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번째 WC' 앞둔 주장 손흥민, "다같이 즐기고 오면 좋겠다" [종합]
OSEN 고성환 기자
발행 2022.07.04 12: 59

[OSEN=서울, 고성환 인턴기자] "그냥 즐기라고 해주고 싶다. 4년에 한 번 오는 무대를 부담감 때문에 놓치지 않았으면 좋겠다."
어느덧 3번째 월드컵을 앞둔 주장 손흥민(30, 토트넘)이 후배들을 향해 아낌없는 조언을 전했다.
손흥민은 4일 오전 아디다스 홍대 브랜드센터에서 열린 ‘손 커밍 데이’ 행사에서 개인 커리어 하이를 달성한 올 상반기를 돌아보며 다가오는 2022 카타르 월드컵을 위한 준비와 각오를 밝혔다.

지난 6월 A매치 4연전을 마친 손흥민은 국내에서 휴식을 취하며 다음 주 한국을 찾는 토트넘 선수단에 합류할 예정이다. 토트넘은 13일 오후 팀 K리그와 친선 경기를 가진 후 16일 세비야와 맞대결을 갖는다.
손흥민은 지난 시즌 한국을 넘어 아시아의 역사를 새로 썼다. 그는 2021-2022시즌 리그에서만 23골 7도움을 터트리며 모하메드 살라(리버풀)와 함께 프리미어리그(PL) 공동 득점왕에 올랐다. PL을 포함한 유럽 5대리그에서 아시아인이 득점왕에 오른 것은 손흥민이 최초다.
다음은 손흥민과 일문일답.
- 2022년 전반기가 끝났다. 되돌아봤을 때 가장 기뻤던 순간은?
▲ 월드컵을 나가게 됐을 때도 상당히 기뻤고 소속팀에서 시즌을 원하는 방향으로 마무리했을 때도 기뻤다. 그 두 순간이 가장 기뻤던 것 같다. 한 팀의 주장으로서 월드컵 10회 연속 본선 진출을 이루게 돼서 너무 좋았다. 프리미어리그에서도 어릴 적부터 꿈꾸던 목표를 달성하게 돼서 너무나도 행복한 순간이었다. 이보다 더 행복한 순간이 월드컵에서 나왔으면 좋겠다.
- 이제는 트레이드마크가 된 찰칵 세레머니의 의미는?
▲ 골 넣는 상황들이 되게 특별한 순간이기에 마음 속으로 항상 기억하고 싶었다. 절대로 잊어버리지 않는 추억으로 간직하고 싶어서 사진을 찍는다는 의미로 하게 됐다. 많은 분들이 좋아해주시고 따라해주시는 모습을 보면 잘 만들었구나 싶어서 뿌듯하고 감사하다.
- 칠레전 출전을 통해 한국 역대 6번째 센추리 클럽에 가입했다. 대표팀 경기 중 가장 기억에 남는 경기는?
▲ 사실 조금 더 빨리 100경기를 달성했어야 했는데 코로나19 상황으로 인해 조금 늦어졌다. 사실 내가 대표팀에서 100경기를 뛸 수 있을까 하는 생각조차 못했다. 되돌아보면 내가 100경기나 뛰었구나 하고 놀란다. 주어진 상황과 시간 속에서 매일매일 행복하게 보내고 있다. 그래도 102경기 중에서 첫 경기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 롤모델이었던 (박)지성이 형과 같은 경기장에서 함께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너무나도 특별했다. 방도 같이 썼다. 모든 순간이 기억에 남지만, 제 첫 발걸음을 만들어준 그 경기가 기억에 남는다. 당시 시리아전이었는데 형은 아마 안 뛰었던 것 같다. 어린 마음에 형이 잠들 때까지 잠 못 들다가 자려 했다. (박)지성이 형이 꼰대는 아니었다. 운동장 안팎에서 많은 것을 배울 수 있는 형이다. 어떻게 쉬고 어떻게 컨디션을 만드는지 많이 배웠다.
- 최근 '골 때리는 그녀들' 등의 프로그램으로 인해 여성 풋살과 여성 축구 인구가 늘어나고 있다.
▲ 너무 감사하다. 그런 프로그램을 통해 많은 분들이 축구에 더 쉽게 조금 접근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축구가 이만큼 사랑받고 있구나 느낄 수 있어 감사하다. 이런 열기가 식지 않게 축구인들이 많은 책임감을 가져야 할 것 같다. 저도 축구인의 일원으로서 더 많이 연구하고 좋은 모습 보여드릴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 시즌 앞두고 몸관리는 어떻게 하고 있는지?
