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든 순간들이 많았다.”
지난 2020-2021시즌 GS칼텍스와의 챔피언결정전을 준우승으로 마친 ‘배구여제’ 김연경(34)이 V리그를 떠나기 전 마지막 인터뷰에서 한 말이다.
2008-2009시즌을 끝으로 V리그를 떠났던 김연경은 2020년 6월 6일 오랜 해외생활을 마무리하고 국내 복귀를 전격 결심했다. 코로나19로 해외리그 진출이 불확실한 가운데 도쿄올림픽 출전과 12년만의 우승을 위해 연봉을 포함 많은 것을 포기하고 친정팀인 흥국생명 유니폼을 입었다.
당시 큰 관심을 모았던 부분은 연봉. V리그 여자부는 팀당 최대 23억원을 쓸 수 있는 샐러리캡이 존재한다. 당시 이재영, 이다영 쌍둥이 자매에게 10억원을 소진한 흥국생명은 김연경에게 옵션 포함 최대 6억5000만원을 지급할 수 있었다. 튀르키예(터키)에서 최소 16억원 이상의 연봉을 받았던 김연경이 이를 받아들일지 관심이 쏠렸다.
김연경에겐 연봉보다 V리그 복귀가 우선이었다. 김연경은 “그동안 열심히 뛰어준 후배들을 위해 연봉을 양보하고 싶다”는 뜻을 전하며 연봉 3억5천만원의 조건으로 1년 계약을 맺었다.
김연경에 국가대표 세터 이다영까지 합류한 흥국생명은 ‘절대 1강’이라는 평가를 받았지만 예상과 달리 단 한 개의 트로피도 차지하지 못했다. KOVO컵 결승전에서 GS칼텍스에 일격을 당했고, 핵심 전력인 이재영-이다영 쌍둥이자매가 학폭 미투사태로 5라운드 도중 코트를 떠나며 정규리그와 챔피언결정전 우승컵마저 GS칼텍스가 차지하는 걸 바라봐야 했다.
가장 힘든 선수는 주장 김연경이었다. 의지했던 맏언니 김세영까지 부상 이탈하며 혼자서 외인 브루나 모라이스를 비롯해 후배들을 다독이고 또 다독여야했다. 컵대회 때만 해도 그 누구보다 인터뷰에 씩씩하게 임했던 에이스의 표정은 갈수록 굳어갔다. 여기에 IBK기업은행과의 플레이오프 2차전에서 엄지손가락을 다치는 악재까지 발생했지만 붕대에 ‘끝까지간다’는 문구를 새기고 코트를 밟는 부상투혼을 펼쳤다.
그리고 시간이 흘러 김연경이 다시 핑크색 유니폼을 입게 됐다. 흥국생명은 21일 보도자료를 통해 “김연경과 V리그 여자부 최고 금액인 1년 총액 7억원(연봉 4.5억원, 옵션 2.5억원)에 계약을 체결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김연경은 2021-2022시즌을 중국 상하이에서 보낸 뒤 2시즌만의 전격 V리그 복귀를 택했다.
2년 전과는 상황이 많이 달라졌다. 흥국생명은 김연경과 쌍둥이 자매가 떠나며 지난 시즌 리빌딩 프로세스를 전격 가동했다. 주장 김미연을 필두로 정윤주, 박혜진 등 어린 선수들에게 대거 기회를 부여했고, 이번 스토브리그서도 세터 김다솔과 3년 연봉 1억1000만원에 FA 계약을 체결한 게 전부였다. 이에 따라 샐러리캡에 여유가 있었고, 2시즌 만에 돌아온 배구여제에게 최고 대우의 연봉을 안겼다.
아울러 다가오는 2022-2023시즌은 주장 김연경에게 정신적 스트레스를 유발시켰던 이재영-이다영 쌍둥이자매가 팀에 없다. 두 자매는 학교폭력 사태 이후 도피 이적을 택하며 다음 시즌 루마니아 리그에서 활약할 예정이다. 팀 전력이 이전보다 약화된 건 사실이지만 가능성 있는 어린 선수들 가운데서 중심을 잡고 이들의 성장을 도울 것으로 보인다. 또한 2년 전과 달리 팀에는 출산을 마치고 복귀한 든든한 맏언니 김해란이 있다.
흥국생명 관계자는 OSEN과의 전화통화에서 “김연경이 팀에 좋은 영향을 끼칠 것 같다. 선수 본인의 운동은 당연하고, 어린 선수들에게 많은 귀감이 될 것”이라고 기대를 한껏 드러냈다.
김연경은 남은 개인 일정을 소화한 뒤 7월 초 흥국생명 선수단에 합류할 계획이다. 과연 다가오는 2022-2023시즌에는 2년 전의 아쉬움을 털고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릴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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