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망가지 않으면 잡힌다.” 단순한 논리이지만 스포츠에서 이 격언은 진리다. 상대팀에 크게 이기고 있어 절대 공격의 고삐를 늦추지 않는 게 스포츠다.
4일부터 제주시 애월읍 엘리시안 제주 컨트리클럽(파72/6,654야드(본선 6,684야드))에서 열린 KLPGA(한국여자프로골프) 투어 ‘제주삼다수 마스터스’(총상금 9억 원, 우승상금 1억 6,200만 원)’가 스포츠계의 평범한 진리를 또 한번 확인시켰다.
7일 벌어진 마지막 4라운드는 초중반은 맥이 빠진 흐름의 연속이었다. 일찌감치 승부가 결정되기라도 한 듯 리더보드의 상위권은 고요의 연속이었다.
챔피언조에 편성된 세 선수는 생애 첫 우승을 노리는 최예림과 박현경, 지한솔이었다. 최예림이 12언더파, 박현경이 10언더파, 지한솔이 9언더파였다.
이렇게 출발한 챔피언조가 14번홀을 지났을 때의 스코어를 보자. 최예림이 13언더파, 박현경이 11언더파, 지한솔이 10언더파였다. 겨우 한 타씩을 줄이고 있었다. 최예림은 나흘 내내 한 번도 선두를 빼앗기지 않은 와이어투와이어 우승을 노렸다. 2위와 타수차 여유도 있어 생애 첫 우승 가도가 무난할 것으로 보였다. 이 때까지 최예림의 스코어 보드는 버디 2개, 보기 1개가 전부였다.
첫 우승을 향해가는 최예림의 마음도 답답 했겠지만 경기를 지켜보는 이들은 슬슬 지루해지기 시작했다. 이대로 경기가 끝난다면 기억할 만한 장면을 찾기가 힘들 정도였다.
그런데 파5 15번홀을 지나는 순간 공기가 달라지기 시작했다. 파5이지만 투온 공략이 가능해 버디를 잡고 가야 하는 15번홀인데, 최예림도 박현경도 간신히 파를 하는데 만족해야 했다. 지한솔만 버디를 잡아 최예림과의 타수는 2타차로 좁혀졌다.
이어진 파3 16번홀에서 지한솔은 4.5미터 버디 퍼트를 성공시켰다. 최예림과는 1타차가 됐다. 최예림의 표정도 굳기 시작했다.
파4 17번홀부터는 극적인 장면의 연속이었다. 지한솔이 9.8미터나 떨어진 거리에서 버디를 성공시켜 버렸다. 1, 2위가 동타가 됐다. 최소 연장이다. 선수들과 경기 관계자는 귀경 비행기 시간을 체크해야 했다.
그런데 드라마 같은 장면은 또 이어졌다. 파4 18번홀에서 지한솔이 올린 세컨드 샷이 깃대를 맞고 30cm 거리에 툭 떨어졌다. 사흘 내내 선두를 달리던 최예림은 마지막 4개홀을 지키지 못해 지한솔에게 챔피언 퍼트를 양보해야 했다.
개인 통산 3승째를 챙긴 지한솔은 “최종라운드 초반에는 샷과 퍼트가 불안해 답답한 경기가 이어졌다. 경기가 후반으로 흐르면서 다행히 퍼트 감각이 살아났고, 좋은 결과를 낼 수 있었다. 하반기 남은 경기도 너무 욕심 부리지 않고 톱텐으로 피니시 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100c@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