▲ 다시 0에서 시작하고 있다. 지난 시즌 많은 것을 이뤄냈지만, 모두 없어지고 새로 시작해야 한다. 하루하루 바쁘게 보내고 있는 와중에도 새벽에라도 일어나서 운동하고 있다. 몸상태를 꾸준히 만들려고 하고 있다. 한국에서도 경기를 하는데 몸상태가 안 좋을까 너무 걱정이 된다. 한국 팬들께도 우리 팀이 이 정도로 잘한다고 보여주고 싶어서 노력하고 있다.
- 런던에 그려진 찰칵 세레머니 벽화가 화제를 모았다.
▲ 처음에 누군가가 보내줘서 잠결에 봤다. 이게 맞는 건가? 이게 한국인가 영국인가 헷갈렸다. 퀄리티가 너무 좋아서 깜짝 놀랐다. 구단 측에서 연락이 왔다. 그린 친구가 웨스트햄 팬인데 아들이 토트넘을 좋아해서 벽화를 그렸다고 한다. 그래서 웨스트햄 팬에게 사랑받는 일은 득점왕보다 어려운 일 아니냐고 농담을 던졌더니 웃더라. 너무 고맙고 멋있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
- 리오넬 메시와 함께 카타르 월드컵 공인구 알 릴라 모델을 맡았다.
▲ 아직 경기에서 직접 차보지는 못했다. 촬영장에서만 몇 번 차봤는데 공이 가볍다. 원래 아디다스 공이 가볍기로 선수들 사이에서 유명하다. 월드컵을 기대하게 만들어주는 공 같다. 되게 예쁘다. (메시와 찍은 사진은) 꿈 같다. 축구라는 축제가 열리는 곳에서 세계에서 가장 축구를 잘하는 사람 옆에 서있는 것 자체가 꿈이다. 사진 볼 때마다 행복하다. 내가 열심히 하고 있구나 깨닫게 해주는 사진이다.
- 우상 크리스티아누 호날두가 이끄는 포르투갈과 조별리그에서 만난다.
▲ 다 똑같다. 우루과이도 그렇고 가나도 그렇고 어려운 상대이기 때문에 걱정이 많이 되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호날두를 보러 월드컵에 가는 것은 아니지 않나(웃음). 그를 만난다고 해서 설렘과 기쁨이 두 배가 되는 것은 아니다. 어떻게 우리가 가진 것을 다 보여줄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가장 크다.
- 다음 시즌 목표가 있다면?
▲ 개인적으로 잡아 둔 목표는 없다. 나는 욕심이 많은 사람이다. 일상에서는 욕심이 없지만, 운동장 안에서는 욕심이 많다. 가끔은 이기적이기도 하다. 어느 순간 목표를 잡고 시즌을 시작하게 되면 일찍 달성할 때도 있다. 그럴 때면 자신에게 느슨해지는 경험을 했다. 항상 부족하다고 생각하고 잘한 경기에서도 부족한 부분을 고치려 노력한다. 이런 모습이 개인적으로 발전하는 데 큰 약이 된 것 같다. 우승은 선수로서 당연히 가져야 하는 목표고 개인적으로는 지난 시즌보다 더 잘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
- 다음 시즌 더 보완하고 싶은 부분이 있는지?
▲ 집에서 웬만하면 내가 했던 경기를 자주 본다. 축구는 매 상황마다 정답이 없는 스포츠기에 '이런 상황에서는 더 좋은 결정을 했어야 했는데' 하면서 이미지 트레이닝을 한다. 그만큼 부족한 부분이 많다는 이야기 같다. 매 시즌 조금씩 발전하는 모습을 보여드리는 게 가장 중요한 것 같다. 이제 막 월드컵을 뛰고 있어야 하는 시기다. 그런데 시즌 중에 이동해야 하다 보니까 베스트 조건은 아니다. 그런 와중에 선수들과 이야기도 많이 하고 해서 어려운 상황에서도 특별한 월드컵을 치룰 수 있으면 좋겠다.
- 월드컵에서 만나는 팀 동료 로드리고 벤탄쿠르가 경고를 던졌다.
▲ 서로 웃으면서 이야기했다. 워낙 장난도 많이 치고 친하기 때문에 '어떡하냐? 너네 떨어지겠다' 이런 농담을 했다. 나도 '포르투갈과 우리가 올라갈 텐데 어떡하냐?'하고 농담했다. 진지하게는 지난번에 우루과이와 맞붙었을 때 힘들었다고 이야기했다. 팀 동료와 맞대결은 항상 특별하다. 콜롬비아랑 할 때도 다빈손 산체스와 손도 잡고 넘어지면 일으켜주기도 하고 그랬다. 월드컵에서 팀 동료를 만나는데 서로 응원해주고 싶다. 응원은 하지만, 우리가 올라갈 수 있게 최선을 다하겠다.
- 토트넘 동료들이 곧 한국을 찾아 경기를 치른다.
