뚝심으로 밀어붙였다면 결과로 보여줘야 했다.
파울루 벤투(53) 감독이 이끄는 대한민국 대표팀은 27일 일본 아이치현 도요타시 도요타 스타디움에서 일본과 '2022 동아시아축구연맹(EAFF) E-1 풋볼 챔피언십' 3차전에서 0-3으로 완패했다.
이 경기 패배로 한국은 대회 4연패 도전에 실패했다.반면 개최국인 일본은 완승을 거두며 분위기 반전과 함께 우승컵을 들어 올렸다. 한국은 81번째 한일전서 패하며 일본과 역대전적서는 42승 23무 16패가 됐다.
상대 전적에서는 앞서지만, 지난해 3월 0-3 패배 후 다시 패하고 말았다.
이 경기 한국은 일본이 14개의 슈팅과 7개의 유효 슈팅을 만들어 내는 동안 슈팅 5개, 유효 슈팅 1회에 그쳤다. 점유율이 56%로 앞섰지만, 득점을 만들어내지 못한 상황에서 점유율과 패스 성공률은 의미가 없다.
벤투 감독은 김진수-박지수-조유민-김문환으로 꾸려진 수비진 위에 센터백 권경원을 자리시켰다. 백승호 등 대안이 있었지만, 권경원을 수비형 미드필더로 기용했고 결과적으로는 결정적 패인이 됐다.
긍정적으로 평가한다면 월드컵을 앞두고 일종의 '전술 실험'을 진행했다고 볼 수 있다. '한일전'이라는 특수성을 고려하지 않은 채 말이다.
국제축구연맹(FIFA) 주관 대회가 아닌 이번 대회는 해외파 선수들 없이 치러졌다. 대회를 앞두고 팬들은 이승우(24, 수원FC), 주민규(32, 제주), 김대원(25, 강원), 양현준(20, 강원), 홍정호(33, 전북) 등 최근 K리그에서 좋은 폼을 보여주고 있는 선수들이 대표팀 명단에 이름을 올리게 될지 많은 관심을 모았다. 하지만 이들을 외면한 벤투 감독은 자신만의 '뚝심'으로 선수 명단을 꾸렸다.
물론 선수 발탁은 온전히 감독의 권한이다. 벤투 감독은 줄곧 자신의 전술에 맞는 선수들을 선발해왔으며 10회 연속 월드컵 본선 진출이라는 결과를 냈다. 존중받아 마땅한 성과다.
하지만 이번 대회에서 보여준 대표팀의 모습은 만족하기에는 부족했다. 중국-홍콩을 상대로도 크게 압도하지 못했고 마지막 3차전 일본과 경기는 그야말로 최악이었다. 선수들의 현재 폼을 고려하지 않은 채 자신의 입맛대로 선수단을 꾸렸다면, 감독은 결과로 자신의 선택이 옳았음을 증명했어야 했다. /reccos23@osen.co.kr
[사진] 대한축구협회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