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차가 나왔는데 ‘철학’을 먼저 언급하는 게 생소하기는 하다. 그런데 이 차는 정말 그렇다. 종전 버전 대비 ‘친환경 철학’이 더욱 견고해졌다.
우리나라에서 ‘폴스타2’는 지난 1월 출시됐다. 글로벌에선 2019년 제네바 모터쇼에서 처음 실차가 공개됐고, 구매자 인도는 2020년초부터 이뤄졌다. 우리나라에서는 2022년 1월에 출시돼 3월부터 인도된 차가 불과 5개월만에 업데이트 버전을 새로 맞게 됐다.
브랜드 런칭이 늦은 우리나라 사정을 표준으로 삼을 수는 없기에, 탄생 후 2년만에 업데이트가 이뤄진 폴스타2다. 일반적으로 신차의 페이스리프트가 3~5년 사이에 이뤄진다고 보면 이번 신형 모델은 ‘업데이트 버전’ 정도가 맞겠다.
그런데도 폴스타는 이 차에 ‘신형’이라는 말을 붙이고 싶어한다. 보통 ‘신형’이라고 하면 눈에 띄게 달라진 디자인이 있거나, 파워트레인 또는 안전/편의 사양에서 제법 큰 폭의 변화가 있으려니 기대한다. 이제는 아닐 수 있다. 이런 관념조차 ‘꼰대’ 소리를 들을 날이 머지않아 보인다.
예를 들어 하드웨어는 그대로이지만 소프트웨어가 크게 달라져, 차가 완전히 다른 성격을 보인다면 우리는 그 차를 어떻게 봐야 할까? 아직 정답은 모르겠다. 소프트웨어 업데이트 하나만으로 어제의 그것과는 다른, 단 몇 분 사이에 완전히 새로운 차를 맞이할 날이 머지않았다는 건 진실이다.
폴스타2의 업데이트 버전을 보면서 잠시 상념에 잠겨본다. 일찍이 아이폰을 사용하면서 OS(operating system) 업데이트만으로 새 기기를 만지는 듯한 뿌듯함을 누린 적이 있기에 더욱 그러하다.
‘폴스타2 업데이트 버전’의 시각적 변화는 극히 제한적이다.
우선 차량 색상이 바뀌었다. 달빛을 닮은 ‘moon’이라는 색상이 ‘Jupiter’로, 밤하늘을 닮은 ‘void’가 ‘space’로 바뀌었다. Jupiter는 ‘폴스타2 업데이트 버전’이 시그니처로 미는 색이다. 감미롭게 매혹적이다.
두 번째는 휠 디자인이 바뀌었다. 기본휠인 19인치 알로이휠에 ‘5-더블 스포크’ 블랙 다이아몬드 컷이 들어갔고 선택사양인 20인치 알로이휠에는 ‘5-V 스포크’ 블랙 실버 컷이 들어갔다.
눈으로 확인되는 건 이게 다다. 보이지는 않지만 플러스 패키지에 ‘에어퀄리티 시스템’이 추가된 것, 파일럿 라이트 패키지에 있던 LED 헤드라이트가 기본사양으로 빠졌고, LED 전방 안개등과 코너링 라이트가 ‘코너링 라이트’로 통합된 것 정도가 달라졌다. 이에 따른 약간의 가격변화도 있다.
이런 소소한 변화에도 폴스타가 ‘업데이트 버전’을 굳이 차별화하는 이유가 있다. 소재 선택과 차량 생산공정에서의 의미 있는 변화다.
인테리어에 쓰이는 소재는 재생품이나 재활용 소재를 더 적극적으로 활용했다. 폴스타는 이를 ‘비건 인테리어’라고 말한다. 모든 가죽은 엄격한 동물복지 기준에 부합하는 업체로부터 공급받고 있다.
생산공정에서는 온실가스를 대폭 줄였다.
배터리 케이스를 운반하는 알루미늄 트레이 공급업체가 재생에너지 전환을 전격 실시하면서 차량 당 750kg의 온실가스를 줄였다. 부품 측면에서는 재생에너지로 생산되는 저탄소 알루미늄 휠을 탑재해 차량 당 600kg의 온실가스를 줄였다. 두 과정을 거쳐 차량당 1,350kg의 온실가스를 감축하는 성과를 냈다.
폴스타의 이런 노력을 어떻게 표현할까? 기자는 ‘친환경 철학이 더욱 견고해졌다’고 평가했다. “전기차이니까 당연히 친환경이지”라는 허술한 논리는 뻥 차버렸다. 차를 만들고 유통하는 전과정에서 ‘친환경’을 꼼꼼하게 실천하려는 노력들이 엿보인다.
작은 예를 들면, 신차 상태의 폴스타2는 실내에서 비닐 커버를 찾을 수 없다. 종래의 신차는 유통과정에서의 오염을 방지하기 위해 시트에 비닐 커버가 덕지덕지 씌워져 있다. 폴스타2 차량 인도과정에는 구매자를 대우하는 꽃다발이나 리본 장식도 없다. 소소하지만 이 모든 게 친환경적이기 않기 때문이다.
