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배구 막내 구단 페퍼저축은행이 창단 첫 해외 전지훈련을 무사히 마쳤다.
페퍼저축은행은 29일 일본 가와사키시 NEC 체육관에서 열린 NEC 레드로켓츠 구단과 합동 훈련 및 평가전을 끝으로 전지훈련 모든 일정을 마무리 했다. 지난 월요일(25일) 시작한 전지훈련 기간 동안 페퍼저축은행은 NEC, 히타치 리바레와 연습 경기를 치르며 실전 감각을 끌어올렸다. 특히, 일본 특유의 빠른 배구를 직접 보고 몸으로 부딪히며 매일 매일 성장하는 모습에 김형실 페퍼저축은행 감독은 만족감을 나타냈다.
쉽지 않은 여정이었다. 지난 2020년 코로나19가 창궐하면서 국내 프로 스포츠 구단의 해외 전지훈련은 ‘올 스톱’ 된 상황. 지난해 창단한 페퍼저축은행에게 해외 전지훈련은 ‘남의 이야기’ 뿐이었다. 그런데 올해 들어 코로나19 상황이 조금씩 나아질 기미를 보이자, 페퍼저축은행은 지난달부터 일본 전지훈련 계획을 세웠다. 일본 V리그 복수의 팀에 합동 훈련을 제의했는데, 1978년 창단해 일본 리그 7회 우승을 차지한 NEC 구단이 화답했다. 선수단 전원은 일본 입국 전까지 철저한 방역을 실천했고, 전원 PCR 음성을 받아 지난 24일 일본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페퍼저축은행 선수단은 창단 첫 해외 전지훈련을 만끽했다. 가와사키 현지는 섭씨 40도에 육박하는 무더위였지만, 페퍼저축은행의 훈련 열기는 더 뜨거웠다. 선수단은 고된 훈련 뒤 회식을 하며 회포를 풀기도 했는데, 구단은 식당을 통째로 빌려 방역에 더욱 신중을 기했다. NEC 선수들과는 K팝과 한국 드라마로 더 가까워졌다. 팀 내에서 춤 잘 추기로 소문난 이은지와 박경현은 NEC 히로타 아이 선수와 함께 K팝 댄스를 추며 추억도 쌓았다. 모든 훈련을 마친 뒤 페퍼저축은행 선수단과 NEC 선수단은 선물을 교환하고 기념 사진을 찍으며 석별의 정을 나눴다.
페퍼저축은행은 창단 첫해인 지난 시즌 단 3승에 그치며 최하위에 머물렀다. 전력 보강이 필요한 상황에서 FA 세터 이고은을 영입했다. 그리고 어렵다고 여긴 해외 전지훈련을 소화하며 분위기를 한껏 끌어올렸다. 순조로운 새 시즌 준비에 페퍼저축은행은 더 높은 도약을 자신했다. 다음은 김형실 감독과 일문일답.
- 코로나 시대 창단 첫 전지훈련을 마무리 하셨는데. 소감이 궁금하다.
▲우리 팀이 젊고, 어린 선수들로 구성 돼서 그런지 코로나에 대한 지장이 없었다. 한국에서도 전부 음성이 나왔고 다행히 아무 탈 없이 마치게 됐다. 사실 코로나 걱정을 많이 했다. 하지만 저도 코로나에 걸리지 않았다. 훈련을 잘 마무리 하게 됐다.”
- 이번 전지훈련을 통해 얻은 수확이 무엇인가.
▲옛날부터 뭔가 배우고 싶고, 갈구하고 싶었던 한 발 빠른 배구. 일본이 지금 그런 배구를 하고 있지 않는가. 동양에서는 태국도 하고 있는데. 그런 스피드 배구. 토탈 배구라고 할 수 있는 배구를 배우고 싶었다. 우리 팀이 창단 1년의 ‘햇병아리지’만, 그런 배구를 배우고자 왔는데 적응이 잘 돼 가는 거 같다. 첫날보다는 둘째 날, 둘째 날 보다는 셋째 날 점점 발전하는 모습이었다. 공부를 많이 한 거 같아서 다행스럽고. 전지훈련 온 걸 잘 한 거 같타는 생각이 들었다.”
- 일본팀과 4차례 평가전을 가졌는데. 일본 배구의 특징은 어땠는가.
▲쉽게 이야기하면 우리는 스리 스텝에서 공격을 하는데, 일본은 투 스텝에서 공격을 한다. 올림픽에서 보셨고, VNL 보셨을 거다. 우리가 블로킹을 준비하기 전에 이미 공격하는 스피드 배구다. 앞뒤 공격 구분 없이, 전원 공격하는. 리베로를 제외하고 전원 공격하는 토털배구를 하고 있다. 우리는 아직 높이와 파워를 강조하는데 스피드를 지향해야 한다고 본다. 빠른 배구를 해야 한다는 걸 많이 느꼈다.
- 새 시즌을 앞두고 FA 세터 이고은을 영입했다. 3달 동안 훈련해보셨는데 어땠는가.
▲훈련을 두 달 정도 같이 해봤는데, 스피드 배구에 적합한 선수라고 생각한다. 새로 합류하는 외국인 선수도 낮고 빠른 공격이 가능하다. 이고은 선수의 장점인 빠른 토스를 가져간다면 좋은 시너지를 보일 거 같다. 아직 연습을 더 해야 할 거 같다. 여기에 정신적으로 우리 팀의 젊은 선수들과 잘 어울려서 팀 워크에 도움이 되고 있다. 영입을 잘 했다고 생각한다.
- 이고은 혼자 전체 시즌을 끌고가기는 힘든데 2세터 대안도 궁금하다.
▲물론이다. 이고은 선수가 시즌의 60% 정도를 소화해야 할 거 같다. 구솔 선수와 박사랑 선수가 대비하고 있는데. 둘을 20%, 20% 정도 배분해서 대비하고 있다.
- 지난 시즌 아쉽게 3승에 그쳤는데 올 시즌 몇 승까지 목표하시는지 궁금하다.
▲햇병아리로 욕심 부리는 거 같은데, 광주 팬 여러분의 지대한 관심과 기대를 받고 있다. 팬들께서 저희를 응원해주시고 성원해주시는데 더 잘 해야 한다. 작년에 3승을 했다. 5승을 목표했는데 시즌이 조기 종료되면서 아쉽게 목표를 이루지 못했다. 그래서 이번엔 10승을 목표로 매진해볼까 한다.
- 새 시즌에 대한 각오와 페퍼저축은행 팬들께 인사 부탁드린다.
▲광주 시민과 배구 사랑해주시는 페퍼 팬 여러분께 기대에 충족될지 모르겠지만, 선수, 구단 모두 하나가 돼서 KOVO컵과 V리그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겠다. 2년차 된 프로 구단의 면모를 유감없이 발휘하고 싶다. 부족하지만 우리 선수들 똘똘 뭉쳐 열심히 연습하고 있다. 부상 선수만 없다면 10승 목표 달성에 전력을 다할까 한다. 아직까지 햇병아리인 저희가 부족한 점도 있고 실수도 있겠지만 많은 관심과 사랑을 주시면 우리 선수들 팔팔 뛰는 젊은 패기에 노련미를 가미할 수 있는 플레이를 선보이도록 노력하겠다. /what@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