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재’ 이강인(21, 마요르카)은 가진 기량을 100% 발휘했을까.
황선홍 감독이 이끄는 U23 축구대표팀은 12일 우즈베키스탄 타슈켄트에 위치한 팍타코르 스타디움에서 개최된 '2022 아시아축구연맹(AFC) U23 아시안컵' 8강전에서 일본에게 0-3 완패를 당해 탈락했다. 대회 2연패를 노렸던 한국은 사상 첫 8강 탈락이라는 충격적인 성적표를 얻었다.
대회를 앞두고 황선홍 감독은 스페인까지 날아가 이강인을 관찰했고, 그에게 기회를 줬다. 소속팀 마요르카에서 꾸준한 출전시간을 얻지 못한 이강인은 A대표팀에서도 오랫동안 배제된 상태다. 황 감독은 “선수는 과거가 아니라 현재로 평가받아야 한다”고 냉정하게 진단했다. 이강인이 2019 U20 월드컵 준우승과 골든부트의 영광은 모두 잊고 새로 출발해야 한다는 조언이었다.
대회 출발은 나쁘지 않았다. 이강인은 말레이시아와 첫 경기서 이상민의 선제골을 어시스트하며 풀타임을 소화했다. 하지만 그는 허벅지 부상이 생기면서 베트남전을 결장했고, 태국전에서 64분만 소화했다. 한국은 베트남과 1-1로 비기고, 태국을 1-0으로 간신히 제압하며 공격에서 문제점을 드러냈다.
일본전에서 이강인은 풀타임을 소화했다. 한국은 전반 22분 만에 프리킥 선제골을 내줬다. 이강인이 중원에서 동점골을 뽑기 위해 고군분투했다. 이강인 특유의 날카로운 스루패스와 돌파는 여전히 위력적이었다. 하지만 한국은 무기력하게 내리 두 골을 더 허용하며 와르르 무너졌다.
이강인의 단점도 명확했다. 일본은 거친 몸싸움과 견제로 이강인의 발을 묶었다. 한국 공격의 시발점 이강인을 묶으면 팀 전체의 위력이 크게 떨어졌다. 이강인 외에는 중원에서 공을 키핑하며 공격을 풀어줄 선수가 보이지 않았다.
이강인을 3선에 배치한 황선홍 감독의 전술적 선택도 결과적으로 실패했다. 이강인의 공격력을 극대화하려면 2선에 배치하는 것이 효율적이다. 하지만 수비와 공수전환에서 문제가 생긴다. 이강인의 단점을 커버해줄 수비형 미드필더를 동시에 써야하는 부담이 있다. 황선홍 감독은 전반전 수비형 미드필더를 쓰지 않았고 일본의 공격에 속수무책으로 당했다.
후반전 권혁규가 투입되면서 이강인의 공격도 살아났지만 결국 추격골은 터지지 않았다. 일본에게 대패한 이강인은 그대로 머리를 감싸쥐었다. 라이벌에게 도저히 납득하기 어려운 패배였다.
이강인은 여전히 한국축구를 이끌어야 갈 재목임이 분명하다. 그는 부상으로 컨디션이 좋지 않은 가운데서도 한국의 공격을 이끌었다. 하지만 한일전 0-3 완패는 그의 커리어에도 치명적 오점으로 남았다. / jasonseo34@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