폴스타2의 디자인 철학이 ‘스칸디나비안 미니멀리즘’인 것도 ‘친환경’과 무관치 않다. 이 철학의 단초는 폴스타의 CEO, 토마스 잉엔라트(Thomas Ingenlath)의 톡특한 이력에서 찾을 수 있다. 잉엔라트는 엔지니어나 마케터가 아니라 디자이너 출신이다. 차량 내외관에는 단순함 속에서 아름다움을 찾으려는 ‘디자이너 출신 CEO’의 고집이 곳곳에 녹아 있다. 미니멀리즘은 ‘인간이 지나간 흔적을 가장 적게 남기는 게 친환경’이라는 원리와 맥이 통한다.
차는 기본적으로 미니멀 하지 않은 요소들을 안고 있다. 각종 공조장치와 조작 버튼들이 적절할 자리에 있어야 한다. 어느 하나도 버려도 되는 존재는 없다. 폴스타2는 이런 복잡한 조작 버튼들을 태블릿 PC를 닮은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에 다 몰아넣었다.
보통은 바로 반론이 제기된다. 직관적인 물리버튼 없이 터치로 조작하는 게 안전운전을 방해한다는 항변이다. 폴스타2는 기다렸다는 듯이 “말로 하면 된다”고 응답한다.
볼보자동차코리아가 개발한 TMAP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이 폴스타2에 떡하니 들어갔다. 볼보차의 시스템이 폴스타로 오니 ‘국내 최초의 전기차 전용 TMAP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이 됐다.
보통 편한 게 아니다. 공조부터 라디오, 음악 선택 등 센터페시아의 물리버튼으로 가능했던 모든 조작이 ‘아리야’라는 호출어로 지시가 가능하다. 한번 써 본 사람은 손으로 조작하는 물리버튼이 얼마나 불편한 도구였던지를 바로 안다.
‘폴스타’가 '고성능'을 주창하며 볼보자동차에서 스핀오프 했지만 폴스타2가 ‘폴스타만의 퍼포먼스’를 보여주기 위해 개발된 모델은 아니다. 대중들에게 폴스타의 존재를 각인시키기 위한 밑밥이다. 본격적인 퍼포먼스 모델은 계획에 따라 차차 나온다. 2026년에 나올 ‘폴스타6’는 884마력에 100km/h 발진 시간 3.2초를 자랑한다. 폴스타2는 폴스타6를 온전히 맞이하기 위한 애피타이저다.
‘애피타이저’ 폴스타2에는 두 가지 맛이 있다.
TMAP인포테인먼트 시스템에서 차량 설정에 들어가면 ‘원 페달 드라이브’ 선택 코너가 나온다. 운전자는 ‘끄기’ ‘낮음’ ‘표준’ 중에서 하나를 설정할 수 있다.
원 페달 드라이브를 ‘표준’으로 설정하면 폴스타2는 편리한 도심형 이동수단이 된다. 브레이크 페달을 밟을 일이 없다. 액셀러레이터 하나로 출발과 가속, 정차까지 모든 게 해결이 된다.
정체가 없는 고속화 도로에서는 설정을 ‘끄기’로 선택해 보자. 폴스타2의 두 번째 맛이 혀끝을 자극한다. 아스팔트를 유영하는 바퀴에 걸림이 하나도 없다. 매끄럽기가 얼음판 위 스케이트날 같다.
‘끄기’ 상태로 달렸더라도 주차를 하기 위해 전후로 미세하게 움직여야 하는 환경에서는 원 페달 드라이버가 자동적으로 작동한다. 내연기관차를 몰던 운전가가 가장 크게 이질감을 호소하는 때가 바로 주차다. 폴스타2는 원 페달 드라이브로 그 이질감을 최소화했다.
운동성의 결정적 요체인 차량 스펙은 ‘업데이트 버전’도 원조 폴스타2와 똑같다.
롱레인지 싱글모터와 듀얼모터 두 가지 파워트레인이 있는데, 롱레인지 싱글모터는 5,490만 원으로 기존과 가격이 동일하며, 롱레인지 듀얼모터는 3% 인상된 5,990만 원이다. 두 모델 모두 전기차 구매 보조금은 기존과 같다.
LG 에너지솔루션의 78kWh 리튬-이온 배터리를 탑재했고, 히트펌프는 전 모델 기본사양이다. 324개의 셀로 구성된 배터리팩은 27개의 모듈로 구성되며 배터리 팩이 바디에 통합될 수 있도록 설계됐다. 그 결과 무게중심이 낮아졌고, 비틀림 강성도 35% 강화됐다.
롱레인지 듀얼모터는 408마력(300kW)과 660Nm의 강력한 토크를 바탕으로 다이내믹한 드라이빙을 가능하게 한다. 정지상태에서 100km/h까지 가속하는데 걸리는 시간은 4.7초이며, 1회 충전시 주행거리는 334km이다.
롱레인지 싱글모터는 231마력(170kW)과 330Nm의 토크를 바탕으로 1회 충전시 최대 417km까지 달릴 수 있다. 150kW 급속충전기 기준으로 10%에서 80%까지 30분만에 충전할 수 있다. /100c@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