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 월드컵둥이 쏘렌토 ‘내수 100만 대’, 당장은 적수가 없다
OSEN 강희수 기자
발행 2022.06.15 07: 16

 2002년 한일월드컵은 우리나라에 경제-사회적으로 커다란 전기(轉機)가 됐다. 월드컵 16강 진출이 요원한 꿈이던 한국 대표팀은 사상 최초의 4강 진출이라는 기적을 이뤘고, 그 유명한 ‘꿈은 이루어진다’라는 국민 슬로건을 탄생시켰다.
2002 월드컵을 계기로 ‘꿈’이라는 단어는 의미 자체가 달라진다. 월드컵 이전까지의 ‘꿈’에는 ‘언제 이루어질 지는 모르지만 그래도 희망을 갖고 달려가야 할 지점’이라는 속 뜻이 있었다면 월드컵 이후의 꿈은 ‘우리도 열심히 하면 해 낼 수 있다’는 자신감의 단어가 됐다. 월드컵 거리 응원을 주도한 세대는 그 이전 세대가 갖고 있던 ‘세계 수준’에 대한 열등감을 떨쳐버린 최초의 코리안이 됐다. 
월드컵이 열리던 그 해, 2002년에 태어난 ‘쏘렌토’가 기아에 있어서는 ‘꿈을 실현시키는 상징적 존재’가 됐다.

기아의 중형 SUV 쏘렌토가 ‘내수 100만 대’의 분기점을 돌파했다. 화물연대 파업의 여파로 100만대 돌파시점이 며칠 미뤄지긴 했지만 6월 14일 기준, 100만 대 내수 돌파는 기정 사실이 됐다.
지금까지 기아에서 내수 100만 대를 돌파한 차종을 보면 쏘렌토 100만 대가 품고 있는 각별한 의미를 찾을 수 있다. 봉고, 모닝, 카니발이 쏘렌토 이전에 내수 100만 대 고지를 넘은 차종들이다. 봉고는 대표적인 화물차이고, 모닝은 입문용 경차이며, 카니발은 승용과 승합을 겸하고 있다. 반면 쏘렌토는 승용이면서 경쟁이 치열한 중형 SUV 세그먼트에 속하는 차다.
국내에서만 잘 팔리는 내수전용도 아니다. 수출에서는 390만 대를 뛰어 넘어 올 3분기 중 400만 대 돌파를 바라보고 있다. 월드컵 세대가 그랬듯이 글로벌에선 내수보다 더 성과가 화려하다. 
2002년 2월 태어나 2008년까지 유지된 1세대 모델은 국내에서 23만 9,346대가 팔렸고, 2009년 4월 출시된 2세대 모델은 20만 399대가 팔렸다. 2014년 8월 출시된 3세대 모델은 38만 6,010대가, 2020년 3월 선보인 4세대는 2022년 5월까지 17만 2,940대가 팔렸다. 딱 20년만에 밀리언셀러가 된 쏘렌토다.
쏘렌토의 디자인은 시대를 앞서가는 철학을 제시해 왔다. 1세대는 세상에 첫 선을 보이는 존재감을 어필하기 위해 강력한 힘을 강조했고, 존재감을 다진 후의 2세대는 힘은 빼는 대신 부드럽고 풍성한 감성을 넣기 시작했다. 2세대 페이스리프트에서는 직선은 아예 버리고 유선형의 면을 강조하는 디자인을 시도했으며 3세대 쏘렌토에서는 지금 다시 내놔도 경쟁력을 의심할 바 없는 유려한 디자인을 완성시켰다. 
안주하지 않는 쏘렌토의 도전의식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은 2020년의 4세대 모델에서 나왔다. 3세대의 디자인이 워낙 완성도가 높았기 때문에 4세대는 변화를 주는 것 자체가 부담이었다.
그런데 4세대 쏘렌토는 한 발 더 나아가 환골탈태를 선택했다. 3세대의 영광을 다 던져버리고 새로운 디자인 언어로의 전환을 선언했다. 3세대의 부드러움은 사라지고 상대적으로 각져보이는 면구성을 입혔다. 테일 램프는 과감하게 세로형이 붙었다. 첫 인상은 충격적이었다.
의도된 낯설게 하기가 소비자들의 눈에 안착되는데엔 그리 많은 시간이 필요하지 않았다. 이내 엣지있는 21세기형 도회지 감성으로 소비자들에게 어필했다.
하이브리드 모델을 일찌감치 도입한 것도 신의 한 수였다. 환경의식이 높아지면서 디젤엔진에 대한 선호도가 급격하게 줄어드는 시점에서 하이브리드 모델은 환경과 퍼포먼스, 경제성까지 채워주는 훌륭한 대안이 됐다. 쏘렌토 4세대는 불과 2년 사이, 6년간 판매된 3세대의 절반 가까운 판매량을 올렸다. 3세대는 38만여 대나 팔려 쏘렌토 중에서도 가장 성공한 세대로 평가되던 모델이다.
4세대 모델의 인기는 여전히 최고 수위를 달리고 있다. 출시 2년이라는 세월이 무색하게 지금도 월 1만 5,000대 계약의 아성을 유지하고 있다. 국내 중형 SUV 최초로 하이브리드 모델을 출시한 효과는 수치로 입증되고 있다. 쏘렌토의 엔진 라인업에서 하이브리드가 차지하고 있는 비율은 70%를 넘기고 있다. 다양한 좌석 배치도 소비자들의 선택의 폭을 넓혔다. 인승별 계약 비중을 보면 5인승이 61%로 가장 많고, 6인승이 28%, 7인승이 11%를 차지한다.
요즘 그렇지 않은 차종이 없긴 하지만, 쏘렌토의 출고 대기는 특히 더 심하다. 가솔린/디젤 모델은 계약 후 14개월 이상을, 하이브리드는 18개월 이상을 기다려야 겨우 인도 받을 수 있는 적체현상이 계속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월평균 1만 5,000대 계약이 꾸준히 몰리고 있다. 5월 현재 미출하 계약물량만 해도 12만 대를 넘길 정도라고 한다.
기아 관계자는 말한다. “고유가 추세로 하이브리드의 인기는 날로 치솟고 있다. 작년까지 61.7%였던 하이브리드 비중은 올해 71.9%까지 높아졌다. 세련된 디자인과 합리적인 가격을 기반으로, 다중 충돌방지 자동제동 시스템 최초적용, 220V 인버터, 기아 카페이, 리모트 360도 뷰 같은 상품성까지 갖추었기 때문에 지금 당장은 적수가 없어 보인다”고. /100c@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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