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현대가 송민규 제로톱이라는 새로운 날개를 달았다.
전북현대는 10일 오후 7시 수원종합운동장에서 열린 하나원큐 K리그1 2022 24라운드 순연 경기에서 수원FC를 1-0으로 꺾었다.
이날 김상식 감독은 전문스트라이커 구스타보를 대신해 송민규를 최전방에 배치했다. 송민규는 전북 합류 이후 줄곧 측면 공격수로 활약해 왔기에 분명 낯선 모습이었다.
김상식 감독은 경기 전 "송민규는 포항 시절 원톱으로 좋은 활약을 펼친 적 있다. 그의 움직임과 발밑에 기대를 건다. 오늘 잘해준다면 새로운 옵션이 될 수 있을 것"이라며 송민규 제로톱 배치 이유를 밝혔다. 물론 구스타보가 특별한 부상을 입은 것도 아니었기에 김상식 감독의 선택에 의문을 품는 이들도 많았다.
그러나 김상식 감독의 실험은 대성공을 거뒀다. 이날 송민규는 전반 7분 만에 김진규의 크로스를 선제골을 연결하며 기선을 제압했다. 상대 골키퍼 실수가 겹치기는 했으나 송민규의 좋은 위치선정과 침착한 마무리는 합격점을 받기 충분했다.
송민규는 쉴 새 없이 측면으로 침투하며 전북 공격을 이끌었다. 좌우를 가리지 않는 송민규의 폭넓은 활동 반경에 수원FC 수비진은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전반 막판에는 영리한 움직임으로 왼쪽 뒷공간을 파고든 후 김보경에게 정확한 크로스를 배달하기도 했다.
송민규는 중앙에서 상대 수비와 싸워주며 9번 역할도 톡톡히 해냈다. 특히 전반 35분 수비진과 경합을 이겨내고 왼발 터닝 슈팅을 터트리는 장면은 이날의 백미였다. 비록 공은 간발의 차로 골문을 벗어났지만, 송민규의 물오른 컨디션을 확인할 수 있었다.
기세를 끌어올린 송민규는 후반에도 쉬지 않고 맹활약했다. 그는 동료들과 계속해서 위치를 바꾸며 피치 곳곳을 누볐다. 날카로운 패스로 도우미 역할까지 자처한 송민규는 후반 21분 구스타보와 교체되며 임무를 마쳤다.
송민규는 올 시즌 좀처럼 제 실력을 찾지 못하고 있었다. 그는 이날 경기 전까지 리그 14경기 1골 1도움을 기록하는 데 그쳤다. 작년까지만 해도 K리그 최고의 공격수였던 그와는 어울리지 않는 초라한 성적. 김상식 감독 역시 "(송민규는) 슬럼프 아닌 슬럼프인 것 같다"며 안타까워했을 정도였다.
하지만 송민규는 주어진 기회를 놓치지 않고 자신의 가치를 증명했다. 그는 낯선 역할에도 당황하지 않고 자신의 장점을 200% 뽐내며 부활했다.
역전 우승을 꿈꾸는 김상식 감독의 화공(화끈한 공격)에 송민규 제로톱이라는 새로운 날개가 추가됐다. /finekosh@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