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데뷔 이후 최고의 미드 라이너라는 찬사를 받았지만, 결정적인 순간 번번히 T1의 그늘을 벗어나지 못했던 ‘쵸비’ 정지훈이 드디어 그간의 악연을 정리했다.
젠지는 지난 달 30일 오후 서울 종로 롤파크 LCK아레나에서 열린 ‘2022 LOL 챔피언스 코리아(이하 LCK)’ 서머 T1과 2라운드 경기서 2-0 승리를 거뒀다.
젠지는 2021년 LCK 서머 정규 리그 1라운드 이후 이어왔던 T1전 7연패를 끊어냈다. 속담처럼 7전 8기를 이뤄내며 13승1패가 된 젠지는 12승2패의 T1을 한 경기 차이로 앞섰을 뿐만 아니라 세트 득실 +24를 기록, +15의 T1과 9점 차이로 격차를 벌렸다.
8주차와 9주차에 광동, 담원, 브리온, KT 롤스터와의 대결을 남겨 두고 있는 젠지는 한 경기를 패하더라도 T1보다 세트 득실에서 앞서기 때문에 서머 정규 리그 1위가 유력해졌다.
경기 후 취재진과 만난 정지훈은 “상대 전적에서 크게 뒤처져 있었는데 결정적인 순간에 승리로 전환해서 기쁘다”라고 T1전 승리 소감을 전했다.
덧붙여 그는 “이 멤버로 팀을 구성한 이후 T1에게 많이 졌다. 이전까지는 상대 전적에서 밀리다 보니 경기를 시작하기 전에 위축되기도 했는데 오늘은 이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1세트에서 역전승을 따냈고 2세트에서는 펜타킬까지 나오면서 승리했기에 더욱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며 승리를 기뻐하면서 “질 이유가 딱히 없다고 생각했다. 최근에 우리 팀의 경기력이 충분히 좋았기에 이길 것 같다는 생각을 갖고 경기에 임했다”라고 자신감까지 설명했다.
T1이 1세트에서 트위스티드 페이트와 녹턴을 조합하면서 궁극기 타이밍을 맞추면서 맵을 넓게 활용해 압박해 들어왔지만, 젠지는 당황하지 않고 다른 라인에서 성장하면서 맞대응에 나섰다.
“'도란' 최현준의 아칼리가 많이 잡히긴 했지만 라인 이득을 본 상태에서 잡혔기에 손해를 최소화하면서 격차가 더 벌어지지 않았다. 트위스티드 페이트와 녹턴을 활용한 전술의 특징은 한 쪽을 집중적으로 공략한다는 점이다. 그러다 보면 다른 쪽에 배치된 챔피언은 이득을 볼 수 있고 그 상황을 오래 유지하면 레벨과 골드 획득량 등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다. 최현준이 잡히긴 했지만 트위스티드 페이트와 녹턴 모두 후반으로 가면 힘이 빠지기 때문에 우리가 해볼 만하다고 생각했다.”
2세트 역시 젠지는 T1의 봇 다이브를 기막히게 받아치면서 경기의 주도권을 잡았다.
“T1이 하단 다이브를 하기 전에 '페이커' 이상혁의 아지르가 황제의 진영을 쓰면서 내게 궁극기 사용을 강제했는데 궁극기를 쓰지 않고 빠져 나왔다. 그 덕분에 본진으로 돌아간 뒤 곧바로 하단으로 합류, T1의 다이브를 받아냈다.”
이상혁과 상대 전적이 크게 뒤처져 있던 것에 대해 그는 “LOL은 상대적인 게임이자 팀 게임이다. 이상혁 선수가 뛰는 팀과 대결했을 때 많이 졌기에 상대 전적에서 뒤처져 있었다. 이상혁 선수가 잘하기 때문에 내가 도드라지지 않을 수 있다. 그래서 더 많이 신경을 써서 플레이했다. 내가 도드라지지 않더라도 팀이 이기는 것에 초점을 맞췄다”면서 “지면 화가 나고 졌다는 패배감을 떨쳐내기가 쉽지 않지만 그런 감정을 다음 경기에서 어떻게 활용하느냐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개인적으로는 패배가 호승심을 만드는 원동력이 됐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마지막으로 정지훈은 “T1과 대결에서 승리했고 주위에서는 정규 리그 1위가 우리가 될 것이라 많이 이야기하신다. 그럴 때 방심하기 쉽다. 마음 놓지 않고 다음 경기에도 최선을 다해 이기기 위해 노력하겠다”라고 각오를 밝혔다. / scrapper@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