당연히 할 수 있는데 좋아해주시니 사실 의아하긴 하다. 축구시장이 더 커지는 것의 정답은 팬들에게 있다. 그 부분을 이야기했는데 이슈화가 됐다. 나는 전혀 대단한 사람이 아니다.
- 오늘도 부천에서 팬들이 원정응원을 많이 오셨다. 이분들은 수입의 13%도 더 지출할 것 같은데?
정확한 데이터는 아니다. 일방적인 감정적 소비는 오래갈 수 없다고 생각한다. 서로 이익이 있어야 관계가 오래 유지된다고 생각한다. 재정적 이익뿐만 아니라 정신적 감정적 이익도 있다. 선수들이 팬들에게 정신적인 이익을 꾸준히 드려야 축구시장이 더 탄탄해질 거라고 생각한다. 선배로서 어린 선수들에게 자연스럽게 주입하는 것이 내 역할이다.
- 글을 논리적으로 잘 쓰는데 블로그는 어떻게 시작하게 됐나?
작년 5월부터 책을 읽고 블로그를 해봐야겠다고 생각했다. 축구와 상관없는 주제로 익명으로 글을 쓰면서 SNS 팔로워보다 내 블로그 이웃이 많아지면 사람들이 내 글을 좋아한다고 나름의 기준을 정했다. 1년 해보니까 이웃수가 2600명 정도 됐다. 그래서 내가 제일 잘 아는 축구관련 글을 써보겠다고 생각했다. 내 생각을 정리해서 써보면 좋을 것 같다고 생각해서 시작했다.
- 평소 독서를 많이 하나?
한달에 3-4권 정도 읽고 있다. 빨리 읽지는 못한다. 한 시간에 80쪽 정도 본다.
- 현재 부업으로 감자탕집을 운영하고 있지만, 은퇴 후 강사나 유튜버 등의 진로도 생각하고 있나?
지금 감자탕집이 잘 되고 있지만 좀 더 좋은 매장으로 만들고 싶다. 축구라는 본업이 있다. 축구만 잘하면 되는 위치는 아니다. (축구)산업에서 영향력을 발휘하고 싶다. 어떻게 하면 (후배)선수들이 부담을 내려놓을 수 있을지 초점을 두고 심리학 책도 보고 있다. / jasonseo34@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