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리볼네이션스리그(VNL) 사상 최초로 전패 수모를 겪고 귀국길에 오른 한국 여자배구대표팀. 대회 내내 후배들을 응원한 ‘배구여제’ 김연경(흥국생명)의 마음도 편치 않았다.
김연경은 8일 홍천종합체육관에서 열린 2022 여자프로배구 홍천 서머매치 첫날 국내 복귀 인터뷰를 갖고 VNL에서 좌절을 겪은 한국 여자배구대표팀을 향해 진심 어린 조언을 건넸다.
세자르 에르난데스 곤잘레스 감독이 이끄는 한국 여자배구대표팀은 지난 3일(한국시간) 불가리아 소피아에서 마무리된 VNL에서 최하위에 그쳤다. 12경기에서 승점 1점도 얻지 못하며 2018년 출범한 VNL 역대 최초 전패 최하위라는 불명예를 썼다. 12경기에서 따낸 세트는 고작 3개에 불과. 그나마 해볼 만한 상대로 여겨진 일본과 태국전 셧아웃 완패가 치명적이었다.
도쿄올림픽을 끝으로 대표팀에서 은퇴한 김연경은 “나 역시 오랫동안 대표팀 생활을 했고, 그 대회에 나갔을 때 힘든 부분을 잘 알고 있다. 응원도 했는데 아쉽게도 승리하지 못하고 돌아왔다”라며 “그래도 점점 가면서 좋은 모습을 보여준 건 긍정적이다. VNL 때 늘 성적이 좋지 못했기 때문에 앞으로 점점 좋아질 것이다. 좋게 봐주셨으면 좋겠다”라고 대회를 지켜본 소감을 전했다.
대회 기간 세자르 감독과 주장 박정아와 나눈 대화 내용도 공개했다. 김연경은 “박정아와 연락을 많이 했는데 새롭게 주장을 맡으면서 어떤 식으로 하는 게 좋겠냐고 조언을 구했다. 대표팀 상황도 들었다”라며 “아시다시피 지금 상황이 힘들다. 우리나라 선수들은 유럽 경험이 없어서 시차, 이동거리에 대해 예민한 게 사실이다. 그런 부분을 힘들어했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세자르 감독님과도 경기 전후로 이야기를 많이 나눴다. 어떻게 하면 한국 배구가 좋아질 것 같냐고 조언을 구하셨다”라고 덧붙였다.
배구여제 또한 아시아 팀들과의 경쟁력 약화에 우려를 표했다. 김연경은 “태국, 중국, 일본 등 아시아 나라의 경기도 봤다. 확실히 팀 색깔이나 배구하는 스타일이 확고하게 느껴졌다”라며 “아직까지 우리나라는 많이 부족하다. 우리가 가야할 방향이 많이 보였다. 그런 부분을 잘 보완해서 세계선수권대회를 잘 준비했으면 좋겠다”라고 바라봤다.
김연경이 제시한 솔루션은 스피드 배구. 브라질, 미국 등 배구 강호들과 경쟁하기 위해선 세계적인 추세를 따라야한다고 힘줘 말했다. 그는 “현재 세계 배구는 스피드를 추구한다. 앞으로 한국 배구도 세계적인 무대에서 경쟁하려면 그런 배구를 해야 한다. 물론 세자르 감독님도 그런 준비를 하고 있는 걸로 알고 있다”라고 전했다.
다만 그러면서도 “스피드 배구가 하루아침에 되는 건 아니다. 오랜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본다”라며 “현재 대표팀이 세대교체 중이라고 하는데 현재 엔트리를 보면 서른 넘은 선수들이 아직 있다. 그 선수들이 잘 이끌어서 나가면 좋은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을 것 ”이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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