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링 브레우트 홀란(22, 맨체스터 시티)은 신세대 최고의 스트라이커다. 지난 21일(이하 현지 일자) 스물두 번째 생일을 맞이한 이 영건은 이미 세계 축구계를 놀라게 할 만큼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195cm의 큰 키와 최고 속력 36㎞/h의 엄청나게 빠른 질주가 돋보이는 폭발적 신체 능력을 바탕으로 한 몸놀림은 ‘괴물’을 연상케 한다.
독일 분데스리가에서, 그는 벌써 뛰어난 역량을 입증했다. 보루시아 도르트문트에 둥지를 틀고 있던 2020-2021~2021-2022시즌, 비상의 나래를 활짝 펴고 날아올랐다. 잠재력을 한껏 분출하며 각각 27골(3위) 6어시스트, 22골(3위) 7어시스트를 결실했다. 약관을 갓 지난 젊디젊은 나이에 매 시즌 득점왕 각축에 뛰어든 초대형 공격수로서 이름을 떨쳤다.
당연히, 마음을 사로잡힌 전 세계 명문 클럽들은 구애의 손길을 내밀었다. 도르트문트가 2024년 6월 30일까지 돼 있는 계약 기간을 내세워 버티기엔, 그 강도는 너무나 뜨거웠다. ‘러브 콜’의 승자는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의 맨체스터 시티였다. 지난 1일 5,120만 유로(한화 약 683억 원·이하 7월 22일 환율)로 묶은 바이아웃 금액을 뛰어넘은 6,000만 유로(약 801억 원)를 기꺼이 내주고 그를 품에 안았다.
전문가들은 그가 앞으로 세계 축구계를 지배할 골잡이로서 성장하리라고 전망하는 데 주저하지 않는다. 독일의 축구 이적 정보 전문 사이트인 트랜스퍼마크트도 한목소리를 낸다. 그의 시장 가치를 1억 5,000만 유로(약 2,002억 원)로 산정한다. 프랑스 리그 1의 파리 생제르맹에 몸담고 있는 킬리안 음바페(1억 6,000만 유로·약 2,135억 원)에 이어 세계 2위다. 놀랍기만 하다.
무시무시한 파괴력의 홀란, 그러나 손흥민이 충분히 넘어설 수 있는 존재
한국인의 긍지를 곧추세운 손흥민(30·토트넘 홋스퍼)은 개막(8월 6일)이 다가온 EPL 2022-2023시즌 야망에 불타오른다. 2021-2022시즌에 이어 득점왕 2연패의 열망을 불태우며 몸과 마음을 갈고닦는다.
그런 손흥민에게 상당한 걸림돌이 나타났다. 홀란의 등장이다. 2021-2022시즌까지는 활동 무대가 달랐다. 그러나 이제는 다르다. 홀란이 EPL에 뛰어듦으로써 뛰노는 물이 같아져 격돌을 피할 수 없게 됐다. 득점왕으로 가는 길에 있어서 강력한 맞수로 떠오른 홀란에게 신경을 쓸 수밖에 없는 처지에 놓인 손흥민이다.
이 맥락에서, 최근 EPL 홈페이지 뉴스난에 실린 ‘홀란 활용법’에 눈길이 간다. 아드리안 클라크가 분석한 이 기사엔, 홀란의 플레이스타일과 활용 전술 등이 소개돼 있다. 곧, 역으로 생각하면 대처 방안을 제시했다고 볼 수 있어, 한 번쯤 음미해 볼 만하다.
홀란은 분데스리가에서 2.5시즌을 소화하며 61골을 터뜨렸다. 평균 86분, 즉 1경기당 한 골씩을 뽑아내는 놀라운 득점 감각을 뽐냈다. 그런데 대부분 득점이 왼발에서 나왔다. 47골을 왼발 슈팅으로 잡아냈다(77.05%). 오른발로는 9골(14.75%)을, 헤더로는 5골(8.20%)을 각각 기록하는 데 그쳤다. 공간으로 봤을 때엔, 7~18야드(6,4~16.46m)에서 날린 슈팅이 압도적 득점(42골·68.85%)으로 이어졌다. 이 밖에 0~6야드(5.49m) 거리에서 18골(29.51%)을, 18야드 이상 거리에서 1골(1.64%)을 각기 기록했다.
그러니까 왼발 슈팅을 조심하고 페널티 박스 안쪽에서 몸놀림을 경계한다면 홀란의 득점력은 상당히 저하될 것으로 보인다. 축구 선수로선 엄청 큰 키에 걸맞지 않은 약한 헤더 솜씨와 비교적 골문과 가까운 거리를 득점 반경으로 하는 홀란의 플레이 패턴을 숙지하면 그의 득점력을 어느 정도 떨어뜨릴 수 있을 듯싶다. 양발을 모두 능숙하게 사용할뿐더러 중·장거리 슈팅 능력을 갖춘 손흥민과 확연히 구별되는 대목이다.
오프 더 볼 상황에서, 홀란의 움직임은 세계 으뜸으로 손꼽힌다. 오프 더 볼 상황에서, 상대 수비에 균열을 내기 위해 부지런히 움직이다가 동료의 패스 타이밍에 맞춰 라인 브레이킹을 하고, 센터백과 풀백 사이 틈으로 침투하며, 완전히 바깥쪽에 빠져 있다가 기습적으로 안쪽으로 치고 들어가는 등 다양한 공간 창출 능력은 일품이다. 분데스리가 시절, 공간을 파고들어 터뜨린 골이 41%에 달할 정도였다.
과르디올라 감독 체제의 맨체스터 시티는 낮은 크로스나 골대를 가로질러 패스를 보내는 전술로 톡톡히 재미를 보고 있다. 골 에어리어 안에서 영리하게 움직이며 골 포착 능력이 빼어난 홀란에게 딱 들어맞는 전술이다. 분데스리가에서 활동할 때, 홀란은 크로스 전환(연계) 상황에서 31%의 골을 거둬들였을 만치 골문 앞 움직임이 무척 뛰어났다. “과연 저런 거구에서 어떻게 그런 동작이 빚어질까”라는 찬탄을 자아냈던 홀란이다.
그러나 홀란에게도 분명 단점은 있다. '포처(poacher)' 유형의 골잡이인 홀란은 팀이 전체적으로 밀리는 상황에선, 플레이에 관여하는 힘이 몰라볼 정도로 떨어지는 약점을 지적받는다. 팀이 공격을 원활하게 풀지 못할 때 원 톱으로서 2~3선에 내려와 공격 전개를 돕는 플레이가 부족함도 약점임에 분명하다.
이번에 분석 기사를 쓴 클라크도 이 점을 짚으며 홀란이 과르디올라 감독이 원하는 중앙 공격수 플레이 스타일에 쉽게 적응할지 다소 의문을 나타냈다. 그러면서 그 대처 방안으로 과르디올라 감독이 ‘폴스(false) 나인’ 전술을 보다 빈번하게 사용하지 않을까 내다봤다.
홀란이 무시무시한 득점력의 골잡이임엔 틀림없다. 그렇지만 위의 활용법에서 나타나듯 역으로 파훼법도 존재한다. 지난 시즌 무결점의 득점 감각을 뽐냈던 손흥민의 득점왕 2연패 도전에 암초임엔 분명하나, 결코 두려운 상대만은 아니다. 상대의 강점을 역이용하는 장계취계(將計就計) 방략에 노출된 홀란은 충분히 넘어설 수 있는 거침돌일 뿐이다.
전 베스트 일레븐 편집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