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라과이는 생각보다 강한 상대였고 대한민국은 실망스러울 정도로 실수가 많았다. 하지만 긍정적인 면도 분명히 있었다.
파울루 벤투(53) 감독이 이끄는 대한민국 대표팀은 10일 오후 8시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6월 A매치 4연전의 3번째 경기, 파라과이와 평가전에서 2-2 무승부를 거뒀다.
'벤투호'는 이 경기를 앞두고 큰 변수를 맞았다. 지난 2일과 6일 브라질, 칠레와 경기에서 모두 선발로 나서서 풀타임을 소화했던 정우영(32)이 소집 해제된 것이다. 9일 대한축구협회는 "정우영 선수는 왼쪽 발목과 정강이 근육 부상으로 경기 출전에 무리가 있다. 치료와 휴식이 필요하다는 판단에 따라 선수 보호 차원에서 소집 해제된다. 대체 발탁은 없다"라고 밝혔다.
수비라인 앞에 자리해 라인을 보호하고 공을 탈취, 전방으로 보내는 역할을 수행해왔던 정우영은 벤투 감독의 핵심 선수 중 한 명이다. 하지만 그가 자리를 비우게 됨에 따라 라인업 변화는 불가피했다.
벤투 감독은 이 경기 황인범과 백승호로 중원을 구성했다. 백승호는 주로 수비 라인 앞쪽에 자리하며 정우영이 해왔던 수비적인 역할을 맡았다.
긍정적이었던 점은 백승호가 정우영보다 뛰어난 기동력으로 넓은 범위를 커버하자 황인범이 더욱 자유롭게 전진해 공격에 힘을 보탤 수 있었다는 점이다. 황인범은 이 경기 전진 패스와 탈압박, 수비 가담까지 보여주었다.
특히 오른쪽 풀백 김문환이 미드필더처럼 중원으로 들어오며 황인범은 더욱 앞쪽으로 전진했고 황의조, 손흥민과 함께 공격에서 합을 맞췄다.
하지만 좋았던 부분은 딱 전반 23분까지였다. 전반 23분 정승현의 수비 실수로 미구엘 알미론에게 선제 실점을 내준 후 한국은 눈에 띄게 불안정해졌고 수비쪽에서 균열이 일어났다. 물 흐르듯 흘렀던 패스 연결은 뚝뚝 끊기기 시작했고 상대 압박에 고전하며 역습을 허용했다. 반대로 우리가 역습을 나가야 하는 장면에서는 번번이 타이밍을 뺏기거나 개인 수비에 막혔다.
무조건 안 좋은 결과라고 할 수는 없다. 파라과이는 객관적인 전력에서 우리보다 한 수 아래의 팀으로 평가받지만, 우리와 함께 월드컵 H조에 편성된 팀인 가나, 우루과이, 포르투갈은 우리보다 앞서는 전력을 갖춘 팀들이다. 월드컵 본선 무대에 나서게 되면 우리가 선제골을 넣는 상황보다 끌려가는 상황이 많을 가능성이 크다.
한국은 후반전에 들어서도 우왕좌왕했다. 게다가 후반 4분 코너킥 공격 이후 역습 상황을 미처 대비하지 못했던 한국은 알미론에게 한 골을 더 실점했다. 스코어는 2점 차이로 벌려졌고 1986년 2월 이후 파라과이에 첫 패배를 당하는가 싶었다.
이때 손흥민이 나섰다. 지난 칠레전과 유사한 위치에서 직접 프리킥을 처리한 손흥민은 강력하게 휘어지는 슈팅으로 골망을 흔들었다. 이후 후반 29분 권창훈과 교체돼 들어온 '작은' 정우영(22, 프라이부르크)이 추가시간 극적인 동점 골을 넣으며 패배를 막았다.
수비 지역에서 드러난 지나치게 많은 실수와 패스 미스, 거기에 예상치 못한 파라과이의 선전이 겹쳐지며 어려운 상황에 놓인 대표팀이었지만, 결국 무승부를 거두며 패배를 면했다. 냉정하게 말해 긍정적이라는 평가는 내리기 힘들지만, 쉽게 지지 않는 팀으로 발전하고 있는 대표팀이다.
지난 5일 칠레전을 앞두고 기자회견에 나섰던 황희찬은 "이제 실점하지 않는 법, 이기는 법을 배우는 단계라고 생각한다. 팀이 뭉쳐져 있고 시간도 남았기 때문에 팀이 더 성장하고 좋은 모습 보여주리라 생각한다"라며 한국 축구가 차근차근 발전하고 있다고 힘주어 말했다. 오는 14일 벤투호가 이집트를 상대로 어떤 점을 발전시켰는지, 또 어떤 새로운 숙제를 맞이할지 지켜보자. /reccos23@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