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뒤 올림픽을 내다보고 팀을 꾸릴 수 있어서 무척 감사해요. 우즈베키스탄 축구협회(이하 협회)가 그만큼 저를 믿어 주고 있단 거죠. 그 자체만으로 큰 자신감이 돼요.”
우즈베키스탄 21세 이하(U21) 축구대표팀 티무르 카파제 감독(41)이 힘줘 말했다.
카파제 감독이 이끄는 우즈베키스탄 U21 축구대표팀은 지난 1일(이하 한국시간) 우즈베키스탄 타슈켄트에서 막을 올린 '2022 아시아축구연맹(AFC) 23세 이하(U23) 아시안컵’에서 범접할 수 없는 실력을 자랑하고 있다.
조별리그 A조를 1위(2승1무)로 통과한 우즈베키스탄은 이라크(8강)와 일본(4강)을 연파하고 결승에 올랐다. 19일 오후 10시 사우디아라비아와 우승 트로피를 두고 격돌한다.
우즈베키스탄은 2024년 파리 올림픽을 목적지로 정하고 이번 U23 대회에 U21 올림픽 팀을 내보냈다. 당장의 우승컵도 중요하지만 올림픽을 위한 과정으로 이번 대회를 생각하고 있는 것이다.
지난 2020년 3월, 올림픽을 4년 앞둔 시점에서 협회는 일찌감치 올림픽 팀을 카파제 감독에게 맡겼다. 지난 17일 협회 관계자는 OSEN과 현지 인터뷰에서 “멀리 내다보고 팀을 꾸릴 수 있는 시간이 감독에게 필요하다. 4년 동안 실패가 있더라도 올림픽을 위한 밑거름이 될 것이다. 카파제 감독을 믿는다”고 말했다.
카파제 감독을 향한 협회의 믿음은 상당하다. 어느 정도냐면 올림픽 팀 감독직과 우즈베키스탄 프로축구 1부리그 FK올림픽 사령탑 겸직을 2021년 초 허락했다.
협회 관계자는 “특별히 2024년 파리 올림픽 프로젝트를 위해 이와 같은 결정이 내려졌다. 카파제 감독은 선수들을 가까이서 자세히 살펴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 이는 좋은 성과를 내고 있다. 이번 대회 우즈베키스탄 올림픽 팀은 최종 23인으로 꾸려졌다. 이중 13명이 카파제 감독이 이끌고 있는 FK올림픽 소속 선수들이다. 선수단의 약 60%가 이미 소속팀에서 한솥밥을 먹으며 오랜 시간 발을 맞춰왔단 것이다. 우즈베키스탄 올림픽 팀 조직력이 호평을 받고 있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감독을 전적으로 믿고 팀을 꾸릴 수 있는 충분한 시간을 부여한 협회의 결단이 우즈베키스탄을 결승행으로 이끌었다고 해도 틀린 말이 아니다. 이는 카파제 감독도 같은 생각이다.
그는 결승전을 하루 앞둔 18일 우즈베키스탄 올림픽 팀 훈련장을 찾은 OSEN과 인터뷰에서 “협회가 나를 믿어준 것에 감사함을 느낀다. 파리올림픽 출전을 목표로 삼고 자신감을 가지고 팀을 이끌 수 있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이어 “우리 팀은 지금 어린 선수들로 구성돼 있지만 매우 성공적인 과정을 밟아가고 있다. 이번 대회가 이를 잘 대변한다”고 덧붙였다.
마지막으로 그는 “이를 바탕으로 다음 아시안컵 준비도 철저히 할 수 있을 것”이라고 흡족해했다.
카파제 감독은 이날 정성스럽게 친필로 답했다. 그러면서 한국에서 온 기자를 매우 반겼다. 미드필더였던 그가 과거 선수 시절 K리그에서 좋은 추억을 쌓았기 때문이다. 카파제 감독은 2011년 인천 유나이티드에서 한 시즌 동안 뛰었다.
카파제 감독은 “나는 한국 생활이 매우 행복했다. 앞으로 한국 팀에 행운이 있길 바란다”는 진심도 함께 전했다. /jinju217@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