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울루 벤투 감독의 인터뷰가 화제다. 한국 국민들이 알아야 할 것이라는 이야기를 꺼냈다. 말꼬리 잡기가 아니다. 누구나 알고 있는 사실을, 감독은 모르지만 이미 알고 있는 이들에게는 이해하기 힘든 이유를 대며 설명했다.
대한민국은 지난 27일 일본 아이치현 도요타시 도요타 스타디움에서 일본과 2022 동아시아축구연맹(EAFF) E-1 챔피언십 3차전서 0-3으로 참패했다.
이날 패배로 한국은 대회 4연패 도전에 실패했다. 반면 개최국인 일본은 완승을 거두며 분위기 반전과 함께 우승컵을 들어 올렸다.
한국은 81번째 한일전서 패하며 일본과 역대전적서는 42승 23무 16패가 됐다. 하지만 지난해 3월 0-3 패배 후 다시 패하고 말았다.
A 대표팀 전적서도 최악의 결과였다. 한일전에서 한국이 3골차 이상으로 패한 건 1974년 9월 도쿄에서 열린 정기전(1-4 패), 2011년 8월 삿포로에서 열린 평가전(0-3 패), 2021년 요코하마 평가전(0-3 패) 이후 네 번째다.
최악의 결과였다. 모든 것이 감독 책임일 수 없다. 하지만 경기 후 방송 인터뷰와 공식 기자회견에서 벤투 감독이 내놓은 답변은 최악이었다.
벤투 감독은 "예상한 대로 앞선 2경기와 전혀 달랐다. 일본의 수준이 달랐다. 90분 내내 우리보다 잘 뛰었다. 타당한 결과였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최선을 다했으나 실수가 많았다. 이만큼 실수가 많으면 그 대가를 치를 수밖에 없다. 일본전을 잘 분석해 월드컵을 향해 나아가도록 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실수가 많아 패했다는 자조적인 발언은 충분히 이해가 된다. 하지만 그 후의 답변은 이상했다. 벤투 감독은 “일본의 플레이에 대해서 놀란 부분은 없었다. 90분 동안 예상한 대로 플레이했다. 수비 쪽에서 준비 시간이 필요했다. 할 수 있는 건 다했다. 공간을 찾으려고 노력했으나 만들어지지 않았다. 일본의 배후 공간을 노렸으나 실패했다”고 설명했다.
준비를 해도 되지 않는다는 발언으로 풀이할 수 있다. 무리한 추론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상대가 어떤 플레이를 펼칠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선수 구성과 전술적인 움직임을 제대로 대응하지 않은 것에 대해 당연하다고 말하는 감독은 좀처럼 찾아볼 수 없다.
더 중요한 것은 마지막 답변이다. "이번 대회에는 국내파들이 주로 투입됐다며 "코치진과 한국 국민들이 알아야 하는 것은 비주전 선수들이 격차를 좁히려고 한다면 그 격차는 더 커질 것이다"라는 이야기를 내놓았다. 쉽게 이해하기 힘들다.
하지만 주전들이 없는 상황이라면 문제가 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고 또 그 문제는 비주전들이 해결할 수 없다는 이야기로 밖에 들리지 않는다. 국내파들만 뛰었다는 변명은 통하지 않는다. 지난해 당한 '요코하마 참사'의 경우 손흥민(토트넘) 등 해외파들이 참가하지 못했다. 당시에도 이강인(마요르카)을 제로톱 공격수로 출전시키며 논란이 컸다.
하지만 이번에는 한국과 일본은 똑같은 입장이었다. 일본도 해외파 없이 경기에 임했다. 일본 하지메 모리야스 감독은 오히려 경기 후 "J리그의 가치를 높였다"라며 자국 선수들에게 칭찬을 아까지 않았다.
또 한국 국민들이라고 말까지 꺼냈다는 것은 쉽게 이해하기 힘든 발언이다.
경기 전체의 무기력한 모습을 모두 감독이 책임져야 하는 것은 아니다. 그런데 벤투 감독의 기자회견은 분명 잘못됐다. / 10bird@osen.co.kr
[사진] KFA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