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올림픽 4강 신화에 빛나는 한국 여자배구가 동네북 신세로 전락했다. 얼마 전 셧아웃 완승을 거뒀던 태국에게도 완패를 당하며 VNL 주최측의 혹평을 받았다.
세자르 에르난데스 곤잘레스 감독이 이끄는 한국 여자배구대표팀(세계 19위)은 지난 29일(이하 한국시간) 불가리아 소피아의 아르미츠 아레나에서 열린 국제배구연맹(FIVB) 발리볼네이션스리그(VNL) 3주차 예선 태국(14위)과의 경기에서 세트 스코어 0-3(11-25, 22-25, 17-25) 완패를 당했다.
한국은 이날 패배로 VNL 9전 전패를 당하며 참가 16개국 중 최하위에 머물렀다. 승리가 없는 팀은 한국이 유일하며, 심지어 9번의 경기에서 단 1세트를 따내는 데 그쳤다. 반면 태국은 5승 4패(승점 15)를 기록하며 8위에 위치했다.
한국은 지난 2020년 1월 도쿄올림픽 아시아 지역 예선 결승전에서 태국에 3-0 승리를 거두며 3회 연속 올림픽 본선행 티켓을 따냈다. 이후 기세를 이어 올림픽 8강전에서 터키를 꺾고 4강 신화를 썼다.
그러나 이날은 그 때의 한국도, 그 때의 태국도 아니었다. 1세트 11점의 저조한 득점을 비롯해 공수 집중력에서 모두 밀리며 줄곧 끌려가는 경기를 치렀다. 종종 대등한 흐름을 보이기도 했지만 그럴 때마다 범실이 속출했다. 그 결과 팀 블로킹에서 무려 6-17 열세에 처했고, 범실은 상대보다 2배 많은 21개(21-10)를 기록했다. 캡틴 박정아가 블로킹 1개를 포함 12점으로 분전했으나 동료들의 지원이 턱없이 부족했다.
VNL 공식 홈페이지는 경기 후 ‘태국이 17개의 블로킹으로 한국에 셧아웃 승리를 이뤄냈다’라는 제목 아래 한국-태국전을 집중 분석했다.
홈페이지는 “태국이 소피아에서 블로킹 17개를 앞세워 한국에 일방적인 승리를 거뒀다. 3연패 탈출과 함께 5승 4패 승점 15점을 기록하며 8위에 위치했다”라며 “반면 상대팀인 한국은 여전히 승리 없이 꼴찌에 그대로 머물렀다”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태국은 블로킹 5개를 포함 14점을 올린 찻추온을 비롯해 3명의 선수가 두 자릿수 득점을 올렸지만 한국은 12점을 기록한 주장 박정아가 최다 득점자였다”라고 두 팀의 전력 차이를 짚었다.
이번 대회 베스트 세터로 꼽히는 태국 주장 폰푼은 경기 후 “기분이 좋다. 모든 경기를 완벽하고 행복하게 하고 있다”라며 “매 경기 우리는 승리를 생각하지 않는다. 우리의 팀워크와 서로간의 커뮤니케이션을 더욱 신경 쓴다”라고 소감을 전했다.
한국은 오는 7월 1일 오전 2시 강호 브라질과 VNL 10번째 경기를 치른다. 분위기 반전이 쉽지 않아 보인다.
/backlight@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