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으로 평가해 달라" 벤투 감독, 정작 패배에는 또 '실수' 탓?
OSEN 고성환 기자
발행 2022.07.28 05: 11

이 정도면 개인의 실수가 아니라 팀의 실력이라고 해야 하지 않을까. 파울루 벤투(53) 대한민국 대표팀 감독이 또다시 잦은 실수를 패인으로 뽑았다.
대한민국은 지난 27일 일본 아이치현 도요타시 도요타 스타디움에서 일본과 2022 동아시아축구연맹(EAFF) E-1 챔피언십(동아시안컵) 3차전서 0-3으로 패했다. 
이날 패배로 한국은 대회 4연패에 실패했다. 반면 개최국인 일본은 완승을 거두며 분위기 반전과 함께 우승컵을 들어 올렸다. 한국은 지난해 3월에 이어 또 한 번 일본에 0-3으로 무릎 꿇었다. 

[사진] 대한축구협회 제공.

선발 라인업부터 파격적이었다. 벤투 감독은 조규성과 나상호, 엄원상, 김진규, 권창훈, 권경원, 김진수, 박지수, 조유민, 김문환, 조현우를 선발로 내세웠다. 센터백만 세 명이었다.
지난 홍콩전에서는 후반 백승호 우측 풀백 카드가 눈길을 끌었다면, 이번에는 권경원의 수비형 미드필더 전진 배치가 주목받았다. 벤투 감독은 과거 수비형 미드필더 경험이 있는 권경원을 활용해 황인범의 빈자리를 메워보겠다는 생각이었다. 
[사진] 대한축구협회 제공.
벤투호는 이날 일본을 상대로도 4-2-3-1과 4-1-4-1을 오가며 기존에 사용하던 전술을 그대로 꺼내 들었다. 그러나 벤투 감독이 강조하는 후방에서부터 빌드업과 유기적인 팀 단위 전진은 전혀 이뤄지지 않았다. 이미 정해놓은 기존 포메이션에 선수들을 억지로 끼워맞춘 느낌이 역력했다.
한국은 일본의 거센 압박에 고전하며 위기를 자초하기 일쑤였다. 전반 17분 일본의 슈팅이 골대에 맞은 장면이 대표적이었다. 권경원은 빌드업 과정에서 고립되며 일본의 압박에 공을 뺏겼다. 이어진 소마 유키의 슈팅이 골대에 맞아 다행이지 실점이나 다름없는 상황이었다.
후반전에도 비슷한 흐름이 이어졌다. 한국은 후반 3분 페널티 박스 앞 공간을 그대로 내주며 165cm의 단신 소마에게 헤더 실점을 허용했다. 한국은 이후로도 좀처럼 실마리를 찾지 못했고 두 골을 더 내주며 와르르 무너졌다. 이날 벤투호의 유효 슈팅은 0-3으로 뒤지던 후반 송민규의 단 한 개에 불과했다.
벤투 감독은 패배 후 "일본이 우리보다 나았다. 경기 내내 상대가 이길 만한 경기였고 우리가 해야 할 걸 하지 못했다. 우리가 느껴야 할 것은 2019년 대회와 비교해 준비를 잘하지 못했다는 점"이라며 "실수가 잦았다. 이런 경기에서 실수가 잦으면 그 대가를 치러야 한다. 수비와 공격 모두에서 실수가 많았다"고 밝혔다.
[사진] 대한축구협회 제공.
지난 6월 A매치에서 들었던 이야기와 다를 바 없는 내용이었다. 벤투 감독은 당시 이집트전을 마치고 "전체적으로 오늘 좋은 경기를 치렀다. 좋은 경기력을 보여줬고 수비에서도 상대에게 많은 기회를 내주지 않았다"며 "6월 경기에서 수비 불안 장면을 본 것 같진 않다. 실수는 있었지만, 실수는 앞으로도 당연히 나오는 장면"이라 말했다.
당시 벤투 감독은 6월 내내 선수들의 실수를 언급했다. 그는 브라질전 이후 "실수가 나왔기 때문에 1-5라는 스코어가 나온 것 같다. 많은 실수가 있었고 실책도 있었다"고 밝혔고 파라과이전을 마치고는 "우리의 실수 2번으로 2골을 내줬다. 상대 공격이 잘했다기보다도 우리 실책이 나왔다”고 말했다.
그러나 벤투 감독 스스로 중요하다고 강조했던 이번 동아시안컵에서도 달라진 점은 없었다. 한국은 상대의 압박에 고전하며 무너졌고 그는 이번에도 패배 원인을 선수들의 실수에서 찾았다. "한국에서는 선수를 평가할 때 팀이 아니라 개인적으로 보는 경향이 있다. 변화가 필요하다"는 벤투 감독의 말대로 이 정도면 벤투호 전체의 문제라 봐야 한다.
이제 11월 21일 개막하는 2022 카타르 월드컵까지는 시간이 거의 남지 않았다. 9월 A매치가 벤투호에 주어진 마지막 기회다. 더 이상 패배 원인을 실수에서만 찾고 있을 수는 없다. 이제는 최근 경기력이 불운한 실수가 아니라 실력임을 정확히 진단하고 하루빨리 특단의 대책을 찾아야 한다. 
[사진] 대한축구협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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