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2009시즌을 끝으로 V리그를 떠났던 김연경은 지난 2020년 6월 오랜 해외생활을 마무리하고 국내 복귀를 전격 결심했다. 코로나19로 해외리그 진출이 불확실한 가운데 도쿄올림픽 출전과 12년만의 우승을 위해 연봉을 포함 많은 것을 포기하고 친정 흥국생명 유니폼을 입었다.
김연경에 국가대표 세터 이다영까지 합류한 흥국생명은 ‘절대 1강’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흥벤져스(흥국생명+어벤져스)라는 수식어가 생긴 것도 이 때다. 실제로 흥국생명은 KOVO컵에서 조별리그 3경기 및 준결승을 모두 셧아웃으로 따내며 손쉽게 결승에 안착했고, 정규리그 개막 10연승을 비롯해 4라운드까지 17승 3패를 질주하며 리그 최강의 위용을 마음껏 과시했다. 물론 쌍둥이자매의 5라운드 도중 이탈로 용두사미의 시즌을 치렀지만.
2년이 지난 지금 흥국생명은 절대 1강에서 언더독으로 위상이 떨어졌다. 김연경, 이재영, 이다영이 없는 가운데 지난 시즌 전면 리빌딩을 실시했는데 10승 23패(승점 31) 6위라는 성장통을 겪었다. 이후 2022-2023시즌에 앞서 권순찬 신임 사령탑을 야심차게 선임했지만 전력 보강은 내부 FA 김다솔 단속이 전부였다. 그런 가운데 지난달 6월 ‘배구여제’ 김연경이 2시즌만의 전격 흥국생명 복귀를 선언했다.
김연경은 지난 8일 홍천종합체육관에서 복귀 인터뷰를 갖고 “팀에 합류해서 오늘(8일) 4일째 훈련을 했다. 권순찬 감독님과 미팅, 면담을 했는데 분위기도 너무 좋고, 많은 부분이 발전한 걸 확인했다. 비시즌 준비를 잘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라고 다시 핑크색 유니폼을 입은 소감을 전했다.
사령탑 또한 2년 전 박미희 감독에서 권순찬 감독으로 바뀐 상황. 김연경은 “감독님이 부산 사나이라고 말씀하셨다. 털털하고 상남자 같은 면이 있어서 확고하게 이야기를 해주신다. 아닌 건 아니고, 맞는 건 맞다”라며 “나로서는 편하다. 추구하는 배구도 확고하셔서 잘 따라가면 이전과 다른 배구를 할 수 있을 것 같다”라고 기대를 드러냈다.
올 시즌도 흥국생명의 캡틴을 맡냐는 질문에는 곧바로 고개를 저었다. 김연경은 “주장을 하고 싶은 마음이 1도 없다”라고 웃으며 “현재 김미연 선수가 주장, 김나희 선수가 부주장을 맡고 있다. 두 선수가 팀을 잘 이끌고 있다. 주변에서 추천한다고 해도 난 괜찮다”라고 선을 그었다.
2년 전 김연경은 우승을 위해 흥국생명에 돌아왔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번 시즌은 목표가 바뀌었다. 그는 “우승이 쉽진 않을 것 같다. 현대건설, 한국도로공사, GS칼텍스 등 강한 상대가 많다”라며 “그래도 팀 내 어린 선수들이 이전보다 좋아졌다. 김다은, 박현주, 박은서 등이 과거에 비해 많이 성장해서 놀랐다. 선수들끼리 잘 준비해서 최대한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겠다”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올 시즌은 아직 개인 목표를 설정하지 않았다. 그보다 팀이 얼마나 성장하고, 많은 분들에게 얼마나 재미를 줄 수 있고, 또 얼마나 올라갈 수 있는지 포커스를 두고 열심히 준비해보려고 한다”라고 마음을 비운 듯한 뉘앙스를 풍겼다.
그러나 국내 팬들과의 만남은 2년 전이나 지금이나 똑같이 설렌다. 2020-2021시즌 때는 코로나19로 대부분이 무관중 경기였기에 기대감이 더욱 증폭되고 있다.
김연경은 “2년 전에는 팬들과 함께하지 못해서 아쉬웠다”라며 “그러나 이번에는 상황이 많이 좋아져서 많은 팬들 앞에서 뛸 수 있게 됐다. 기대가 되고 설렌다. 홈구장을 꽉 채워주시면 열심히 하도록 하겠다”라고 응원을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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