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 심판진 4인이 국제 대회에서 제 역할을 빈틈없이 소화했다.
‘2022년 아시아축구연맹(AFC) 23세 이하(U23) 아시안컵’은 지난 1일 우즈베키스탄 타슈켄트에서 막을 올려 19일 사우디아라비아의 우승으로 마무리됐다.
이변이 속출했던 대회다. 투르크메니스탄은 이 대회 사상 첫 8강에 올랐다. 반면 이란은 조별리그 탈락의 고배를 마셨다. ‘디펜딩 챔피언’ 한국은 일본에 패해 4강에 오르지 못했다.
과거 2번의 준우승에 그쳤던 사우디아라비아는 ‘개최국’ 우즈베키스탄을 결승전에서 2-0으로 완벽 제압하고 첫 우승 영광을 안았다.
각국 선수단, 감독・코치진과 더불어 19일간 대장정을 함께한 이들이 있다. 바로 경기에 배정된 심판진이다.
대한축구협회 소속 국제심판 4인(송봉근, 장종필, 김희곤, 김우성)은 이번 대회에 파견돼 자신의 임무를 완벽하게 소화했다.
‘맏형’이자 국제심판 ‘7년 차’ 송봉근 심판(45)은 화려한 경력이 말해주듯 ‘오차 없는’ 판단으로 제 역할을 다했다. 그는 AFC 16세 이하 챔피언십 파이널(2016년), 국제축구연맹(FIFA) 러시아 월드컵 예선전(2017년), 아시안컵(2019) 등 다수의 굵직한 대회 참가 경험을 가지고 있다.
이번 대회엔 조별리그 1경기(2부심), 8강전 1경기(5부심), 3・4위전(2부심)에 투입됐다.
배정받은 경기를 모두 마친 송봉근 심판은 20일 OSEN과 현지 인터뷰에서 “경기 외적인 것은 매치에 들어가기 전부터 완전히 배제한다”고 말했다. 객관성은 심판의 자질이다. 송봉근 심판은 경기 당일 이전부터 여유를 두고 준비한다.
그는 “몸관리도 굉장히 열심히 한다. 심판으로서 삶을 택한 이상 꾸준한 노력이 필요하다. 정기적으로 경기에 투입되는 일정이 아니다. 항상 준비가 돼 있어야 하는 심판 입장에서 몸관리는 필수”라고 말했다.
송봉근 심판은 주 3회 무산소 지구력 훈련을 한다. 운동장 400m 트랙을 1분 30초 내로 끊고 2분 완전 휴식을 취하는 사이클로 10회를 반복한다. 웨이트 트레이닝은 기본이며, 그때그때 상황에 맞는 운동법으로 몸관리하며 경기 투입을 기다린다.
경기에 나서면 자동반사적으로 손이 올라간다. 송봉근 심판은 “부심을 오래 하다 보니 기술자가 된 것 같다. 머리로 여러 번 생각해서 (오프사이드) 깃발을 드는 게 아니라 팔이 먼저 올라간다. 기술적으로 몸이 판단한다는 느낌을 많이 받는다. 실제로 오심을 낸 적도 없다. 정확하다”고 전했다.
이어 “부심은 항상 정해진 시간에 정해진 위치에 간다. 모든 게 정확해야 한다. 경기 중에 ‘혼잣말 방법’을 쓴다. 집중력을 잃지 않기 위해 말을 하면서 움직인다”고 덧붙였다.
부심으로서 자부심을 느끼고 있다는 그는 “39세에 국제심판이 됐다. 늦은 감이 있다. 지금 7년 차인데 ‘10년 커리어’를 잘 쌓고 싶다. 몸관리와 더불어 영어 공부도 꾸준히 하고 있다. 마인드 부분도 국제 심판으로서 부족하지 않게 컨트롤하려 노력한다. 귀감이 되는 심판으로 남고 싶다”고 진심으로 말했다.
‘막내’이자 ‘국제심판 5년 차’ 장종필 심판(34)은 비교적 이른 나이에 국제 대회에 입문했다.
2018년 AFC 16세 이하 챔피언십을 비롯해 다양한 국제 경기 심판 경험을 쌓아온 그는 이번 대회 조별리그 1경기(1부심), 8강 1경기(5부심), 4강전 1경기(5부심), 3・4위전 1경기(1부심)에 투입됐다.
장종필 심판은 “늘 이미지 트레이닝을 한 뒤 경기에 들어간다. 영상도 많이 본다. 심판은 실수하면 안 되기 때문에 경기 외적으로 항상 공부한다”고 운을 뗐다.
그도 역시나 경기가 없는 날엔 자기 관리에 시간을 할애한다. 장종필 심판은 “주중 최소 4회 운동을 한다. 안 하면 불안할 정도”라면서 “심판으로서 책임감을 가져야 한다. 경기 규칙적인 부분도 매일 체크한다. 새로운 정보를 빨리 숙지하고 있어야 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매경기 확신을 가지고 들어간다. 반복 훈련과 영상을 보며 지식을 쌓으면 확신이 생긴다. 그간의 경험을 통해 오차를 최대한 줄여왔다”고 덧붙였다.
이번 대회에서 장종필 심판은 위험한 상황에 노출되기도 했다.
‘개최국’ 우즈베키스탄 홈팬들은 이라크와 8강전에서 심판 판정에 불만을 품고 그라운드 위로 돌을 마구 던졌다. 그 경기에 5부심으로 장종필 심판은 투입돼 있었다.
당시를 돌아본 장종필 심판은 “비가 오듯이 돌이 날아왔다”고 눈을 크게 뜨며 말한 뒤 “대기심석 쪽에 앉아 있었는데 돌이 다리 쪽으로 날아왔다. 경기 중 이렇게 돌을 맞을 줄 몰랐다. 당시 해당 경기 주심이 ‘이대로 계속 돌이 떨어지면 경기를 중단하겠다’고 말할 정도였다”고 들려줬다.
그러면서 장종필 심판은 “모든 상황이 배움의 장”이라고 힘줘 말했다.
그는 마지막으로 “이번 대회에서 매일 비디오판독(VAR) 교육을 포함해 실전 교육을 반복적으로 받다 보니 지식이 확실히 더 쌓였다. 여러모로 발전한 것 같고, 큰 동기부여도 얻었다. 최종 목표는 모든 심판이 그렇듯 월드컵 경기에 참여하는 것이다. 국제적으로 더 인정받는 심판이 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jinju217@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