▲ 친구들이 오해를 하고 있는 게 있다. 내가 엄청나게 대단한 사람이라 생각하고 있다. 맛있는 곳, 좋은 곳을 많이 데려가 달라고 하고 있다. 그 부분이 걱정이긴 하다. 운이 좋게 함부르크, 레버쿠젠 때도 한국을 찾아 경기를 했었는데 토트넘에서도 한국에 올 수 있게 돼 기분 좋다. 또 한국에서도 토트넘이 인기가 많지 않은가. 토트넘의 손흥민을 보여줄 수 있다는 것 자체가 특별한 기회다. 정말 잘해서 팬분들께 즐거움을 선사하고 싶다.
- 어떤 메뉴가 먹고 싶다고 정해주지 않았는지?
▲ 메뉴를 정해주지도 않았다. 광범위하게 말하더라. 우리가 가면 알아서 준비해라 이런 식이다. 부담이 많이 된다. 한두 명이 아니라 50~60명이 되다 보니까 모두를 만족시킬 수 없을 것 같아 부담이다. (밥값) 계산은 한국에 왔으니 제가 해야 한다. 감독님께 해달라고는 할 수 없지 않나. 감독님이 잘 안 쏘는 스타일은 아닌데 아마 그러면 다음날 경기장에서 엄청 뛰게 될 것 같다(웃음).
- 동료들이 득점왕 수상을 위해 많이 애쓴 것 같다.
▲ 엄청나게 긴 비하인드 스토리가 있는데 짧게 이야기해보겠다. 그 순간이 너무 행복했다. 득점왕을 수상해 행복하기도 했지만, 친구들이 자기 일처럼 좋아해주는 것을 보고 그래도 내가 외국에 나와서 잘 지내고 있구나 하고 행복했다. 감독님은 그전부터 개인 수상에 신경을 안 쓰는 분이었고 항상 챔피언스리그를 강조했다. 전반을 2-0으로 마치고도 챔피언스리그가 중요하고 실수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하시면서도 쏘니가 득점왕할 수 있게 도와줘야 한다고 말씀하셨다.
사실 전반전에 찬스도 잘 안오고 해서 멘탈이 살짝 나갈 뻔 했다. 그런데 교체로 들어오는 친구들마다 ‘득점왕 만들어줄게’라고 말하더라. 루카스 모우라는 물론 스티븐 베르바인도 ‘한 골 더 넣게 해줄게’라고 했다. 어떻게 보면 경쟁자인데도 그런 마음으로 저를 도와주는 것 자체가 너무 고마웠다. 정말 쉬운 일이 아니다. 정말 득점왕이 된 것보다 더 좋았다.
심지어 에릭 다이어는 일주일 동안 '골든 부트 가져와야 돼, 골든 부트는 너 것이야'라고 말했다. 그는 한 달 전부터 골 넣을 때마다 뛰어와서 '골든 부트는 너의 것'이라고 말했다. 처음에는 꽤 차이가 나서 '무슨 골든 부트야 했는데' 점점 격차가 좁혀져서 모두가 설레어 했다.
- 한국에서 해리 케인 딥페이크 영상이 화제다. 케인도 봤을까?
▲ 못 보지 않았을까 싶다. 그런데 실제로 경기를 뛰면 그런 이미지가 더 돌아다닐 것 같다. 나는 본 것 같은데 케인은 못 봤을 것 같다.
- 최근 아버지 손웅정 씨가 손흥민은 아직 월드 클래스가 아니라고 밝혔다.
▲ 그건 아버지의 의견이기 때문에 제가 거기에 더 살을 붙일 수는 없는 것 같다. 저도 제가 월드클래스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진짜 월드 클래스라면 이런 논쟁이 안 펼쳐진다. 이런 논쟁이 펼쳐지고 있다는 것 자체가 아직 더 올라갈 공간이 있다는 뜻 같다. 저도 아버지 말씀에 많이 동의한다.
- 주장으로서 첫 월드컵을 치르게 되는 소감은?
▲ 일단 월드컵까지 주장을 잘리지 않는 게 중요한 것 같다(웃음). 후배들에게 월드컵이라고 힘이 너무 많이 들어가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얘기했다. 브라질 전에서도 하고 싶은 걸 하고 나오자고 많이 이야기했다. 저도 주장으로서 월드컵에 가게 된다면 그냥 그 무대를 즐기라고 해주고 싶다. 4년에 한 번 오는 무대를 부담감 때문에 놓치지 않았으면 좋겠다. 경기장에서 즐길 수 있어야 가진 것보다 많이 보여줄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항상 얘기하지만, 운동장에서 즐겁고 행복하게 뛰는 것이 중요하다. 선수들도 그렇게 해 줬으면 좋겠다. /finekosh@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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