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서 프로 생활을 했던 황선홍호 골키퍼 고동민(23, 경남FC)이 한일전 좋은 경기력을 다짐했다.
고동민은 황선홍 감독이 이끄는 23세 이하(U23) 남자 축구대표팀에 발탁돼 지난 1일(한국시간) 우즈베키스탄에서 막을 올린 ‘아시아축구연맹(AFC) U23 아시안컵’에 임하고 있다. 대회는 19일 결승전을 끝으로 막을 내린다.
조별리그를 C조 1위(2승1무)로 통과한 한국은 오는 12일 오후 10시 우즈베키스탄 타슈켄트에 위치한 팍타코르 스타디움에서 일본과 8강전을 치른다.
한국은 C조 1차전에서 말레이시아를 4-1로 격파했다. 2차전에선 베트남과 1-1로 비겼지만 3차전에서 태국을 1-0으로 꺾으며 조 1위로 8강에 안착했다. 고동민은 3경기에 모두 나섰다.
토너먼트 경기 이상의 의미를 갖는 한일전에 일본에서 선수 생활을 했던 고동민이 골키퍼 장갑을 낄 가능성이 크다.
고동민은 대륜고등학교 졸업과 동시에 2017년 J2리그 마쓰모토 야마가에 입단했다. 이후 2020년 J3리그 반라우레 하치노헤에 1년 간 임대돼 19경기에 출전했다.
올시즌부턴 K리그2 경남FC에서 임대로 뛰고 있다.
냉정히 고동민이 일본에서 지낸 시간에 비해 많은 경기수를 소화한 것은 아니다. 하지만 일본의 플레이 스타일을 누구보다 앞에서 보며 경험했다. 경남으로 넘어온 뒤 최근 출전 시간을 점차 확보하고 있단 것도 긍정적인 요소다.
빌드업이나 킥에 강점을 보이는 고동민은 수비 범위를 넓게 소화하는 유형의 골키퍼다.
고동민은 이 대회 적응을 이미 마쳤다. 지난 8일 태국과 조별리그 최종전에서 보여준 신들린 선방이 이를 대변한다.
그는 한국이 1-0으로 아슬아슬한 리드를 지키고 있던 후반 35분, 태국 공격수 아칫폴 키리롬과 1대1 위기를 맞았다. 빠른 판단으로 앞으로 나가 거리를 좁힌 고동민은 쭉 뻗은 오른발로 슈팅을 막아냈다.
이뿐만 아니라 전반 추가시간 때 굴절된 크로스를 뛰어올라 잡아내는 등 한국 골문을 무실점으로 틀어막았다.
고동민은 현지에서 OSEN과 만나 먼저 “대표팀에서 뛰는 건 영광적인 일”이라고 입을 뗀 뒤 “‘부담 갖지 말고 하던 그대로 보여주자. 그러면 결과는 자연스럽게 따라오겠지’라고 생각하며 경기에 임한다”고 말했다.
그는 일본에서 보낸 5년의 시간을 돌아봤다. 고동민은 “골키퍼가 금방 자리잡기 쉬운 포지션이 아니다. 안정적이고 감독님의 믿음을 강하게 받는 사람이 뛰는 위치다. 초반 3년 정도는 ‘진짜 운동 열심히 하자’라고 생각했다. 아무래도 1년 차일 때는 말도 잘 못하는데 숙소 생활까지 하니까 조금 힘들었다. 2~3년 차땐 언어가 되니 경기력도 조금씩 좋아졌다”고 회상했다.
고동민의 말처럼 2017년 일본으로 넘어갔지만 감독의 선택을 받지 못했던 그는 3년이 지난 2020년이 돼서야 경기를 뛰기 시작했다.
그는 일본에서의 힘들었던 시기를 자양분으로 삼고 있다. 고동민은 “그땐 경기를 무조건 뛰어야 한다고 급하게 생각했다. 하지만 뒤에서 훈련하고, 선배들의 플레이를 보면서 경기를 안 뛰면서도 배운 게 정말 많았다”며 “재미있었던 시기”였다고 긍정적으로 해석했다.
일본으로 넘어가게 된 배경도 살짝 덧붙였다. 고동민은 “고등학교 졸업하고 나서 대학 진학은 생각하지 않았다. 바로 프로에 입단하는 것이 꿈이었다. 고등학교 감독님과 이야기한 끝에 일본으로 넘어갔다”고 설명했다.
태국전 이후 팬들로부터 호평을 받은 고동민은 일본전에도 출격할 것으로 보인다. 부상이나 특이사항 없이 몸상태가 좋다.
고동민은 “일본에 있을 때 한일전은 꼭 챙겨봤다. 당연히 이겨야 한다고 생각한다. 더 높은 목표를 이루기 위해선 반드시 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5년 동안 일본에 있으면서 실전에는 많이 못 나갔지만 리그 경기를 자주 봐서 일본 선수들의 스타일을 잘 안다. (일본 전에 나선다면) 좋은 경기력을 보여드릴 수 있을 것”이라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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