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상현(48) GS칼텍스 감독은 평소 선수들과 격의없이 지내는 소통 리더십으로 유명하다. 웃을 때는 이웃집 아저씨 같이 푸근한 인상이지만 훈련할 때만큼은 누구보다도 엄하다. 훈련량이 많기도 하지만 격려보다 호통치면서 혼을 내는 스타일이라 선수들의 눈물이 터질 때도 있다.
하지만 차 감독은 훈련에 있어선 타협이 없다. 2016년 12월 그가 팀을 맡자마자 GS칼텍스는 4시즌 연속 순위가 올라 2020~2021시즌에는 여자부 최초 트래블(컵대회·정규리그·챔프전 우승)을 달성하기도 했다.
지난 시즌에도 주포 이소영(KGC인삼공사)이 FA로 빠져나갔지만 코로나로 시즌이 중단되기 전까지 3위로 선전했다. 올 시즌에도 GS칼텍스는 상위권 전력으로 평가된다. 에이스 강소휘를 중심으로 젊은 선수들의 성장이 어느 팀보다 뚜렷하다. 20일 끝난 순천·도드람컵 프로배구대회 여자부 우승팀도 GS칼텍스였다.
이번 대회에서 GS칼텍스는 아웃사이드 히터 강소휘가 부상으로, 세터 안혜진과 리베로 한다혜가 대표팀 차출로 빠졌다. 대부분 팀들이 베스트 전력이 아니었지만 그 중에서 3명의 국가대표 멤버가 빠진 GS칼텍스의 전력 손실이 컸다. 대회 직전에도 세터 이원정이 코로나 확진으로 이탈했고, 아웃사이드 히터 최은지마저 예선 중 부상을 당하며 악재가 끊이지 않았다.
하지만 GS칼텍스는 흔들리지 않았다. 예선에서 IBK기업은행(3-0), 흥국생명(3-2)을 꺾은 데 이어 준결승에서 현대건설(3-1), 결승에서 한국도로공사(3-0)까지 차례로 격파했다. 아웃사이드 히터로 포지션을 바꾼 권민지, 아포짓 스파이커 문지윤, 미들 블로커 오세연, 세터 김지원 등 20대 초반 젊은 선수들이 폭풍 성장하며 구단 역대 5번째 컵대회 우승 트로피를 거머쥐었다.
우승 후 취재진과 만난 차상현 감독은 “젊은 선수들의 성장이 눈에 띄게 보였다. 벤치에서 보고 있는데 정말 잘하더라. 선수들이 열심히 훈련한 게 코트에 나오지 않았나 싶다”며 “우리 선수들에게 고맙고 대견하다. 훈련할 때 나한테 많이 혼난다. 내가 성격이 좋은 편이 아니라 훈련이 안 될 때마다 뭐라 한다”고 스스로 실토했다.
하지만 이제 선수들도 그런 차 감독이 익숙한 모양이다. 그는 “그렇게 뭐라 해도 다음날이면 아무 일 없었다는 듯이 생글생글하다. 그게 우리 팀 컬러가 됐고, 우리가 갖고 있는 큰 에너지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매 시즌 젊은 선수들이 성장하는 것도 결국 훈련이다. 컵대회 MVP를 차지하며 성장세를 보인 문지윤은 “웨이트 트레이닝 무게나 횟수가 많다. 볼 운동할 때는 숨 쉬기 어려울 때도 있다. 감독님은 힘든 것을 이겨낼 수 있게 해주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