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GM이 어느새? 탄탄한 진용의 제품군과 되찾은 자신감
OSEN 강희수 기자
발행 2022.06.27 14: 28

 지난 22일 한국지엠이 대규모 ‘GM 브랜드 데이’를 열었다. 명분은 새로 취임한 로베르토 렘펠 한국지엠 사장이 멀티브랜드 전략을 공개하고 새로운 청사진을 제시하기 위해서였다. 
인천 중구 파라다이스시티에 마련된 행사 현장을 본 참석자들은 그 규모에 깜짝 놀라야 했다. GM 브랜드의 독자적인 모터쇼를 참관하는 듯했다. 
로베르토 렘펠이 공표한 ‘멀티브랜드 전략’ 자체는 그리 새로운 건 아니었다. 한국지엠 산하에는 이미 쉐보레와 캐딜락이 포진하고 있었는데, 여기에 SUV 전문 브랜드 ‘GMC’를 추가하면서 정책적 의미를 부여한 게 ‘멀티브랜드 전략’이다. 향후 허머 같은 GMC 브랜드의 새로운 모델을 도입한다는 확정적 의미도 포함됐다.

캐딜락 에스컬레이드와 GMC 시에라 드날리 사이에서 엄지를 치켜세우고 있는 로베르토 렘펠 한국지엠 사장.

