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트넘 홋스퍼의 공격 핵인 해리 케인(29·토트넘 홋스퍼)은 뛰어난 ‘골 사냥꾼’이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를 대표하는 토종 골잡이다. 득점왕 3회(2015-2016, 2016-2017, 2020-2021시즌) 등극은 그 누구라도 이에 대해 토를 달기 힘든 두드러진 징표라 할 만하다.
그런 케인에게도 2022-2023시즌은 각별할 듯싶다. EPL 각종 골 기록에서, 새로운 이정표 (Milestone)를 세우는 기념비적 한 시즌이 될 게 확실시되기 때문이다.
케인은 이번 시즌 세 경기 만에 이미 EPL 역사에 한 획을 그었다. 단일 클럽 최다 득점(185골)의 주인공으로 새 지평을 열었다. 3라운드 홈 울버햄프턴 원더러스전(8월 20일·이하 현지 일자)에서, 결승 헤더골(1-0 승)을 터뜨리며 세르히오 아구에로(맨체스터 시티·184골·이하 당시 기준)를 제치고 한 걸음 더 나갔다. 2011-2012시즌 UEFA(유럽축구연맹) 유로파리그(UEL)에서 첫 골을 터뜨린 뒤 12시즌 만에 쌓은 금자탑이었다.
그래도 케인은 아직 배고프다. 이제 또 하나의 눈부신 기록을 EPL사(史)에 아로새기려 한다. 머지않았다. 눈앞에 다가온 신기원이다. 21세기 EPL 단일 클럽 최다 득점 고지 등정 열망으로 불타오르는 케인이다.
‘케인의 시대’가 활짝 열릴 2022-2023시즌 기대돼
이 부문에서, 해리 케인이 EPL 득점사를 새로 쓰려면 두 개의 장벽을 넘어서야 한다. 먼저 돌파해야 할 벽은 같은 영국인인 웨인 루니다. 외연을 넓혔을 때 부딪힐 벽은 아구에로(아르헨티나)다.
케인은 이번 시즌 들어와 2골을 뽑아냈다. 그리고 울버햄프턴전 득점은 여러모로 뜻깊은 한 골이었다. 전술했듯 EPL 단일 클럽 최다 득점이었을 뿐만 아니라 21세기 단일 클럽 250골 고지에 올라서는 득점이었다.
케인이 이처럼 천금 같은 골을 터뜨리기 전까지, 금세기 들어와 250골 고지 등정을 이룬 존재는 전 세계를 통틀어 8명에 불과했다(표 참조). 그만큼 넘보기 힘들고 밟기 어려운 높은 산이다. EPL 클럽에서 활약하며 이 고지에 올라선 선수는 두 명(아구에로·루니)에 불과했다는 점에서도 쉽게 그려지는 난관이라 하겠다.
케인이 아구에로 및 루니와 같은 지경에 들어서는 데 필요한 발걸음은 각각 열과 셋이다. 맨체스터 시티의 주 득점원이었던 아구에로는 2011~2021년에 걸쳐 260골을 뽑아냈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를 대변하는 골잡이였던 루니는 2004~2017년 사이 253골을 잡아냈다.
사실 EPL로 국한한다면, 케인은 이미 아구에로와 루니(183골)를 넘어섰다. 그러니까 케인은 이번 시즌 들어와 잇달아 루니와 아구에로를 따돌린 셈이다. 케인은 2라운드 어웨이 첼시전(8월 15일) 후반 추가 시간 6분 극적 동점 헤더골(2-2 무)을 터뜨리며 루니를 제치고 아구에로와 어깨를 나란히 한 바 있다.
팀 전력으로 봤을 때 좀 더 견실한 맨체스터의 두 클럽 후광에 힘입은 아구에로와 루니에 비해 케인이 다소 불리한 여건이었다는 점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아무래도 유럽 클럽 대항전을 비롯해 FA컵과 리그컵 등에서 많은 경기를 치를 수 있었던 아구에로와 루니였다.
케인은 EPL 185골을 필두로 국내 각종 컵대회에서 21골(FA컵 14골+컵대회 7골)과 유럽 클럽 대항전 44골을 아울러 250골 고지에 세계 아홉 번째로 올랐다. 아구에로는 6위에, 루니는 8위에 각기 자리하고 있다.
참고로, 케인은 토트넘 구단 140년 전 역사상 두 번째로 250골 고지를 정복했다. 첫 번째 기록 수립의 영광을 안은 골잡이는 1960년대 토트넘의 전설적 공격수였던 지미 그리브스(268골)였다. 케인이 52년 만에 단절된 명맥을 다시 이은 셈이다.
2010-2011시즌 레이턴 오리엔트로 임대 가며 토트넘과 연(緣)을 맺은 케인은 지금까지 홋스퍼 유니폼을 입고 389경기에 출장해 250골(경기당 평균 0.64골)다. 이번 시즌엔 3경기에서 2골(경기당 평균 0.67골)을 넣었다. 거의 비슷한 골 사냥 페이스다.
대략 0.65골로 봤을 때, 케인은 이번 시즌에 각각 네 걸음과 열한 걸음을 남겨 놓은 루니와 아구에로의 장벽을 넘어설 게 거의 확실하다. 9라운드쯤 루니를, 19라운드쯤 아구에로를 따돌리고 ‘케인의 시대’를 활짝 열어젖힐 듯하다. 이번 시즌 또 하나의 볼거리로 떠오른 케인의 21세기 EPL 단일 클럽 최다골 기록 도전이다.
전 베스트 일레븐 편집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