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2023시즌 스페인 라리가, 그리고 소속 구단들의 가치를 상승시키는 것이 목표다.”
라리가 개막이 하루 앞으로 다가왔다. 13일 새벽 오사수나와 세비야 경기로 막을 올린다. 한 시즌의 출발을 같이 하는 사람이 있다. 바로 라리가 한국 주재원 서상원(34) 씨다. OSEN은 최근 그를 서울 삼성동에 있는 한 카페에서 만나 인터뷰를 가졌다.
한국에서 라리가 인지도가 한 단계 올라갔다. ‘명문팀’ 세비야가 지난달 방한해 토트넘과 프리시즌 경기를 성공적으로 치른 데 따른 결과다. 2017년부터 한국에서 리그를 널리 알려온 서상원 씨의 노력도 지분이 있다. 앞으로 이보다 더 라리가의 가치를 상승시키겠단 것이 그의 매 시즌 목표다.
약 5년 전, 라리가는 리그 인지도・이미지 제고를 위한 ‘글로벌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전 세계 주요 국가에 주재원을 한 명씩 두고 작게는 라리가의 장점을 널리 알리는 것에서부터 크게는 마케팅 영역 확장을 기대하며 그 시작을 알렸다.
주재원 채용 규모부터 대단했다. 라리가는 2017년 10월 전 세계 거주자를 지원 대상으로 설정한 뒤 단 45명만 최종 선발해 세계 각지로 파견을 보냈다. 서상원 씨가 그중 한 명이다.
서상원 씨는 3살 때 스페인으로 이주했다. 고교 졸업 후엔 한국에서 대학을 다녔다. 막연하게 축구 관련된 일을 해보고 싶은 소망을 품고 있던 찰나에 그는 라리가 채용 공고를 봤다. 지원해 최종 합격했다.
앞서 바르셀로나가 한국에서 진행한 축구 캠프에서 통역을 맡았던 그는 이후 프리랜서 에이전트로 잠시 일한 뒤 라리가 한국 주재원으로 선발돼 현재까지 계속 일하고 있다.
스페인에서 자라면서 워낙 축구를 좋아했던 서상원 씨는 이제야 가장 딱 맞는 옷을 입었다. 그는 “축구하는 것, 보는 것 모두 즐긴다. 스페인 문화를 가까이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축구가 내면 깊숙한 곳까지 들어와 있다. 축구 정체성이 일상에 스며들어있다”라고 말했다.
이어 “라리가에서 주재원을 뽑는다고 했을 때 ‘파견지에 한국이 있을 수 있겠다’고 생각해 설렜다. 나에게 꼭 맞는 일이라고 직감했다. 긴장과 설렘이 공존했다”라고 과거를 회상하며 “당시 스페인에서 라리가의 ‘글로벌 프로젝트’ 홍보를 많이 했다. 그만큼 마케팅 범위를 세계로 넓힌 단 뜻이었다. 큰 포부 아래 한국에서 주재원으로 일하게 돼 영광”이라고 밝혔다.
프로젝트가 활성화된 최근 5년 동안 긍정적인 결과가 많았다. 서상원 씨는 “성과가 좋다. 스폰서십・팀 중계권 매출이 올라갔다. SNS 팔로우 수도 늘고 있다. 라리가에선 주재원들을 파견한 영향이 크다고 판단하고 있다. 장기 프로젝트로 이어질 것 같다”라고 설명했다.
라리가가 적극적으로 글로벌 마케팅에 뛰어든 이유는 무엇일까. 2013년 새로 부임한 하비에르 테바스(60) 라리가 회장의 트인 시야가 결정적이었다.
서상원 씨는 “테바스 회장이 부임한 뒤로 라리가 사무국의 해외 마케팅 관심도가 크게 높아졌다. 그전에는 리그 운영에만 많은 초점을 뒀다면, 세계로도 시선을 돌린 것”이라고 말했다. 2015년 라리라 중계권 통합을 통해 리그 재정을 안정시킨 테바스 회장은 이에 안주하지 않고 마케팅면에서 리그 몸집을 키우는 데 적극적인 자세를 취했다.
냉정히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EPL) 인기에 라리가가 밀리는 현실이 글로벌 프로젝트에 라리가가 뛰어든 주된 이유다.
서상원 씨는 자신이 주재원으로서 하는 일을 구체적으로 설명했다. “시즌 시작 전 본사와 함께 사업 계획을 짠다. 나라마다 다르며 최대한 현지 사정에 맞게 계획한다. 팬들의 관심을 이끌 수 있는 참신한 이벤트, 스폰서십 체결, 각 나라의 중계권사와 협업, 이렇게 세 가지 방향이 큰 틀”이라고 말했다.
지난달 방한한 세비야는 토트넘과 프리시즌 경기를 치르기 전 팬들과 소통했다. 선수들은 ‘한국어 교실’, ‘K팝 댄스 체험’ 프로그램에 참여해 한국 팬들에게 친근감을 선물했고, 큰 호응을 얻었다. 라리가의 인지도가 올라갈 수밖에 없었다.
서상원 씨는 “(라리가 국내 대행사 ‘스포티즌’과 함께) 우리가 개최한 이벤트”라며 “구단이 미처 생각할 수 있는 이벤트가 아니다. 현지에 있는 주재원이 해당 국가의 상황을 가장 잘 안다. 이번 행사 기획을 적극적으로 했다"고 전했다.
두드러진 업적이 또 있다. 서상원 씨는 “2020년 말에는 한국프로축구연맹과 라리가가 업무협약(MOU)을 맺었다. 라리가 지도자와 K리그 유소년 지도자 사이 교류가 주된 내용이다. 현재는 온라인상으로 만나고 코로나19가 잠잠해지면 국내에서 만남이 이뤄질 수 있다. 마요르카 구단 마케팅팀이 한국 구단 마케팅 담당자들과 교류하기도 했다”라고 덧붙였다.
또한 경제 시스템, 저작권 불법 복제 근절, 축구 산업 및 E스포츠에서의 협력도 목표로 한다.
MOU를 성사시키며 라리가와 한국 프로축구 발전을 도모한 공을 인정받아 서상원 씨는 지난해 한국프로축구연맹이 주관한 '하나원큐 K리그1 2021 대상 시상식’에서 감사패를 받기도 했다.
당시 K리그의 권오갑 총재는 "라리가에 진심으로 감사를 전한다. 라리가는 실제 경험을 바탕으로 청소년 교육 프로그램의 발전과 경제 통제 시스템에 대한 지식을 공유하고 있다. 이는 K리그에 큰 도움"이라며 "우리는 앞으로 서로 더 깊은 관계를 구축하고, 더 나아가 이것이 두 리그의 발전에 이바지하길 바란다"라고 말했다.
서상원 씨는 “테바스 라리가 회장은 ‘라리가가 모든 나라의 제2의 리그가 돼야 한다. 자국리그(한국-K리그)가 사랑받은 뒤 그다음이 라리가’라는 메시지를 주신다. 이 말이 동기부여가 돼 한국에서 연맹과 좋은 관계를 맺기 위해 열심히 발로 뛰어다녔다. 다행히 (연맹) 실무자 분들께서 같은 뜻을 보여 좋은 결과를 낼 수 있었다”라고 자세를 낮췄다.
마지막으로 그는 “앞으로 축구가 더 많이 사랑 받았으면 좋겠다. 한국 팬들이 라리가를 좋아할 수 있도록 획기적인 행사도 지금보다 많이 개최해보고 싶다”라고 소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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