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 종목을 대표하는 슈퍼스타가 있다. 축구에 손흥민(30, 토트넘)이 있다면 농구에 허웅(29, KCC)이 있다.
우리는 지금 손흥민의 시대에 살고 있다. 한국에서 태어난 선수가 축구의 세계최고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에 진출해 득점왕을 차지했다. 손흥민 덕분에 토트넘의 내한경기가 성사됐다. 토트넘과 K리그 올스타팀이 맞붙은 이벤트 경기에 6만 4천명의 팬들이 가득 찼다. 50만 원을 줘도 입장권을 구하기 힘든 경기서 손흥민은 두 골을 폭발시켰다.
손흥민은 축구대표팀에서도 주장이다. 지난 6월 FIFA 랭킹 1위 브라질이 내한해 한국과 평가전을 치렀다. 손흥민은 네이마르 등 세계최고선수들과 비교해도 뒤지지 않는 기량을 선보였다. 서울, 대전, 수원 등 손흥민이 가는 경기장마다 수만명이 몰려 매진행렬을 이뤘다. 손흥민은 A매치 100번째 경기에서 프리킥으로 골을 터트렸다. 손흥민 관련물품은 날개 돋힌 듯 팔려 나가고 있다. 만화로 그려도 비현실적인 일이 실제 한국에서 일어나고 있다.
농구에서는 허웅이 그런 존재다. 비인기종목으로 전락한 한국프로농구에서 허웅은 한줄기 빛이다. 홈과 원정경기를 가리지 않고 ‘오빠부대’를 몰고 다니는 선수는 농구에서 정말 오랜만에 나타났다. ‘올스타 투표 1위’를 차지한 허웅을 보기 위해 팬들은 아이돌 콘서트 못지 않은 ‘광클릭’ 경쟁을 해야 했다.
영하의 날씨에 허웅의 얼굴이 그려진 부채를 얻기 위해 한 시간 이상 줄을 서는 광경은 그야말로 충격이었다. 덕분에 2000년대부터 ‘남초’였던 농구장에서 허웅 경기는 이제 여성팬이 절대적으로 더 많다.
‘농구대통령’ 허재의 장남 허웅은 농구대표팀에서도 존재감을 발휘하기 시작했다. 허웅 효과로 대한민국농구협회도 오랜만에 물을 만나 노를 힘차게 젓고 있다. 지난 6월 안양체육관에서 필리핀 국가대표팀 초청 평가전이 두 차례 개최됐다. 허웅의 출근샷을 보기 위해 세 시간 전부터 대기하는 팬들이 등장했다. 허웅 관련상품도 많은 판매를 기록했다. 농구대표팀이 관련용품 판매로 수익을 낸다는 것은 전에는 상상도 못했던 일이다.
기량면에서도 허웅은 동생 허훈과 함께 대표팀에서 꼭 필요한 선수가 됐다. 지난 시즌 평균 16.7점을 올린 허웅은 국내선수 득점랭킹에서 17점의 이대성에 이어 2위에 올랐다. 득점이 부족한 DB에서 허웅이 소년가장 역할을 한 경기가 많았다. 장기인 3점슛 뿐만 아니라 돌파까지 경지에 올랐다. 슈터 전성현과 이현중의 이탈로 대표팀에서 유일한 슈팅가드인 허웅은 희소가치가 크다.
아시아컵을 계기로 허웅은 글로벌 슈퍼스타로 올라설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14일 가진 대만전에서 허웅은 장기인 3점슛을 4개 터트리면서 14점을 올렸다. 허웅의 활약으로 한국이 대만을 87-73으로 잡았다.
3점슛을 터트리고 환하게 웃는 허웅의 미소에 인도네시아 현지 팬들도 반했다. 여기에 한국에서 원정응원을 간 팬들까지 가세했다. FIBA에서도 한국대표팀이 왜 여성팬들에게 인기가 많은지 놀라움을 금치 못하고 있다. 그 중심에 허웅이 있다. 마치 농구판 BTS의 등장이다.
기자도 국제대회를 여러 차례 현장에서 취재했지만 한국을 응원하는 팬들은 대부분 현지 교민들이었다. 다수의 팬들이 선수를 보기 위해 한국에서 외국까지 단체로 따라가는 경우는 손흥민, 류현진, 김연아 정도밖에 보지 못했다. 농구에서는 단연 허웅이 처음이다. 허웅은 팬들의 국적을 가리지 않고 마음을 움직이는 힘을 가졌다. 이것이 바로 글로벌 슈퍼스타다. / jasonseo34@osen.co.kr
[사진] 대한민국농구협회 / FIBA SN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