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오넬 메시(35·파리 생제르맹)와 크리스티아누 호날두(37·맨체스터 유나이티드)는 20년 가까이 세계 축구계를 호령한 양대 거인이다. 가장 영예로운 축구상인 발롱도르(Ballon d’or) 수상은 그 하나의 단면이다. 치열한 최다 수상을 다투며 1위와 2위 자리에 메시(7회)와 호날두(5회)가 올라있는 데서도 엿볼 수 있다.
그런데 성격은 상반된 듯싶다. 메시가 비교적 냉정한 반면, 호날두는 성마르다. 이런 판이한 성격은 플레이에 그대로 반영돼 나타난다. 당대 으뜸을 다투던 두 월드 스타의 한 기록이 이를 보여 준다. 2004-2005시즌 프로 무대(라리가)에 데뷔한 메시는 지금까지 단 한 번의 레드 카드를 받았을 뿐이다. 이에 비해, 2002-2003시즌 프로 마당(프리메이라리가)에 뛰어든 호날두는 일곱 번씩이나 퇴장당한 바 있다.
이 같은 차이점은 언론 매체 등장 유형에 있어서도 다르게 나타난다. 메시가 주로 기록적 측면에서 부각되는 데 비해, 호날두는 트러블 메이커로서도 곧잘 언론의 스포트라이트를 받기도 한다. 어쩌면 언론에 요깃거리를 제공하는 데서 나이가 들수록 잊혀 갈 수밖에 없는 존재감을 되살리려 애쓰는 호날두일지 모르겠다.
이 차이점 때문일까? 세계 축구 전문가들은 메시가 좀 더 오래 세계 축구사를 수놓으리라 조심스레 내다본다. 그 전망은 2022-2023시즌 막이 오르면서 곧바로 입증됐다. 메시가 각종 기록 수립의 대가답게 축구사에 기념비적 한 페이지를 장식했다. 공격 포인트 1,000고지(클럽 기준)를 세계 최초로 정복하는 큰 발걸음을 내디뎠다. 물론 맞수인 호날두에 앞서 세운, 세계 축구사에 깊숙이 아로새긴 이정표다.
메시, 큰 격차로 호날두 따돌리며 가장 먼저 역사적 발걸음 내디뎌
리오넬 메시는 역시 아직은 저물지 않은 태양이었다. 2021-2022시즌 프랑스 리그 1 최고 명문 파리 생제르맹에 새로 둥지를 튼 메시는 명성에 걸맞은 솜씨를 뽐내며 우승 주역의 하나로서 자리매김했다. 시즌 초반 달라진 무대 적응에 애먹는가 했으나, 중반부를 거쳐 후반부로 접어들수록 빼어난 조율 솜씨를 뽐내며 팀의 2연패를 이끌었다.
그리고 맞이한 2022-2023시즌, 메시는 오히려 시곗바늘을 과거로 되돌린 듯 전성기 때의 기량을 재현하고 있다. 리그 개막에 앞서 지난달 31일(이하 현지 일자) 열린 트로페 데 샹피옹(슈퍼컵)에서, 메시는 낭트를 상대로 한 골을 뽑아내며 이번 시즌 활약상을 예고했다. 파리 생 제르맹이 메시의 활약에 힘입어 대승(4-0)을 거두며 우승컵을 들어 올렸음은 물론이다.
이 한 골은 의미가 있었다. 클럽 소속으로 프로 마당에서 뛰논 기록을 기준으로, 공격 포인트 1,000고지에 단 한 걸음만을 남겨 놓았기 때문이다.
6일 뒤 클레르몽 푸트와 맞붙은 리그 1 개막전에서, 메시는 마침내 역사적 발걸음을 떼었다. 눈부신 순간은 경기 시작 9분 만에 도래했다. 네이마르의 선제 결승골을 어시스트하며 금자탑을 쌓았다. 용솟음친 기세는 더욱 거세게 불어닥쳤다. 후반 35분과 41분에 잇달아 골을 터뜨려 대승(5-0)의 주역이 됐다. 2골 1어시스트를 수확하는 만점(10.0·후스코어드닷컴) 활약이었다.
이로써 공격 공헌도 기록에서, 메시는 세계 최고로 우뚝 섰다. 1,000고지 최초 등정의 영예를 놓고 각축하던 호날두를 멀찍이 떨어뜨리고(1,002-909) 올린 개가였다.
메시는 이번 시즌까지 19시즌을 치러 오며 812경기에 출장해 684골 318어시스트를 거둬들이며 1,002공격 포인트를 결실했다(표 참조). 바르셀로나에서 17시즌 776경기를 소화하며 972공격 포인트(670골 302어시스트)를, 파리 생제르맹에서 2시즌 36경기를 소화하며 30공격 포인트(14골 16어시스트)를 각각 수확했다.
호날두는 929경기에 출장하며 692골 217어시스트로 909공격포인트를 기록했다. 레알 마드리드에서 가장 많은 수확량(434경기 출장-444골-127어시스트-571공격포인트)을 올렸고, 맨체스터 유나이티드(330-142-62-204)→ 유벤투스(134-101-22-123)→ 스포르팅 CP(31-5-6-11) 순으로 거둬들였다.
역시 대단한 기록이긴 해도 메시에 비하면 한참 모자랐다. 같은 시대에 태어난 게 불운했다고 할까, 대기록 수립의 영광을 메시에게 양보해야 했다.
전 베스트 일레븐 편집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