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연기관은 늦었지만 전기-수소 스포츠카는 우리가 먼저 간다." 패러다임의 변화는 선구자나 후발주자나 모두를 한 줄에 세우는 효과가 있다. 현대자동차가 대전환의 시기에서 '리셋 효과'를 제대로 누리고 있다.
내연기관에서는 수십년이 뒤졌지만 적어도 전동화 시대에서는 대등하거나 먼저 달려나가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보이고 있다. 15일 공개된 'N 브랜드 전동화 비전'이 그 증거다.
N은 2015년 런칭된 현대차의 고성능 서브 브랜드다. ‘고성능’ 개념을 단순히 빠른 차량이 아닌, 코너링 악동(Corner Rascal, 곡선로 주행능력), 일상의 스포츠카(Everyday Sports Car), 레이스 트랙 주행능력(Race Track Capability)의 3대 핵심 요소를 기반으로 잡았다.
N브랜드는 ‘운전의 재미’를 극대화할 수 있는 N차량의 3대 핵심요소를 전기차 시대에도 반영하겠다고 밝혔다. ‘속도감’ 또는 ‘제로백’이 좋아진 전기차의 특성에 더해, ‘코너링 악동’으로 다이내믹한 재미를 느낄 수 있도록 연구개발에 매진할 예정이라고 언급했다.
무거워진 무게와 열관리가 필수인 전기차를 ‘레이스 트랙’에서 오랫동안 즐길 수 있도록 고성능 기준으로 끌어올리는 게 과제다. 전기차의 소프트웨어 측면의 잠재력을 활용해 사운드, 진동 등 고성능의 감성적 영역에서도 다양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현대차는 15일, 온라인에서 ‘현대 N Day’ 영상을 공개했다. 막연한 미래 전략을 소개하는 영상이 아니었다. 고성능 전동화 차량 2대가 트랙을 종횡무진하는 영상이다. 전동화 시대를 겨냥한 롤링랩 콘셉트카 2대였다. 롤링랩(Rolling Lab)은 움직이는 연구소라는 뜻으로 양산차량 적용 전에 실시하는 연구개발과 검증 단계를 말한다. 기존 RM(Racing Midship)시리즈에 이어 차세대 전동화 차량 개발을 위해 새로운 이름의 롤링랩 시리즈를 선보였다.
2개의 모델은 'RN22e'와 'N Vision 74'이다.
RN22e는 E-GMP 고성능 전기차 롤링랩으로 2023년 출시 예정인 아이오닉 5 N의 디딤돌이 되는 모델이다. N Vision 74는 수소 하이브리드 롤링랩으로 ‘N 2025 비전 그란투리스모’와 ‘포니쿠페’에서 영감을 받아 개발됐다.
▲E-GMP기반의 고성능 전기차 롤링랩 RN22e
롤링랩 ‘RN22e’는 N브랜드의 첫번째 E-GMP(Electric-Global Modular Platform) 기반 고성능 차량이다. 외형은 부산모터쇼에서 공개된 아이오닉 6를 기반으로 했다.
N브랜드는 ‘코너링의 재미’를 구현하기 위해 이미 출시한 N양산모델에 e-LSD(전자식 차동제한장치)를 적용해왔다. 여기에 더해 RN22e는 전동화 시대에 더 무거워진 차량의 무게에 대한 한계를 극복하고, 전기차에서도 독특한 코너링 경험을 제공하기 위해 트윈클러치를 통한 토크 백터링 선행기술을 연구개발 해왔다. 또한, 3D프린팅한 알루미늄 부품 장착을 통해 경량화 및 강성을 유지하는 등 더 나은 코너링의 재미를 제공하기 위해 연구개발 하고 있다.
160kW 전륜모터와 270kW 후륜모터를 장착한 RN22e는 AWD인 동시에 운전자는 기분에 따라 원하는 구동력을 설정할 수 있고 강력한 드리프트까지 가능하다.
제동 측면에서는 무거운 무게를 견디도록 4피스톤 모노블록 캘리퍼 및 400mm 구경의 하이브리드 디스크를 RN22e에 적용했다. 뿐만 아니라 회생제동 강화를 통한 다이내믹한 움직임을 구현해 전기차만의 새로운 주행 경험을 제공하고자 했다.
감성적인 측면에서는 ‘일상의 스포츠카’를 실현하기 위해 사운드에 집중했다. N 사운드 플러스(N Sound+) 기능으로 내외부 스피커에서는 역동적인 사운드가 재생된다. N 사운드 플러스와 연동해 진동 및 변속 느낌을 제공하는 N e-쉬프트(N e-shift)가 들어간다.
▲N브랜드 최초의 수소 하이브리드 롤링랩 N Vision 74
또 하나의 롤링랩 ‘N Vision 74’는 N브랜드 론칭 시 공개했던 수소 고성능 콘셉트를 실체화했다. 포니쿠페 콘셉트 정신을 계승한 수소 하이브리드 고성능 차량이다. 수소는 전기차보다는 좀더 중장기적인 연구과제다.
현대차는 2015년 N브랜드를 런칭하면서 수소 고성능 콘셉트의 ‘현대 N 2025 비전 그란투리스모’를 공개한 바 있다. ‘N Vision 74’에는 이 비전도 담겨 있다.
'하이브리드'가 붙은 것은 배터리 모터와 수소연료전지를 결합했다는 의미다. 수소차에는 기본적으로 배터리 모터가 들어가지만 상황에 따라 수소의 개입없이 배터리로만 달린다는 게 다르다. 주행 환경에 따라 배터리 또는 수소연료 사용 조건을 연구 개발해서 N Vision 74는 냉각성능을 증진시킬 수 있었다. 고성능과 냉각 성능의 밸런스를 찾아가면서 3채널 냉각시스템을 개발해왔다. 수소전기차의 긴 주행거리를 바탕으로 빠른 충전에 대한 장점을 살릴 수 있다.
뒷바퀴에 달린 트윈 모터를 제어하는 조건의 연구에서는 정확하고 빠른 토크 벡터링을 구현했다.
시각적으로 1974년 현대차의 콘셉트카였던 ‘포니쿠페’에서 영감을 받았다. 이름에 '74'가 붙은 것도 이 때문이다. 당시 현대차는 ‘포니쿠페’를 첫 양산 스포츠카로 선보이고자 양산 프로토타입 차량까지 개발했으나, 당시 경제위기에 따른 사회적 이유로 양산에 이르지는 못했다.
현대차 N브랜드매니지먼트모터스포츠사업부 틸바텐베르크 상무는 “현대 N은 7년만에 가장 빠르게 진화하는 고성능 브랜드”라며 “우리는 미래 고성능 시대의 새로운 기준을 세우고자 하는 목표를 위해 창의력과 도전정신을 지니고 나아갈 것이고, N브랜드의 전동화 비전이 2023년 아이오닉 5 N으로 현실화되는 시점에 이번 롤링랩은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고성능 전기 양산차로서의 첫 결과물은 2023년에 나온다. 첫 전기 고성능차 ‘아이오닉 5 N’이다.
현대차 고객경험본부장 토마스 쉬미에라 부사장은 “N Vision 74 와 RN22e는 제품 라인업 전체의 개발에 전략적으로 중요한 역할을 지니고 있고, 롤링랩은 단순 양산모델을 넘어 선행기술을 지속 개발하는 등대로서의 역할”이라며, “이런 독특하고 전략적인 접근은 현대차 및 N브랜드가 지속적으로 한계를 뛰어넘어 미래를 준비하고 도전을 가능하게 할 것”이라고 밝혔다. /100c@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