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스날 팬이지만, 손흥민과 해리 케인은 직접 보고 싶었어요."
토트넘과 세비야 FC는 16일 오후 8시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쿠팡플레이 시리즈 2차전'을 치른다. 경기를 앞두고 수만 명에 이르는 팬들이 경기장을 찾아 인산인해를 이뤘다.
가장 많이 볼 수 있는 유니폼은 단연 대한민국 캡틴 손흥민 유니폼이었다. 경기장 주변은 등번호 7번과 'SON'의 이름이 새겨진 유니폼으로 가득했다. 간간이 케인과 데얀 쿨루셉스키 등 다른 토트넘 선수들의 유니폼도 찾아볼 수 있었다.
그중 눈길을 끄는 유니폼이 있었다. 바로 아스날 레전드 데니스 베르캄프의 이름이 새겨진 오래된 유니폼이었다. 유니폼의 주인공은 손흥민을 직접 보기 위해 서울에서 달려온 아스날 팬 심호준 씨(21)였다.
자신을 아스날 팬이라 밝힌 호준 씨는 토트넘을 응원하는 친구들의 설득으로 경기장을 찾았다고 밝혔다. 그는 "지난 2016년부터 아스날을 응원했다. 아르센 벵거 감독의 말년을 지켜보며 팬이 됐다"며 "함께 온 친구들이 토트넘 팬인데 꼭 와야 한다고 설득했다. 사실 나도 손흥민과 케인을 직접 보고 싶어서 오게 됐다"고 말했다.
오랜 아스날 팬답게 호준 씨는 이날 토트넘을 응원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그는 "아스날과 같은 붉은 유니폼을 입은 세비야를 응원하겠다. 수소와 에릭 라멜라를 눈여겨볼 것"이라 밝혔다. 그러면서도 승부 예측을 묻자 냉철하게 토트넘의 3-1 승리를 점쳤다.
호준 씨의 옆에는 토트넘 유니폼을 입은 친구도 있었다. 그는 인터뷰 내내 호준 씨가 입은 베르캄프 유니폼을 보며 "굳이 이렇게 입고 올 필요가 있는지 모르겠다. 아스날은 토트넘보다 밑인 팀"이라며 핀잔을 줬다. 호준 씨는 "토트넘은 마지막 리그 우승이 반 세기가 넘었다"며 받아쳐 봤으나 숫자가 많은 토트넘 팬들을 이기지 못했다.
한편 호준 씨는 특히 케인에 대해 기대감을 드러냈다. 그는 "손흥민만큼이나 케인의 플레이를 눈으로 보고 싶었다. 그는 아스날에서도 뛸 수 있는 선수"라며 "토트넘이 이처럼 한국에 신경써주는 것은 부럽기도 하다"고 털어놨다. 호준 씨는 오랜 시간을 기다려 토트넘 선수단 포토존에서 사진을 찍을 때도 케인 등신대 옆에 딱 붙어 포즈를 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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