참석자들을 놀라게 한 건 따로 있었다. 한국지엠이 확보한 ‘풍부한 제품 라인업’과 그 전에 미처 느끼지 못했던 ‘자신감’ 때문이다.
풍부한 제품 라인업은 쉐보레와 캐딜락 그리고 GMC가 중앙 무대를 중심으로 퍼레이드를 하는 과정에서 시나브로 확인이 됐다. 
쉐보레 브랜드의 선봉은 지난 6월 3일 출시된 ‘더 넥스트 이쿼녹스’였다. 중형 SUV 이쿼녹스는 새로운 디자인에 새로운 엔진을 얹어 돌아왔다. 쉐보레의 최신 디자인 언어를 따라간 트렌디한 스타일로 치장을 했고, 심장으론 1.5ℓ 터보 가솔린 엔진이 들어앉았다. 종전 모델의 1.6ℓ 터보 디젤 엔진을 대신했는데, 배기량은 줄었어도 출력은 약 36마력이 강해졌다. 제3종 저공해차로 인증 받아 성능과 효율을 모두 개선했다. GM의 라이트사이징(Rightsizing) 기술로 개발된 새로운 엔진은 최고출력 172마력, 최대토크 28㎏·m의 성능을 보인다.
쉐보레 타호.
이쿼녹스의 뒤를 이어 쉐보레 SUV 라인업이 줄줄이 들어서기 시작했다. 초대형 SUV 바람을 일으킨 트래버스, 한국시장에서도 픽업트럭이 통한다는 확신을 보여준 콜로라도, 순수전기차의 선구자 볼트EV, 순수전기차의 다양성을 시도한 볼트EUV, 한국지엠의 재기 가능성을 심어준 트레일블레이저, 그리고 쉐보레 SUV 라인업의 맏형 타호가 위풍당당하게 중앙 무대를 향했다.
쉐보레의 뒤를 이어 아메리칸 럭셔리 캐딜락도 퍼레이드를 시작했다.
선봉엔 하이퍼포먼스 머신의 정수 ‘CT5-V 블랙윙’이 섰다. 6.2L 핸드 빌트 슈퍼차저 V8 엔진에 업계 최고 수준의 업-시프트 타임을 자랑하는 10단 자동변속기가 결합한 차다. 머신이라는 수식어에 걸맞게 최고출력 677마력, 최대토크 91.9 kg.m, 캐딜락 브랜드 역사상 최고의 퍼포먼스를 자랑한다.
캐딜락 에스컬레이드.
으르렁거리는 CT5-V 블랙윙의 배기음 뒤로 3열시트를 갖춘 대형 럭셔리 SUV XT6, 어반럭셔리 SUV XT5, 스타일리시 SUV XT4, 럭셔리 중형 세단 CT5, 퍼포먼스 세단 CT4, 그리고 SUV의 제왕 에스컬레이드가 캐딜락의 대형을 이뤘다. 
GMC 브랜드의 제품으로는 ‘시에라 드날리’가 처음으로 소개됐다. 아직은 라인업이라고 할 것도 없지만 시선을 압도하는 위용으로 단박에 GMC의 대표주자가 됐다.
GMC 시에라 드날리.
이 차는 진화를 거쳐 완성된 5세대 최신 모델이며, 캐딜락 에스컬레이드, 쉐보레 타호와 동일한 플랫폼을 사용한다. 북미 인증기준 420마력의 강력한 성능을 자랑하는 6.2리터 대용량 자연흡기 V8 가솔린 엔진과 10단 자동 변속기가 장착되며, 프리미엄 픽업트럭에 걸맞은 첨단 편의 사양도 탑재된다.
한국지엠은 이날 ‘GM 브랜드 데이’에서 15개 차종을 동원해 줄을 세웠다. 어느 글로벌 브랜드 못지않은 탄탄한 라인업이었다. 한국지엠은 일찍이 국내 생산 판매와 수입판매를 병행하겠다는 ‘투 트랙 전략’을 천명한 바 있다. 이 전략 아래 구비된 라인업을 한 자리에 모아 놓고 보니 어느새 위용을 자랑할 수준이 돼 있었다. 
‘GM 브랜드 데이’에서 참석자들을 놀라게 한 또 한 가지는 한국지엠의 ‘자신감’이다.
로베로토 렘펠(Roberto Rempel) 한국지엠 사장은 이 날 행사에서 “경영정상화라는 2018년의 약속을 이행하겠다”는 대목에서 “내년 흑자 전환”이라는 화두를 꺼냈다.
전략을 발표하고 있는 로베르토 렘펠 한국지엠 사장.
그 동안 한국지엠이 투 트랙 전략 아래 구조개편을 강력히 추진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지만 벌써 흑자전환을 언급할 정도인지는 업계 관계자들도 모르고 있었다. 한국지엠 실무자들에게 ‘흑자 전환’ 발언의 무게를 검증해봤더니 이런 답이 돌아왔다. “사실 작년에 이미 흑자전환의 문턱까지 갔다. 반도체 수급 문제만 없었어도 흑자전환이 가능했다”고 했다.
한국지엠이 브랜드 데이에서 보여준 자신감이 근거 없는 큰소리는 아니었던 셈이다.
‘자신감’의 원천은 ‘수출 효자’ 쉐보레 트레일블레이저였다. 우리나라 부평공장에서 생산되는 트레일블레이저는 2019년 11월 수출을 시작해 2022년 3월말까지 누적 수출량이 31만 1,023대(플랫폼 공유하는 뷰익 앙코르 GX 포함)에 이르렀다. 월 평균 1만 대 이상 수출을 하는 효자 중의 효자가 트레일블레이저다.
쉐보레는 이 같은 성공 신화를 하나 더 잉태하고 있다. 내년부터 창원공장에서 생산될 글로벌 신차가 착착 준비되고 있다. 차세대 CUV는 연간 50만대 생산 규모를 계획하고 있다. 트레일블레이저와 차세대 CUV가 수출을 터트려 주고, 쉐보레-캐딜락-GMC 브랜드의 판매 라인업이 국내 시장에서 활기를 찾으면 ‘내년 흑자전환’은 현실이 될 공산이 크다.
로베로토 렘펠 사장은 “GM은 트레일블레이저와 내년부터 국내 생산될 차세대 글로벌 신차CUV로 연간 50만 대의 생산 규모를 달성할 것이며, 수출 확대와 멀티브랜드 전략을 통해 경영정상화라는 2018년의 약속을 이행하고, GM의 새로운 시대를 열어가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렘펠 사장의 분명한 목표 제시에 따라 각 브랜드들도 전열을 재정비하기로 했다.
브랜드 전략을 발표하고 있는 노정화 한국지엠 마케팅본부 상무.
쉐보레 브랜드 런웨이 자리에 선 노정화 한국지엠 마케팅본부 상무는 “쉐보레는 아웃도어 열풍에 따른 소비자 선호도에 맞춰 SUV와 픽업트럭 중심의 브랜드 포트폴리오를 전략화하고 있다. GM의 검증된 글로벌 모델을 국내에 선보이고, 부평과 창원공장에서 생산되는 차량의 내수 판매를 통해 수익성을 높이는 투-트랙 전략을 바탕으로 지속적으로 신제품을 출시할 계획이다. 동시에 GM의 전동화 미래 전략에 발맞춰 전기차 포트폴리오도 지속적으로 확장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브랜드 전략을 발표하고 있는 서영득 캐딜락코리아 대표.
또한 서영득 캐딜락코리아 대표는 “GM은 캐딜락의 전기차 모델인 리릭(LYRIQ)과 셀레스틱(Celestiq)을 통해 글로벌 전기차 리더십을 확보하고 있다. 캐딜락코리아 역시 럭셔리 전기차를 원하는 국내 고객들을 위해 캐딜락의 전기차 출시를 신중하게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GMC 전략을 발표하고 있는 카를로스 미네르트 부사장.
프리미엄 픽업/SUV 전문 브랜드인 GMC를 대표해서는 카를로스 미네르트(Carlos Meinert) 한국지엠 영업·서비스·마케팅 부문 부사장이 마이크를 잡았다. 미네르트 부사장은 “프리미엄 풀사이즈 픽업트럭 시에라 드날리는 첨단 트렌드에 빠르게 대응하는 한국 소비자들의 새로운 라이프 스타일을 개척해 나갈 제품이다. 타호와 에스컬레이드의 성공에 힘입어 시에라 드날리가 신선한 몰입감을 선사할 것이라고 확신한다. 연내 한국시장에 판매될 이 제품은 자동사 산업 환경 변화에 대응하는 의미에서 100% 온라인으로 판매될 것이다”고 말했다. /100c@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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